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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임종호 토요경제신문 편집인 겸 편집국장 |
코스피 1만2000은 낙관론의 숫자가 아니다. 조건부 전망의 숫자다.
골드만삭스가 코스피 목표치를 9000에서 1만2000으로 올렸다. 추가 상승 여력이 37% 남았다고 봤다. 이유는 분명하다. 실적이다. 메모리 반도체 업황이다. 낮은 밸류에이션이다.
겉으로 보면 설득력은 있다. 코스피의 선행 PER은 8.2배다. 과거 고점보다 낮다. 시장의 이익 증가율 전망도 연초 48%에서 277%까지 올라갔다. 골드만삭스는 올해와 내년 코스피 기업 이익 증가율을 각각 320%, 35%로 봤다.
하지만 바로 여기에 함정이 있다.
낮은 PER은 항상 저평가를 뜻하지 않는다. 이익이 정점에 있을 때도 PER은 낮아 보인다. 시장이 미래 이익 감소를 미리 의심하면 주가는 크게 오르지 않는다. 그래서 낮은 PER은 안전판일 수도 있지만, 피크 이익에 대한 할인일 수도 있다.
이번 전망의 핵심은 주가가 싸다는 데 있지 않다. 이익이 계속 늘어야 한다는 데 있다. 메모리 가격이 버텨야 한다. AI 투자 수요가 꺾이지 않아야 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 추정치가 유지돼야 한다. 이 전제가 흔들리면 코스피 1만2000의 근거도 약해진다.
쏠림도 문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지금 코스피를 끌고 가는 가장 강한 엔진이다. 그러나 강세장의 엔진은 조정장의 약점이 될 수 있다. 두 종목에 수급이 몰릴수록 지수는 더 빨리 오른다. 반대로 두 종목이 흔들리면 지수 전체가 같이 흔들린다.
골드만삭스도 이 위험을 모른 척하지 않았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쏠림을 지적했다. 개인투자자의 레버리지 ETF 거래 확대도 경고했다. 상승장에서는 레버리지가 불을 붙인다. 하락장에서는 청산 압력으로 돌아온다.
반도체 밖으로 이익이 확산된다는 논리도 아직 검증이 필요하다. 방산, 조선, 전력공급 관련주는 분명 긍정적이다. 그러나 이들이 반도체 의존도를 충분히 낮출 만큼 큰 이익을 만들어낼지는 별개의 문제다. 기대가 실적으로 확인돼야 한다.
상장 종목의 60% 이상이 저평가돼 있다는 진단도 마찬가지다. 저평가는 기회일 수 있다. 동시에 시장이 그 기업들을 낮게 평가하는 이유가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주주환원, 자본 효율성, 성장성이 바뀌지 않으면 낮은 밸류에이션은 오래 지속된다.
결국 코스피 1만2000의 관건은 목표치가 높으냐 낮으냐가 아니다. 그 목표치를 정당화할 이익이 실제로 계속 나오느냐다.
골드만삭스 전망은 허황된 낙관론이 아니다. 다만 단순한 저평가론도 아니다. 메모리 호황 장기화, 이익 추정치 유지, 반도체 밖 실적 확산, 레버리지 수급 안정이 동시에 필요하다.
투자자가 던져야 할 질문은 하나다.
코스피가 1만2000까지 갈까가 아니다. 그 숫자를 버틸 이익이 계속 나올까다.
지금 한국 증시의 가장 큰 기회는 실적이다. 그리고 가장 큰 위험도 실적이다.
토요경제 / 임종호 편집인 겸 편집국장 yimjongho196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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