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정부, 美 ‘강제노동 관세’ 정면 반박…“근거 부족, 재고해야”

국제 / 최은별 기자 / 2026-07-08 07:19:24
USTR 의견서서 12.5% 추가 관세 부당성 제기…“IEA 보고서도 한국 관련 우려 제기 안 해”
▲ 제이미슨 그리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 [연합뉴스]

 

한국 정부가 미국의 ‘강제노동 관세’ 추진에 대해 "사실적 근거가 부족하다"며 재고를 요청했다. 미국이 무역법 301조를 근거로 한국산 제품에 12.5% 추가 관세를 부과하려는 움직임에 대해, 한국은 강제노동 생산품 수입국으로 볼 근거가 없고 미국 무역에 부담을 줬다는 분석도 충분하지 않다고 반박했다. 쟁점은 강제노동 문제가 아니라, 이를 명분으로 한 미국의 포괄 관세 부과가 한국에 적용될 만큼 타당한가다.

한국 정부가 제출한 의견서의 제목은 ‘강제노동으로 생산된 상품 수입 금지 미부과 및 미집행과 관련한 여러 경제권 대상 무역법 301조 조사상 제안 조치에 대한 대한민국 정부 의견(Comments of the Government of the Republic of Korea Concerning Proposed Action in Section 301 Investigations of Various Economies Related to the Failure to Impose and Effectively Enforce a Prohibition on the Importation of Goods Produced with Forced Labor)’이다. 문서에는 사건번호 ‘USTR-2026-0265’와 제출일 ‘6일’이 명시됐다.

의견서의 핵심은 USTR 판단에 대한 정면 반박이다. 한국 정부는 “한국이 강제노동으로 생산된 제품을 수입하고 미국 무역에 부담을 주고 있다는 USTR의 결론은 사실적 근거와 충분한 분석을 결여한 것으로 보인다(appears to lack factual basis and sufficient analysis)”고 지적했다. USTR이 근거로 든 국제에너지기구(IEA) 보고서에도 한국에 대한 구체적 우려가 없다는 주장이다. 특히 의견서는 IEA 보고서 부록이 한국을 강제노동으로 생산된 폴리실리콘을 들여와 가공품을 미국에 수출한 국가로 분류하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했다.

한국 정부는 제도적 대응도 이미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의견서는 한국이 민간 부문이 강제노동 생산품을 공급망에서 배제하도록 국내 법적 체계 구축, 국제 의무 비준, 정책 협력을 추진해왔다고 설명했다. 또 한미 정상회담 공동설명자료상 약속과 관련해 “강제노동으로 생산된 제품 수입 근절을 위해 협력한다는 약속을 이행하는 데 전념하고 있다(committed to implementing the commitment to cooperate to eradicate the importation of goods produced with forced labor)”고 밝혔다.

정부는 미국 조치가 과도하다는 입장도 분명히 했다. 의견서는 “한국은 미국의 조치가 과도하고 재고돼야 하며 적절하지도, 필요하지도 않다고 본다(Korea considers the proposed action excessive, should be reconsidered, and is neither appropriate nor necessary)”고 적었다. 다만 USTR이 관세 부과가 필요하다고 판단할 경우에도 한국은 당초 제시된 12.5%보다 우호적 대우를 받아야 한다고 요청했다.

이번 사안은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로이터는 지난달 3일 미국이 강제노동 생산품 수입 차단 실패를 이유로 60개 경제권 수입품에 최대 12.5% 추가 관세를 제안했다고 보도했다. USTR은 한국, 중국, 일본, 인도 등 일부 국가에 12.5% 관세를, 유럽연합(EU)과 영국 등에는 10% 관세를 제안했다. 로이터는 USTR이 6일까지 의견을 받고 7일부터 공청회를 열기로 했다고 전했다. 


