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 ‘물가 불안 조장 탈세’ 혐의 40곳 세무조사

유통·소비재 / 김은선 기자 / 2026-09-14 16:04:57
가공식품·외식·양계·패션플랫폼 등 대상
원가 부풀리기·사주일가 이익 몰아주기 등 포착
▲ 국세청, 물가 불안 조장 탈세 혐의 세무조사 [연합뉴스]
국세청이 추석 명절을 앞두고 가공식품과 외식 프랜차이즈, 농축산물 유통업체 등 물가와 밀접한 업체들의 탈세 혐의를 포착하고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14일 국세청에 따르면 이번 조사 대상에는 농축산물 유통업체 23곳과 가공식품·외식 프랜차이즈 업체, 패션 플랫폼 2곳 등이 포함됐다. 조사 대상 업체들의 탈루 혐의 금액은 총 1조원 규모다. 중견기업 8곳과 중소기업 33곳이 포함됐으며 이 가운데 2곳은 코스피 상장사다.

국세청은 특히 원재료비와 물류비 상승 등을 이유로 제품 가격을 올린 일부 식품업체가 실제로는 특수관계법인 비용까지 제조원가에 포함해 소비자에게 부담을 전가한 정황을 들여다보고 있다.

최근 일부 제품 가격을 인상한 소스·만두류 제조업체 A사는 퇴직 임원이 설립한 특수관계법인에 과도한 수수료를 지급하고, 사주 자녀가 지배하는 법인의 물류센터 사용료까지 대신 부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사주 자녀가 본부장으로 근무하는 해외 현지법인에 투자금 명목으로 거액을 송금해 역외 비자금을 조성한 정황도 국세청에 포착됐다.

코스피 상장 종합식품업체 B사도 조사 대상에 포함됐다. 이 업체는 원재료와 물류비 등 제조원가 상승을 이유로 가공식품 가격을 크게 올렸지만, 국세청은 국내외 특수관계법인이 부담해야 할 비용까지 제품 원가에 포함한 것으로 보고 있다.

사주 일가가 지배하는 관계회사의 비용을 대신 부담하거나 해외 관계사에 자금을 지원하면서 이자를 받지 않은 혐의도 있다. 사주가 부친으로부터 관계사 주식을 무상으로 증여받고도 증여세를 신고하지 않은 정황도 포착됐다.

외식 프랜차이즈 업계도 조사 대상에 올랐다.

전국 약 2000개 가맹점을 보유한 C프랜차이즈는 사주의 개인 지출을 가맹점주 지원 비용으로 처리한 혐의를 받는다. 사주 자녀가 지배하는 법인에 수익성이 높은 직영점을 무상으로 넘긴 뒤 재료를 저가로 공급하는 방식으로 회사에 손실을 떠넘긴 것으로 국세청은 보고 있다.

D가맹본부는 사주가 직원 명의로 가맹점을 운영해 소득을 분산하고, 법인 명의로 수억원대 슈퍼카 3대를 구입해 사적으로 사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가맹점 인테리어 협력업체로부터 감리용역 대가와 리베이트를 받은 뒤 이를 숨기거나, 가맹 희망점주가 부담한 창업 컨설팅 비용을 비용으로 처리해 수입금액을 축소 신고한 정황도 포착됐다.

계란 가격 상승과 관련한 양계업체들도 세무조사 대상에 포함됐다.

국세청은 최근 계란 가격 상승을 부추긴 혐의로 제재를 받은 업체 등을 중심으로 양계농장 11곳을 조사하고 있다. 이들 업체는 최근 3~5년에 걸쳐 수십억원대 수익을 축소 신고한 혐의를 받고 있다.

E업체는 계란 판매대금을 비사업용 계좌로 받아 매출을 숨기고, 거래처에 계산서 없는 무자료 거래를 요구한 것으로 파악됐다. 가족이 대표로 있는 다른 농업회사법인에 산란용 병아리를 시가보다 싸게 넘기거나 지방자치단체에서 받은 보조금을 매출로 신고하지 않은 혐의도 있다.

F업체는 농·어민의 축산소득 비과세 규정을 악용해 대표 배우자 명의로 실체가 없는 양계장을 만든 뒤 매출을 분산한 것으로 조사됐다.

할당관세 혜택을 받은 뒤 세금을 탈루한 농축산물 유통업체도 적발됐다.

할당관세율 0%를 적용받아 돼지고기를 수입한 G업체는 유통 단계에 대표 자녀 명의의 유령 사업자를 끼워 넣어 유통마진을 챙기고 단기간에 폐업한 것으로 조사됐다.

참깨 등을 수입하는 H업체는 저율 관세로 추가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 위장 업체를 설립하고 매출을 분산한 혐의를 받고 있다. 대표 배우자가 별다른 소득 없이 법인 자금을 유출해 아파트를 취득하고 자녀에게 현금을 증여한 정황도 포착됐다.

패션 플랫폼 2곳도 국세청 조사 대상에 포함됐다.

국세청은 이들 업체가 회계 처리를 통해 매출을 누락하거나 특수관계법인에 광고비·용역비를 과도하게 지급하고, 재고자산을 비싸게 매입하는 방식으로 원가를 부풀린 혐의를 들여다보고 있다.

법인 명의로 고가 아파트를 임차한 뒤 사주가 개인적으로 거주하는 등 사익 편취 정황도 포착됐다. 국세청은 일부 플랫폼 업체가 높은 이용률을 바탕으로 입점업체에 높은 수수료율을 적용하거나 가격을 인상해 시장 전반의 물가 상승 압력을 높였다고 보고 있다.

국세청은 제품 가격 인상의 근거가 된 생산 원가가 적정했는지와 특수관계자 간 거래가 정상적으로 이뤄졌는지, 사주 일가의 재산 형성 과정 등을 집중적으로 살펴볼 방침이다.

국세청은 가격 인상의 근거가 된 생산 원가의 적정성과 거래처 간 정상 거래 여부, 사주 일가의 재산 형성 과정 등을 중점적으로 점검할 방침이다. 차명계좌를 통한 수익 은닉 등 조세범죄 혐의가 확인될 경우 조세범칙사건으로 전환해 대응할 계획이다.

 

토요경제 / 김은선 기자 kes@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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