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산 美 경쟁력엔 호재, 中 물량 제3국 유입·美 추가관세는 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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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럼프 대통령 [연합뉴스] |
미국이 중국의 제조업 과잉생산을 이유로 중국산 제품에 7.5%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중국산 제품의 미국 시장 진입 비용이 높아지면 자동차·배터리·철강·기계 등에서 한국 기업이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다. 그러나 한국도 미국이 진행 중인 동일한 무역법 301조 과잉생산 조사 대상에 포함돼 있다. 중국 제품이 미국 대신 한국과 유럽·동남아 시장으로 몰릴 가능성도 있어 한국에는 수혜와 위험이 함께 들어오는 사안이다.
AP는 25일(현지시간) 복수의 관계자를 인용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중국에 7.5% 추가 관세를 매기는 방안을 마무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은 중국 기업들이 정부 지원과 과도한 생산능력을 이용해 "저가 제품으로 세계시장을 밀어내고 있다(flooding the global market with underpriced goods)"고 보고 있다. 다만 세율과 시행 여부는 아직 최종 확정되지 않았다.
로이터도 전날 블룸버그를 인용해 미국이 다음달 예정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 전에 7.5% 관세를 부과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로이터는 해당 내용을 자체 확인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AP에 따르면 백악관은 7.5% 수준이라면 미·중이 유지하고 있는 1년간의 무역 휴전을 깨지 않으면서 중국의 과잉생산 문제에 대응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새 관세는 기존 관세에 추가된다. 미국은 지난달 강제노동 제품 수입을 제대로 막지 않았다는 이유로 중국을 포함한 60개 경제권에 10~12.5%의 무역법 301조 관세를 부과했다. 이번에는 강제노동이 아니라 제조업 과잉생산을 별도의 근거로 삼는다. 자동차와 태양광, 철강, 시멘트 등 중국이 세계 시장에서 생산능력을 빠르게 늘린 산업이 주요 쟁점이다.
배경에는 중국의 내수 부진이 있다. 중국의 지난해 무역흑자는 약 1조2000억달러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최근에도 부동산 침체와 소비 부진이 이어지자 중국 제조업체들은 생산물을 해외로 돌리고 있다. 로이터 브레이킹뷰스에 따르면 지난달 중국 자동차 내수 판매는 10개월 연속 줄었지만 자동차 수출은 전년보다 약 90% 증가했다. 중국 정부는 과잉생산 주장을 부인하며 수출 증가는 기술 혁신과 규모의 경제에 따른 것이라고 맞서고 있다.
한국 기업에는 우선 미국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 개선 요인이다. 중국산 제품에 추가 관세가 붙으면 미국에서 중국과 직접 경쟁하는 한국산 배터리 소재·철강·기계·전자제품의 상대 가격은 낮아진다. 이미 관세가 높은 중국 전기차보다는 산업재와 중간재에서 효과가 더 클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중국산 물량의 우회가 더 큰 문제다. 미국 판매가 어려워지면 중국 기업은 유럽과 동남아시아, 한국 등 다른 시장으로 수출을 확대할 수 있다. 철강과 석유화학, 배터리·태양광 소재 등 이미 중국의 공급과잉 영향을 받고 있는 한국 산업은 가격 하락 압력을 더 받을 수 있다. 미국 관세가 한국 기업에 미국 시장을 열어주는 동시에 미국 밖에서는 중국과의 가격 경쟁을 더 거세게 만드는 구조다.
한국이 관세 대상에서 완전히 벗어나 있는 것도 아니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지난 3월11일 중국뿐 아니라 한국·일본·유럽연합(EU)·대만·인도 등 16개 경제권을 상대로 '구조적 과잉생산(structural excess capacity)'에 대한 무역법 301조 조사를 시작했다. USTR는 대규모 또는 지속적인 무역흑자와 가동되지 않는 생산능력 등을 조사 기준으로 제시했다. 한국은 중국과 똑같이 공식 조사대상 명단에 들어 있다.
이 점에서 미국의 중국 7.5% 관세는 한국에도 선례가 될 수 있다. 중국 조사 결과가 실제 추가 관세로 이어지면 미국이 과잉생산 조사를 새로운 관세 수단으로 사용하기 시작했다는 의미가 된다. 한국에 같은 세율이 적용된다는 뜻은 아니다. USTR도 한국 조사 결과나 추가 조치를 아직 발표하지 않았다. 다만 한국 정부와 기업은 중국 관세의 반사이익만 계산하기보다 한국을 상대로 한 301조 조사 결과를 함께 봐야 한다.
한국의 지난달 수출은 전년보다 62.8% 늘었고 중국과 미국 수출은 각각 96%, 69% 증가했다. 반도체와 AI 관련 수요가 수출을 끌어올렸다. 미·중 통상갈등이 다시 확대되면 두 최대 시장을 동시에 활용하고 있는 한국 수출 구조에 변수가 커진다.
이번 사안의 핵심은 관세율 7.5%보다 미국이 '중국의 과잉생산'을 실제 관세 부과 근거로 전환하려 한다는 점이다. 중국산의 미국 진입을 막으면 한국 기업은 미국에서 일부 이익을 얻는다. 반면 중국의 남는 물량이 세계 시장으로 더 쏟아지고 미국이 같은 논리로 한국까지 압박하면 효과는 반대로 돌아선다. 미국의 중국 관세 결정과 함께 USTR의 한국 과잉생산 조사 결과를 봐야 하는 이유다.
토요경제 / 최은별 기자 ceb@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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