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호 칼럼] 전기차 막히자 ESS 열려…K배터리, 두 번째 본업 만들어야

오피니언 / 임종호 기자 / 2026-09-10 11:07:40

▲ 임종호 토요경제신문 편집국장
K배터리의 다음 승부는 전기차 시장 회복을 기다리는 데 있지 않다. 에너지저장장치(ESS)를 전기차 배터리에 이은 두 번째 본업으로 키워야 한다.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의 ESS 전환은 남는 생산설비를 활용하는 임시방편이 아니라 전력산업의 구조 변화에 올라타는 전략이어야 한다.

 


국내에서도 시장이 열린다. 전력거래소는 지난 7월 29일 '2026년 ESS 중앙계약시장 사업자 간담회'에서 늦어도 9월 시장을 공고하겠다고 밝혔다. 10일 현재 본공고는 나오지 않았다. 기존 정부 계획상 2028년 도입분은 육지 500MW와 제주 40MW 등 540MW다.

세계 시장을 보면 방향은 더 선명하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Batteries and Secure Energy Transitions' 2026 보고서에서 재생에너지 확대를 감당하려면 세계 에너지저장 용량이 2030년까지 현재의 6배인 1500GW로 늘어야 한다고 분석했다. 이 가운데 배터리 저장장치가 1200GW를 차지할 것으로 봤다. ESS는 전기차 부진을 메우는 틈새시장이 아니라 전력망의 핵심 설비로 이동하고 있다는 얘기다.

AI도 이 시장을 밀어 올린다. IEA는 올해 발표한 'Key Questions on Energy and AI'에서 세계 데이터센터 전력소비가 2025년 485TWh에서 2030년 950TWh로 거의 두 배 늘고, AI 전용 데이터센터의 전력소비는 같은 기간 세 배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AI 연산은 순간적인 전력 부하 변동이 커 배터리 저장장치가 전력 안정성 확보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분석했다.

가격 경쟁력도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 BloombergNEF에 따르면 4시간용 배터리 저장 프로젝트의 균등화발전비용(LCOE)은 지난해 1MWh당 78달러로 1년 만에 27% 떨어졌다. 배터리 가격 하락과 시스템 설계 개선이 동시에 작용했다. ESS가 가스발전의 피크 대응 기능까지 일부 대체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국내 3사도 움직이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의 상반기 ESS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4.6배 증가했고 매출 비중도 20% 후반까지 올라왔다. 삼성SDI는 ESS와 AI 데이터센터용 전원 수요 확대 속에 2분기 2038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7분기 만에 흑자로 돌아섰다. SK온도 북미를 중심으로 ESS 수주 확대에 나서고 있다.

다만 ESS는 전기차 배터리와 경쟁 방식이 다르다. 전기차에서는 에너지밀도와 주행거리가 중요하지만 고정형 ESS에서는 kWh당 원가와 충·방전 수명, 열폭주 안전성, 왕복효율이 더 중요하다. 배터리 셀만 잘 만들어서는 부족하다. 전력변환장치(PCS)와 에너지관리시스템(EMS), 화재관리 기술까지 하나의 시스템으로 묶어야 한다.

이 대목이 K배터리의 숙제다. 중국 업체들이 가격 경쟁력이 높은 LFP 배터리를 앞세워 ESS 시장에서 강한 지배력을 보이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이 단순 가격 경쟁으로 맞붙는다면 승산은 떨어진다. 안전성과 긴 수명, 현지 생산망, 전력망 운영기술을 묶어 시스템 경쟁으로 판을 바꿔야 한다.

전기차 캐즘은 위기였다. 그러나 제조업의 경쟁력은 시장이 변했을 때 이미 지은 공장의 쓰임과 축적한 기술의 용도를 바꿀 수 있느냐에서 갈린다.

배터리 산업이 자동차만 바라볼 때가 아니다. AI 데이터센터와 재생에너지 뒤에는 거대한 전력 저장시장이 열리고 있다. K배터리가 ESS를 두 번째 본업으로 만들 수 있다면 전기차 캐즘은 위기의 기록이 아니라 사업구조를 넓힌 전환점으로 남을 수 있다.

 

토요경제 / 임종호 기자 yimjongho196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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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호 기자 안녕하세요. 토요경제 임종호 편집국장입니다. 경제·산업의 주요 이슈를 깊이 있게 해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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