미국 내부에서도 논란이 크다. 로이터는 6일(현지시간) 민주당 소속 22개 주 법무장관들이 해당 관세안에 반대 의견을 냈다고 보도했다. 이들은 USTR이 무역법 301조 권한을 남용하고 있으며, 강제노동 차단과 포괄 관세 사이의 직접적 연결고리가 부족하다고 주장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이 관세안은 미국 수입품의 99.4%에 영향을 줄 수 있지만, 일부 품목은 예외로 두고 있어 표적 조치로 보기 어렵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한국경제에 미칠 파장은 작지 않다. 12.5% 추가 관세가 확정되면 대미 수출기업의 가격 경쟁력은 곧바로 약해진다. 일부 자동차·철강·알루미늄 등 기존 별도 관세 대상 품목이 예외에 포함될 수 있어도, 전기전자·기계·소비재·중간재 전반에는 불확실성이 커진다. 한국 정부가 이번 의견서에서 IEA 보고서와 공급망 관리 체계를 조목조목 반박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강제노동 방지는 국제적 원칙이지만, 그 명분이 한국산 제품 전체를 압박하는 포괄 관세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는 메시지다.

토요경제 / 최은별 기자 ceb@sateconomy.co.kr 

 

[ⓒ 토요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뉴스댓글 >

    많이 본 기사

    1
    금융위, 금융사 외부접속 '원칙 차단'…KB국민·NH농협 등 보안점검 강화

    금융위, 금융사 외부접속 '원칙 차단'…KB국민·NH농협 등 보안점검 강화

    금융당국이 금융권 연쇄 침해사고에 대응해 불필요한 외부접속을 원칙적으로 차단하도록 했다. 이미 공유된 공격정보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아 유사 사고가 발생하면 금융회사에 책임을 묻기로 했다.4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금융감독원과 금융보안원, 금융업권별 협회, 주요 금융회사 등이 참석한 가운데 '전 금융권 긴급 점검

    2
    포스코이앤씨, 역촌역세권 5874억 수주…도시정비 4조4565억

    포스코이앤씨, 역촌역세권 5874억 수주…도시정비 4조4565억

    포스코이앤씨가 서울 은평구 역촌역세권 재개발 시공권을 확보하며 올해 도시정비사업 수주 목표에 한 걸음 더 다가섰다. 남은 승부처는 목동과 오금현대 등 4분기 서울 대형 정비사업이다.3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역촌역세권(대조동) 장기전세주택 도시정비형 재개발정비사업조합은 이날 임시총회를 열고 포스코이앤씨를 시공사로 최종 선정했다. 시공사 선정 안건에는 287명이

    3
    한화투자증권, 9000억 자본확충…종투사 직행 아닌 ‘이중 포석’

    한화투자증권, 9000억 자본확충…종투사 직행 아닌 ‘이중 포석’

    한화투자증권(대표 장병호)이 최대 9000억원 규모의 자본확충에 나선다. 다만 전액이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 지정에 필요한 자기자본으로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5000억원 유상증자로 종투사 진입 기반을 넓히고, 최대 4000억원의 신종자본증권으로 재무 완충력을 보강하는 구조다.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화투자증권은 지난달 30일 이사회를 열고 5000

    4
    현대차 신형 투싼, 美·英 매체 호평…“콘셉트카 아닌 양산차”

    현대차 신형 투싼, 美·英 매체 호평…“콘셉트카 아닌 양산차”

    현대자동차가 신형 투싼의 글로벌 사양을 공개하자 미국과 영국 등 주요 자동차 매체들이 과감한 디자인과 넓어진 공간, 개선된 하이브리드 효율에 주목하며 긍정적인 평가를 잇따라 내놓고 있다.3일 현대차와 외신을 종합하면 현대차는 지난 1일 미국 뉴욕에서 5세대 신형 투싼을 공개했다. 2004년 첫선을 보인 투싼은 지금까지 글로벌 누적 판매 1110만대를 넘어선

    5
    신한·KB국민·하나 뚫은 해킹, 은행 '본체' 아닌 주변부 노려

    신한·KB국민·하나 뚫은 해킹, 은행 '본체' 아닌 주변부 노려

    최근 금융권에서 잇따른 해킹 사고는 인터넷뱅킹이나 계정계보다 대출모집인·임직원 등이 사용하는 외부 업무시스템에 집중됐다. 금융당국도 외부 웹페이지와 서버를 보안 사각지대로 지목하면서 금융권의 보안 점검 범위가 핵심 전산망에서 외부 접점으로 확대되고 있다.5일 금융당국과 금융권에 따르면 현재 정보유출이 확인된 곳은 신한·KB국민·하나·BNK부산은행과 현대캐피

    S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