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스퀘어, 11번가 콜옵션 포기…강제 매각 수순 밟나?

유통·소비재 / 양지욱 기자 / 2023-11-29 16:29:55
▲ SK T-타워 전경. <사진=SK텔레콤 제공>

 

SK스퀘어 이사회가 재무적투자자(FI)로부터 11번가의 지분을 되사지 않기로 결정했다.

2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11번가의 최대주주(지분율 80.26%)인 SK스퀘어는 이날 진행한 이사회에서 내달 초까지 FI가 보유한 11번가 지분을 되살 수 있는 권리(콜옵션)를 행사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날 SK스퀘어 이사회가 콜옵션 행사를 포기한 것은 11번가 투자 유치에 대한 책임 소재가 불분명한 가운데, 콜옵션을 행사할 경우 SK스퀘어 주주에 대한 배임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해서다.

2018년 11번가 운영사였던 SK플래닛은 나일홀딩스컨소시엄(PEF 운용사 H&Q 컨소시엄, 국민연금, 새마을금고로 구성)에 지분 18.18%를 넘기면서 5000억원을 투자 유치했다. 올해 9월까지 기업공개(IPO)를 성공시켜 투자금 회수하겠다고 약속했지만 IPO에 이어 큐텐으로의 매각까지 불발되면서 옵션이 발동했다.

당시 양사의 계약조건에는 2023년 9월 30일까지 11번가의 기업공개(IPO)를 추진하는 것과 이를 완료하지 못하면 컨소시엄이 SK플래닛의 11번가 보유 지분까지 끌어다 강제 매각(드래그얼롱)하되, 그 전에 SK플래닛이 컨소시엄의 보유 지분을 다시 되살 수 있는 권한(콜옵션)을 부여하는 드래그 앤드 콜계약도 포함됐다.

 

 

▲ SK T-타워 전경. <사진=SK텔레콤 제공>

 

문제는 5년 전 FI로부터 5000억원의 투자를 받은 11번가의 대주주가 SK스퀘어가 아닌 SK플래닛이라는 데 있다. SK그룹은 지주회사법 등의 규제로 SK텔레콤을 통한 계열사 투자가 어려워지자 2021년 11월 1일에 SK텔레콤에서 인적분할 방식으로 그룹 내 투자 전문 기업인 SK스퀘어를 출범하고, 11번가를 자회사로 두게 된다.

더 나아가 SK플래닛이 FI로부터 투자를 받을 당시 11번가의 기업가치는 2조7500억원에 달했다. 이후 신규 사업자의 잇따른 시장 진출과 오픈마켓 간 과당경쟁에 따른 누적적자 등으로 11번가의 현재 가치는 1조3000억원대까지 떨어졌다. 올 상반기 기준 SK스퀘어가 책정한 11번가 지분의 가치는 1조494억원이다.

이날 이사회에서도 5년 전 기업 가치로 11번가의 지분을 되사오는 것이 바람직하냐는 의견이 오고간 것으로 전해졌다. 콜옵션을 행사하면 SK스퀘어 측이 원금 5000억원에 내부수익률(IRR) 연 8% 이자를 붙여 돌려줘야 하는데, 되사올 11번가 지분의 현재 가치는 1500억원 내외가 될 것으로 예상돼 지분투자와 관계 없는 SK스퀘어 주주들의 반발을 우려한 고육책을 선택한 것이다.

SK스퀘어 측이 콜옵션 행사를 포기하면서 11번가는 재무적투자자(FI)들의 주도 하에 강제 매각되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대기업 자회사가 소수 지분을 보유한 투자자에 의해 강제로 매각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관련업계 한 관계자는 “SK플래닛이 11번가를 매각하려 했지만 이미 실패한 만큼, 컨소시엄이 11번가를 주도적으로 매각하는 작업 역시 쉽지 않을 것”이라며 “결국 IPO를 성공시켜야만 양측 모두 이익을 볼 수 있으므로 다른 타협안을 찾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토요경제 / 양지욱 기자 yjw@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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