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전 MOU에 유가 5% 급락…정유·항공·화학 희비 갈린다

산업 / 임종호 기자 / 2026-06-17 10:41:36
15일 국제유가 3개월 만의 최저권…대한항공·제주항공은 비용 완화, SK에너지·S-OIL은 재고손실 변수
▲ 기사를 바탕으로 생성된 Ai이미지

 

미국과 이란의 종전 MOU 체결 기대감으로 15일(현지시간) 국제유가가 5% 가까이 급락하면서 국내 정유·항공·석유화학 업계의 손익계산서가 엇갈리고 있다.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제주항공, 티웨이항공, 진에어 등 항공사는 유류비 부담 완화가 기대된다. 반면 SK에너지, GS칼텍스, S-OIL, HD현대오일뱅크 등 정유사는 단기 재고평가손실을 피하기 어렵다. LG화학, 롯데케미칼, 한화솔루션, 금호석유화학 등 석유화학 업체는 원료값 하락이라는 호재와 제품가격 하락이라는 부담을 동시에 안게 됐다.

이날 국제 석유시장에서 8월 인도분 브렌트유는 전 거래일보다 4.9% 하락한 배럴당 83.2달러에 마감했다. 7월 인도분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도 4.8% 내린 배럴당 80.75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브렌트유와 WTI 모두 지난 3월10일 이후 약 3개월 만의 최저 수준이다. 시장은 지난 14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밝힌 호르무즈 해협 개방 가능성과 오늘 19일(현지시간) 정식 서명 일정을 유가에 먼저 반영했다.

16일 국내 산업계에서는 항공업을 첫 수혜 업종으로 꼽았다. 항공사는 유류비가 영업비용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 대한항공은 연간 약 3050만배럴의 항공유를 사용하는 구조다. 유가가 배럴당 1달러 움직이면 연간 약 3050만달러의 손익 변동이 생긴다. 이번처럼 유가가 단기간에 4~5% 내려가면 비용 부담 완화 효과가 곧바로 나타날 수 있다.

대한항공은 장거리 노선과 대형기 운항 비중이 높아 유가 하락의 민감도가 크다. 아시아나항공도 통합 절차와 재무구조 개선이 맞물린 상황에서 유가 안정은 비용 통제에 긍정적이다. 제주항공, 티웨이항공, 진에어, 에어부산 등 저비용항공사도 단거리 국제선 회복 국면에서 유류비 하락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다만 유류할증료 하락이 운임 인하 압력으로 이어지면 실적 개선 폭은 제한될 수 있다.

정유업계는 상황이 다르다. SK이노베이션의 정유 자회사 SK에너지, GS칼텍스, S-OIL, HD현대오일뱅크는 유가 하락기에 재고평가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정유사는 원유를 들여온 뒤 정제와 판매까지 시차가 있다. 비싸게 산 원유와 석유제품 재고의 시장가치가 낮아지면 회계상 손실이 반영된다. 15일 유가 급락은 2분기 말 실적 변동성을 키우는 변수다.

다만 16일 현재 정유사 실적을 단순히 악재로만 볼 수는 없다. 핵심은 정제마진이다. 원유 가격보다 휘발유, 경유, 항공유 등 석유제품 가격이 덜 떨어지면 정유사는 가공마진을 방어할 수 있다. 반대로 제품 수요가 약해져 정제마진까지 꺾이면 재고손실과 본업 수익성 둔화가 동시에 나타난다. SK에너지와 GS칼텍스는 정제마진과 재고관리 능력이 관건이고, S-OIL은 정유와 석유화학 양쪽의 스프레드를 함께 봐야 한다. HD현대오일뱅크도 유가 하락폭보다 제품가격 방어 여부가 중요하다.

석유화학 업계도 셈법이 복잡하다. 16일 기준 LG화학, 롯데케미칼, 한화솔루션, 금호석유화학, 대한유화, 여천NCC 등은 원료인 나프타 가격 하락을 기대할 수 있다. 나프타는 에틸렌, 프로필렌 등 기초유분 생산의 핵심 원료다. 국제유가가 내려가면 나프타 가격도 낮아질 가능성이 크다. 이는 원가 부담 완화 요인이다.

문제는 제품가격이다. 2024년 이후 국내 석유화학 업계는 중국발 공급과잉과 수요 둔화로 수익성 압박을 받아왔다. 나프타 가격이 떨어져도 에틸렌, 폴리에틸렌, 합성수지 가격이 더 빨리 하락하면 스프레드는 개선되지 않는다. 롯데케미칼과 대한유화는 NCC 가동률과 에틸렌 스프레드가 핵심이고, LG화학은 기초소재 수익성과 배터리 소재 흐름을 함께 봐야 한다. 한화솔루션은 석유화학과 태양광 부문의 동시 변수가 있고, 금호석유화학은 합성고무와 합성수지 가격 흐름이 실적을 가른다.

