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포용금융, 금리 지원 넘어 생활 인프라로 넓어진다

경제·금융 / 김연수 기자 / 2026-06-15 15:02:49
KB국민·NH농협·신한·하나·우리은행, 임금체불 예방·소상공인 판로·청년·시니어·금융사기 대응 강화

은행권의 포용금융 경쟁이 금리 인하와 금융지원 중심에서 생활 밀착형 인프라로 확장되고 있다. 일용직 근로자의 임금 지급, 소상공인 판로 개척, 청년 일자리 경험, 시니어 자산관리, 금융사기 예방까지 은행의 역할이 넓어지는 흐름이다.
 

▲ 지난 9일 여의도 KB국민은행 신관에서 열린 기념행사에서 김현욱 KB국민은행 기업고객그룹 부행장(왼쪽)과 박종일 잡앤파트너 대표이사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KB국민은행]

 

KB국민은행은 일용직 중개 플랫폼 ‘일가자’와 손잡고 긱워커와 일용직 근로자를 위한 ‘체불제로 바로송금 서비스’를 출시했다. 이 서비스는 사업장이 지급할 임금을 근로자 계좌로 직접 송금하고, 인력 중개 소개요금은 직업소개소로 별도 정산하는 구조다.

핵심은 임금과 소개요금의 분리다. 기존에는 일용직 임금 지급 과정에서 정산 구조가 불명확하거나 지급 지연이 발생할 여지가 있었다. KB국민은행은 펌뱅킹을 활용해 임금이 근로자에게 바로 전달되도록 했다. 전자근로계약서, 전자서명, 전자임금명세서, 소개요금 정산, 전자계산서 발급 기능도 함께 제공한다. 우선 일가자가 보유한 전국 34만명의 일용직 근로자와 19만여개 작업 현장을 대상으로 운영된다.

▲ NH농협은행 전승현 기업성장지원부 컨설턴트(왼쪽)가 '우리보리찰보리빵' 매장을 방문해 박태준 대표(오른쪽)에게 경영컨설팅을 진행하고 있다. [NH농협은행]

 

NH농협은행은 소상공인 지원을 판로 확대와 기업금융 비대면화로 넓히고 있다. 농협은행은 기업경영컨설팅을 받은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기업경영컨설팅 연계 소상공인 판로개척 지원 사업’을 추진한다. 첫 지원 대상은 포항지역 소상공인 업체인 ‘우리보리 찰보리빵’이다. 농협은행은 NH농협카드의 ‘NH pay’와 연계해 공동구매를 진행하고, 제품 홍보와 판매 확대를 지원할 계획이다.

중소법인을 위한 비대면 기업금융 상품도 내놨다. 농협은행은 6월 15일부터 8월 14일까지 중소법인 전용 비대면 정기예금 ‘NH기업e정기예금(The Quicker)’을 특별판매한다. 1년 만기 상품으로, 기업금융 비대면 서비스 ‘더 퀴커’를 통해 법인 계좌 개설부터 예금 가입까지 처리할 수 있다. 법인당 1계좌, 최소 1000만원부터 최대 50억원까지 가입할 수 있으며 특별판매 기간에는 0.28%포인트 추가 금리를 제공한다.

▲ [신한은행]

 

신한은행은 청년과 시니어, 군 장병 고객을 동시에 겨냥했다. 신한은행은 지난 12일부터 ‘2026년 하계 체험형 청년인턴’ 50명 모집을 시작했다. 선발된 인턴은 약 4주간 연수원 교육과 영업점 근무를 통해 고객 응대, 디지털 컨시어지, 팀 프로젝트 등을 수행한다. 우수 수료자에게는 향후 일반직 신입행원 공채 지원 시 전형 일부 면제 혜택도 제공한다.

시니어 고객을 위한 상품도 확대했다. 신한은행은 15일부터 만 50세 이상 고객 대상 ‘신한 SOL메이트 정기예금’ 3차 특별판매를 진행한다. 1·2차 판매에서 각각 5000억원 한도가 열흘 만에 소진된 데 따른 후속 판매다. 3차 판매 한도도 5000억원이며, 기본금리 연 3.0%에 우대금리 0.2%포인트를 더해 최고 연 3.2% 금리를 제공한다. 공적연금 또는 사적연금 입금 조건 중 하나만 충족해도 우대금리를 받을 수 있다.

군 장병 금융 플랫폼 경쟁도 이어간다. 신한은행은 지난 12일 ‘나라사랑카드 숏폼 공모전’ 시상식을 열었다. 나라사랑카드는 3기 사업자 최초로 30만좌를 돌파했고 누적 이용금액 1000억원을 달성했다. 신한은행은 PX, 편의점, 교통 등 장병 이용 빈도가 높은 영역의 혜택을 바탕으로 고객 기반을 넓히고 있다.

▲ 하나은행은 지난 12일 하나금융그룹 명동 사옥에서 연금에 대한 전문지식을 겨루는 연금 지식 경연대회 '제3회 연금고수전' 결선 행사를 진행했다. 이호성 하나은행장(사진 오른쪽)이 1위를 차지한 동울산 지점 조주희 과장과 함께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하나은행]

 

하나은행은 연금 전문성 강화에 초점을 맞췄다. 하나은행은 전국 직원을 대상으로 제3회 ‘2026 연금고수전’ 결선 행사를 개최했다. 전국 영업점과 본부 직원 약 4600명이 온라인 예선에 참여했고, 본선 진출자 50명이 퇴직연금 제도, 연금 상품, 세무, 은퇴설계 분야에서 실무 역량을 겨뤘다. 고령화와 퇴직연금 시장 확대에 맞춰 영업점 상담 역량을 높이려는 전략이다.

▲ [우리은행]

 

우리은행은 금융사기 예방 체계 강화에 나섰다. 우리은행은 은행권 최초로 경찰 출신 금융범죄 수사 전문가를 영입했다고 밝혔다. 새로 합류한 전재홍 전 경정은 서울경찰청 동작경찰서 경무과장 출신으로, 경찰청 인터넷 국제공조과에서 7년 이상 국제 공조 수사와 사이버 금융범죄 수사를 담당했다. 우리은행은 실제 범죄 조직의 행동 패턴과 최신 수법을 분석해 사전 차단 시스템을 고도화할 계획이다.

은행권의 최근 움직임은 포용금융의 범위가 달라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과거 포용금융이 취약계층 대출, 금리 감면, 수수료 인하에 집중됐다면 이제는 고객의 생활 과정으로 들어가고 있다. 일용직 근로자는 임금을 제때 받는 구조가 필요하고, 소상공인은 판로가 필요하다. 청년은 금융권 진입 경험이 필요하고, 시니어는 안정적 자산관리가 필요하다. 고객은 금융사기로부터 보호받아야 한다.

은행의 경쟁력도 달라지고 있다. 예금과 대출 금리만으로는 차별화가 어렵다. 플랫폼, 데이터, 상담 전문성, 사기 예방 역량이 금융회사의 신뢰를 가르는 요소가 되고 있다. 포용금융은 더 이상 사회공헌의 부속 사업이 아니다. 은행이 고객의 일상과 얼마나 촘촘하게 연결돼 있는지를 보여주는 핵심 경쟁력으로 바뀌고 있다.

 

토요경제 / 김연수 기자 kys@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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