순익은 줄었는데 공익 비용은 확대…비용 분류 적정성 쟁점
이제는 “얼마나 냈나”보다 “무엇을 사회공헌이라 불렀나”를 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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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임종호 토요경제신문 편집국장 |
겉으로 보면 우리은행이 첫 대상이 된 이유는 뚜렷하지 않다. 지난해 5대 은행 사회공헌액에서 우리은행은 3089억9900만원으로 4위다. 국민·신한·하나은행보다 적다. 총액만 보면 가장 많이 쓴 은행이 아니다.
하지만 증가율을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우리은행의 사회공헌액은 2024년 2325억2700만원에서 2025년 3089억9900만원으로 늘었다. 증가율은 32.88%다. 주요 시중은행 중 가장 가파르다.
실적과의 엇갈림은 더 눈에 띈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순이익이 줄었다. 그런데 사회공헌비는 크게 늘었다. 순이익 대비 사회공헌활동 집행액 비중도 11.85%로 주요 시중은행 중 가장 높은 수준으로 집계됐다. 공익 활동을 늘린 것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다만 이익 체력이 약해진 상황에서 공익 비용이 급증했다면 질문은 필요하다. 왜 늘었나. 어디에 썼나. 광고성 비용은 없었나.
올해 1분기 성적표도 이 질문을 키운다. 우리금융의 1분기 순이익은 6038억원으로 5대 금융지주 중 가장 낮았다. 전년 동기 대비로는 유일하게 2.1% 줄었다. KB·신한·하나·NH농협금융은 모두 순이익을 늘렸다. 우리금융만 뒷걸음쳤다.
수익성은 가장 부진한데 사회공헌비 증가율은 가장 높았다. 이 조합은 그냥 지나치기 어렵다. 사회공헌이 실제 공익 목적이라면 문제 될 것이 없다. 하지만 공익 명목의 비용 안에 브랜드 이미지 제고, 행사성 홍보, 광고 효과가 섞였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우리은행의 지난해 사회공헌비 세부내역도 이 대목을 가리킨다. 지역사회·공익 부문이 2159억4200만원으로 가장 컸다. 서민금융은 676억7500만원, 글로벌은 187억600만원, 메세나는 48억2100만원, 환경은 10억6900만원, 학술·교육은 7억8600만원이다.
지역사회·공익은 넓은 그릇이다. 취약계층 지원도 담긴다. 소상공인 지원도 담긴다. 동시에 행사, 캠페인, 지역 홍보, 브랜드 노출 사업도 들어가기 쉽다. 그래서 더 따져봐야 한다. 돈이 누구에게 갔는지. 어떤 효과를 냈는지. 회계상 어떤 비용으로 처리됐는지.
우리금융의 광고 활동도 경계가 선명하지 않다. 포용금융, 유네스코 연계 광고, 스포츠데이, 우리금융다함께페스타, 우리 모모콘, 우리동네 선한가게 같은 캠페인은 공익성과 홍보성이 맞닿아 있다. 이런 사업 자체가 문제라는 뜻은 아니다. 문제는 분류다. 사회공헌 실적으로 잡았는지, 광고선전비로 처리했는지, 행사비로 나눴는지 확인해야 한다.
은행의 사회공헌은 필요하다. 은행은 공공성이 강한 금융 인프라 위에서 이익을 낸다. 취약계층과 지역사회, 서민금융에 돈을 쓰는 것은 당연한 책임이다. 그러나 사회공헌이 브랜드 포장지가 되면 공익은 흐려진다. 고객은 선행을 본 것이 아니라 광고를 본 것일 수 있다.
금감원의 이번 조사는 그 경계를 묻는 과정으로 보인다. 사회공헌이라는 이름으로 쓴 돈이 실제로 누구에게 갔는지, 광고·행사·홍보비와 어떻게 구분했는지, 지주·은행·재단 사이 비용 배분은 투명했는지 따져보겠다는 신호다.
우리금융이 먼저 조사 대상이 됐다고 해서 곧바로 위법이나 부당 집행을 뜻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숫자는 질문을 만든다. 총액은 1위가 아닌데 증가율은 1위다. 순이익은 줄었는데 사회공헌비는 늘었다. 5대 금융지주 중 1분기 성적표는 가장 부진했는데 공익 비용의 외형은 커졌다.
은행권 사회공헌비는 지난해 2조원을 넘어섰다. 규모가 커졌다면 검증도 커져야 한다. 이제 중요한 것은 “얼마나 냈느냐”가 아니다. “무엇을 사회공헌이라고 불렀느냐”다.
우리금융을 향한 금감원의 질문은 금융권 전체를 향한 질문이기도 하다. 사회공헌인가, 광고인가. 은행권은 이제 그 경계선을 숫자와 증빙으로 설명해야 한다.
토요경제 / 임종호 편집인겸 편집국장 yimjongho196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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