결국 15일 유가 급락의 산업별 효과는 업종마다 다르게 나타난다. 항공은 가장 직접적인 수혜 업종이다. 정유는 단기 재고손실 위험이 먼저 반영된다. 석유화학은 원가 하락 효과보다 제품 스프레드 회복 여부가 더 중요하다.

오는 19일(현지시간) 미·이란 MOU 정식 서명 이후 호르무즈 해협 개방과 이란산 원유 수출 재개가 실제로 진행되면 유가 안정 흐름은 이어질 수 있다. 그러나 합의 이행이 지연되거나 중동 정세가 다시 흔들리면 유가는 재차 반등할 수 있다. 6월 말 2분기 실적 마감을 앞둔 국내 기업들은 당분간 유가, 환율, 제품가격이라는 세 변수를 동시에 관리해야 하는 국면에 들어섰다.

 

토요경제 / 임종호 기자 yimjongho1969@gmail.com 

 

[ⓒ 토요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임종호 기자
임종호 기자 안녕하세요. 토요경제 임종호 편집국장입니다. 경제·산업의 주요 이슈를 깊이 있게 해설하겠습니다.
기자 페이지

관련기사

해석 다른 MOU…미국 ‘조건부 합의’vs 이란 ‘봉쇄 해제 승리’2026.06.16
현대차는 파업 전운, 기아는 美 리콜…현대차그룹의 불안한 뒷면2026.06.16
뉴스댓글 >

    많이 본 기사

    1
    롯데웰푸드·해태제과, 장수과자에 ‘방송·카페’ 입혀

    롯데웰푸드·해태제과, 장수과자에 ‘방송·카페’ 입혀

    롯데웰푸드와 해태제과가 장수 제품에 방송과 카페 트렌드를 접목한 신제품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롯데웰푸드는 예능 속 디저트를 찰떡아이스로 구현했고, 해태제과는 인기 과자에 라떼와 밀크티 풍미를 더했다.14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롯데웰푸드가 tvN 예능 ‘우주떡집’과 협업한 ‘찰떡아이스 IN 우주떡집 흑임자인절미’ 초도 물량 약 50만개는 출시 닷새 만에 팔렸

    2
    현대차 HMGMA 80만대 검토, 다음은 부품…모비스·트랜시스 증설 주목

    현대차 HMGMA 80만대 검토, 다음은 부품…모비스·트랜시스 증설 주목

    현대자동차가 미국 조지아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의 생산능력을 최대 80만대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면서 다음 과제는 완성차 조립라인보다 부품 공급망으로 옮겨가고 있다. 현재 HMGMA에 붙어 있는 현대모비스의 배터리시스템·주요 모듈 생산능력은 연 30만대, 현대트랜시스 시트는 42만대 규모다. 현대제철의 현지 강판 가공능력도 향후 40만대분까지

    3
    KB·신한·하나·우리·NH, '비은행 효자'의 반전…중요한 건 '조달금리'

    KB·신한·하나·우리·NH, '비은행 효자'의 반전…중요한 건 '조달금리'

    상반기 금융지주의 실적을 끌어올린 비은행 계열사가 하반기에는 조달 경쟁력을 증명해야 할 상황에 놓였다. 증권·카드·캐피탈의 이익 비중이 커진 가운데 시장금리 상승이 이어지면 자금을 얼마나 싸게 조달하느냐가 그룹 수익성의 새로운 변수가 된다.17일 금융권에 따르면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16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려 연 3.75∼4.00%로 조정했다.

    4
    현대엔지니어링, 상반기 수주잔고 28.1조…반년 새 14.3% 증가

    현대엔지니어링, 상반기 수주잔고 28.1조…반년 새 14.3% 증가

    현대엔지니어링의 수주잔고가 올 상반기 28조원대로 다시 늘었다. 국내 주택·인프라 부문의 신규 수주를 잠정 중단한 상황에서 해외 플랜트와 에너지·산업시설이 신규 일감을 보완했다. 다만 2024년 말 수준까지 회복한 것은 아니다.17일 관련 공시와 업계 자료에 따르면 현대엔지니어링의 6월 말 수주잔고는 28조1491억원으로 지난해 말 24조6261억원보다 3

    5
    이형일 “긴축 공감, 재정은 성장투자”…은행·증권·반도체 정책 갈림길

    이형일 “긴축 공감, 재정은 성장투자”…은행·증권·반도체 정책 갈림길

    이형일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후보자가 15일 통화 긴축과 가계부채 관리를 이어가면서도 재정은 성장동력 확충과 취약계층 지원에 적극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이 후보자는 자본시장 정책에서는 투자자 보호를, 대미 투자에서는 기존 합의 한도 준수를 강조했다. 차기 경제팀의 선택에 따라 삼성전자·SK하이닉스,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증권사, 현대차·L

    S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