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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이란의 종전 MOU 체결 기대감으로 15일(현지시간) 국제유가가 5% 가까이 급락하면서 국내 정유·항공·석유화학 업계의 손익계산서가 엇갈리고 있다.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제주항공, 티웨이항공, 진에어 등 항공사는 유류비 부담 완화가 기대된다. 반면 SK에너지, GS칼텍스, S-OIL, HD현대오일뱅크 등 정유사는 단기 재고평가손실을 피하기 어렵다. LG화학, 롯데케미칼, 한화솔루션, 금호석유화학 등 석유화학 업체는 원료값 하락이라는 호재와 제품가격 하락이라는 부담을 동시에 안게 됐다.
이날 국제 석유시장에서 8월 인도분 브렌트유는 전 거래일보다 4.9% 하락한 배럴당 83.2달러에 마감했다. 7월 인도분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도 4.8% 내린 배럴당 80.75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브렌트유와 WTI 모두 지난 3월10일 이후 약 3개월 만의 최저 수준이다. 시장은 지난 14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밝힌 호르무즈 해협 개방 가능성과 오늘 19일(현지시간) 정식 서명 일정을 유가에 먼저 반영했다.
16일 국내 산업계에서는 항공업을 첫 수혜 업종으로 꼽았다. 항공사는 유류비가 영업비용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 대한항공은 연간 약 3050만배럴의 항공유를 사용하는 구조다. 유가가 배럴당 1달러 움직이면 연간 약 3050만달러의 손익 변동이 생긴다. 이번처럼 유가가 단기간에 4~5% 내려가면 비용 부담 완화 효과가 곧바로 나타날 수 있다.
대한항공은 장거리 노선과 대형기 운항 비중이 높아 유가 하락의 민감도가 크다. 아시아나항공도 통합 절차와 재무구조 개선이 맞물린 상황에서 유가 안정은 비용 통제에 긍정적이다. 제주항공, 티웨이항공, 진에어, 에어부산 등 저비용항공사도 단거리 국제선 회복 국면에서 유류비 하락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다만 유류할증료 하락이 운임 인하 압력으로 이어지면 실적 개선 폭은 제한될 수 있다.
정유업계는 상황이 다르다. SK이노베이션의 정유 자회사 SK에너지, GS칼텍스, S-OIL, HD현대오일뱅크는 유가 하락기에 재고평가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정유사는 원유를 들여온 뒤 정제와 판매까지 시차가 있다. 비싸게 산 원유와 석유제품 재고의 시장가치가 낮아지면 회계상 손실이 반영된다. 15일 유가 급락은 2분기 말 실적 변동성을 키우는 변수다.
다만 16일 현재 정유사 실적을 단순히 악재로만 볼 수는 없다. 핵심은 정제마진이다. 원유 가격보다 휘발유, 경유, 항공유 등 석유제품 가격이 덜 떨어지면 정유사는 가공마진을 방어할 수 있다. 반대로 제품 수요가 약해져 정제마진까지 꺾이면 재고손실과 본업 수익성 둔화가 동시에 나타난다. SK에너지와 GS칼텍스는 정제마진과 재고관리 능력이 관건이고, S-OIL은 정유와 석유화학 양쪽의 스프레드를 함께 봐야 한다. HD현대오일뱅크도 유가 하락폭보다 제품가격 방어 여부가 중요하다.
석유화학 업계도 셈법이 복잡하다. 16일 기준 LG화학, 롯데케미칼, 한화솔루션, 금호석유화학, 대한유화, 여천NCC 등은 원료인 나프타 가격 하락을 기대할 수 있다. 나프타는 에틸렌, 프로필렌 등 기초유분 생산의 핵심 원료다. 국제유가가 내려가면 나프타 가격도 낮아질 가능성이 크다. 이는 원가 부담 완화 요인이다.
문제는 제품가격이다. 2024년 이후 국내 석유화학 업계는 중국발 공급과잉과 수요 둔화로 수익성 압박을 받아왔다. 나프타 가격이 떨어져도 에틸렌, 폴리에틸렌, 합성수지 가격이 더 빨리 하락하면 스프레드는 개선되지 않는다. 롯데케미칼과 대한유화는 NCC 가동률과 에틸렌 스프레드가 핵심이고, LG화학은 기초소재 수익성과 배터리 소재 흐름을 함께 봐야 한다. 한화솔루션은 석유화학과 태양광 부문의 동시 변수가 있고, 금호석유화학은 합성고무와 합성수지 가격 흐름이 실적을 가른다.
결국 15일 유가 급락의 산업별 효과는 업종마다 다르게 나타난다. 항공은 가장 직접적인 수혜 업종이다. 정유는 단기 재고손실 위험이 먼저 반영된다. 석유화학은 원가 하락 효과보다 제품 스프레드 회복 여부가 더 중요하다.
오는 19일(현지시간) 미·이란 MOU 정식 서명 이후 호르무즈 해협 개방과 이란산 원유 수출 재개가 실제로 진행되면 유가 안정 흐름은 이어질 수 있다. 그러나 합의 이행이 지연되거나 중동 정세가 다시 흔들리면 유가는 재차 반등할 수 있다. 6월 말 2분기 실적 마감을 앞둔 국내 기업들은 당분간 유가, 환율, 제품가격이라는 세 변수를 동시에 관리해야 하는 국면에 들어섰다.
토요경제 / 임종호 기자 yimjongho196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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