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TSMC 추격한다...노사 리스크 속 2000조 돌파

산업 / 임종호 기자 / 2026-06-01 14:30:14
지난달 우선주 포함 합산 시총 2000조원 이어 1일 보통주 단독으로 다시 고지 넘어…TSMC와는 1000조원 안팎 격차

▲ 삼성전자 본사 전경 [연합뉴스]

 

삼성전자가 지난달 우선주를 포함한 합산 시가총액으로 2000조원 고지를 밟은 데 이어 1일 보통주 단독 기준으로도 장중 시총 2000조원을 넘어섰다. 총파업 위기를 넘긴 노사 리스크의 여진 속에서도 시장은 삼성전자를 다시 글로벌 AI 반도체 핵심주로 평가하고 있다.


기준을 나눠 봐야 한다. 지난달 21일 나온 ‘2000조원’은 삼성그룹 상장사 합산 시가총액이었다. 삼성전자 단독 기준은 아니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27일 장중 보통주와 우선주 합산 시총 2000조원을 터치했지만, 종가 기준으로는 1900조원대에 머물렀다. 지난달 29일에는 보통주와 우선주 합산 시총이 종가 기준으로 처음 2000조원을 넘어섰다. 그리고 이날, 6월 1일에는 보통주만으로 시총 2000조원을 다시 돌파했다.

이날 삼성전자는 오전 11시 3분 기준 전 거래일보다 9.46% 오른 34만7000원에 거래되며 보통주 기준 시가총액 2028조8500억원을 기록했다.

이번 기록은 단순한 국내 증시 1위 수성이 아니다. 삼성전자는 이미 버크셔해서웨이(Berkshire Hathaway)와 마이크론(Micron Technology)을 넘어 글로벌 초대형 기업군에 들어섰다. 컴퍼니스마켓캡(CompaniesMarketCap)은 6월 기준 삼성전자 시총을 약 1조5150억달러, 세계 11위로 집계하며 워런 버핏(Warren Buffett)이 키운 미국의 대표 투자·지주회사인 버크셔해서웨이의 약 1조230억달러와 삼성전자·SK하이닉스와 함께 세계 메모리 반도체 시장을 이끄는 마이크론의 약 1조950억달러를 크게 웃돌았다고 전했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넘어야 할 벽은 따로 있다. 대만 TSMC(Taiwan Semiconductor Manufacturing Company)다. 같은 기준에서 TSMC 시총은 약 2조1700억달러, 세계 6위다. 삼성전자와의 격차는 약 6550억달러다. 원화로 환산하면 1000조원 안팎이다.

격차의 본질은 주가가 아니라 사업 구조다. TSMC는 엔비디아(Nvidia), AMD(Advanced Micro Devices), 구글(Google),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 등 글로벌 AI 칩을 생산하는 세계 최대 파운드리 기업이다. AI 시대에는 칩을 설계하는 기업만큼 첨단 공정으로 칩을 실제로 찍어내는 기업의 힘이 크다. 이런 점에서 TSMC는 AI 공급망의 관문으로 평가받는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에서는 세계 최상위권 경쟁력을 갖고 있다. 그러나 파운드리에서는 아직 TSMC와 격차가 크다. 삼성전자가 TSMC와 어깨를 나란히 하려면 HBM 경쟁력 회복만으로는 부족하다. 파운드리 수율 개선, 첨단 패키징 경쟁력, 대형 고객 확보에서 성과를 내야 한다.

최근 주가 상승의 방아쇠는 HBM이었다. 로이터(Reuters)는 삼성전자가 최신 고대역폭메모리 샘플을 고객사에 보내기 시작했다는 소식과 엔비디아 최고경영자 젠슨 황(Jensen Huang)의 한국 기업 경영진 회동 기대가 삼성전자 주가 상승을 뒷받침했다고 전했다.

노사 리스크도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삼성전자 노사는 총파업 예정 전날인 지난달 20일 밤 잠정합의안을 마련했고, 지난달 27일 임금협약을 체결했다. 총파업 고비는 넘겼지만 장기간 이어진 교섭과 성과급 논란은 시장의 부담 요인으로 작용했다. 그럼에도 투자자들은 노사 갈등보다 AI 반도체 회복 가능성에 더 큰 점수를 줬다.

SK하이닉스의 추격도 삼성전자를 자극했다. SK하이닉스는 HBM 시장을 선점하며 지난달 27일 시총 1조달러를 처음 넘어섰다. 로이터는 SK하이닉스가 삼성전자, 마이크론과 함께 AI 메모리 랠리의 중심에 섰다고 보도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시총 격차가 빠르게 좁혀지면서 국내 증시 1위 역전 가능성도 거론됐다.

삼성전자는 이날 급등으로 흐름을 바꿨다. 지난달 우선주 포함 합산 기준으로 2000조원을 넘은 데 이어 보통주 단독 기준으로도 2000조원 고지를 다시 밟았다.

그러나 다음 승부는 국내 1위 방어가 아니다. 삼성전자는 이제 TSMC와의 격차를 줄여야 한다. 시장은 삼성전자를 다시 AI 반도체 핵심주로 보기 시작했다. 삼성전자가 2000조원 기업가치를 지키려면 HBM과 파운드리에서 실적을 증명하고, TSMC 추격전의 고삐를 죄어야 한다.

 

토요경제 / 임종호 편집국장 yimjongho196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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