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관위 수사, 서버 확보 뒤 실무진 소환 수순…국정조사·특검 공방도 본격화

정치·사회 / 조봉환 기자 / 2026-06-15 10:06:18
합수본, 중앙선관위 내부 메신저·결재 내역 확보…고위급 출국금지 속 책임 규명 확대
▲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수사 중인 검·경 합동수사본부 관계자들이 11일 서울 송파구선거관리위원회에서 압수수색을 마친 뒤 압수품을 차에 싣고 있다. [연합뉴스]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 수사가 선관위 내부 의사결정 라인을 향하고 있다. 검경 합동수사본부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서버 압수수색을 마무리하고 내부 메신저, 결재 내역, 회의 자료, 투표용지 인쇄 계획 등을 분석 중이다. 수사의 핵심은 투표용지 인쇄 물량을 유권자 수의 50% 수준으로 줄인 결정이 어떻게 내려졌고, 부족 사태가 발생한 뒤 보고와 대응이 왜 늦어졌는지다.

합수본은 지난 11일 중앙선관위와 서울시선관위, 송파·강남·서초·광진·동작구선관위 등 7곳을 압수수색했다. 영장에는 공직선거법 위반, 직무유기, 업무상 횡령·배임 등 혐의가 적시된 것으로 알려졌다. 합수본은 우선 각 구 선관위 실무자들을 참고인으로 불러 현장 상황을 재구성한 뒤, 노태악 전 중앙선관위원장 등 윗선 조사로 확대할 전망이다.

고위급 인사에 대한 신병 관리도 시작됐다. 법무부는 노태악 전 중앙선관위원장과 허철훈 전 사무총장 등 일부 고위 간부를 출국금지했다. 경찰은 앞서 직무유기와 공직선거법 위반 등 혐의를 받는 피의자 14명 전원에 대해 출국금지를 요청했지만, 일부에 대해서만 조치가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합수본은 검찰 12명, 경찰 15명 등 총 27명 규모로 꾸려졌다.

선관위 자체 조사에서도 관리 부실은 확인됐다. 중앙선관위는 투표 당일 추가 투표용지를 보낸 투표소가 140곳이고, 실제 투표용지가 부족했던 곳은 91곳이라고 밝혔다. 이 가운데 26곳에서는 투표가 일시 중단됐다가 재개됐다. 애초 선관위가 밝힌 부족 투표소 50곳보다 크게 늘어난 수치다. 선관위는 10일부터 19일까지 외부 인사로 구성된 진상규명위원회를 운영해 인쇄·배정·수급 관리, 초동 조치, 보고 체계를 조사하고 있다.

국회도 국정조사 국면으로 들어갔다. 여야가 각각 제출한 국정조사 요구서는 지난 11일 본회의에 보고됐다. 민주당은 투표용지 인쇄 수량 산정 기준, 현장 조치 적정성, 선거관리 시스템 개혁과 재발 방지 대책을 조사 범위로 제시했다. 국민의힘은 여기에 더해 투·개표 동시 진행, 개표 중단 거부 결정, 참정권 침해 규모 전수조사, 투표 종료 전 출구조사 발표 경위까지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위 구성과 특검 도입 여부는 여전히 쟁점이다. 민주당은 의석 비율에 따른 특위 구성을 주장하며 국정조사와 합수본 수사 결과를 지켜본 뒤 특검을 검토하자는 입장이다. 반면 국민의힘은 여야 동수 특위와 야당 위원장 배정, 특검 병행을 요구하고 있다.

대통령실도 책임 규명과 선 긋기를 동시에 주문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유럽 순방 중 화상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참정권 침해 문제 제기는 수용해야 한다면서도, 이를 부정선거 음모론으로 확산시키는 것은 본질을 왜곡하는 행태라고 지적했다. 선관위에는 국정조사 협조를, 합수본에는 성역 없는 책임 규명을 주문했다.

이번 사태는 단순 행정 착오를 넘어 선거관리 시스템 전반의 신뢰 위기로 번졌다. 쟁점은 네 가지다. 첫째, 누가 투표용지 인쇄 물량 축소를 결정했는가. 둘째, 현장 부족 가능성을 언제 알았는가. 셋째, 보고와 추가 공급이 왜 늦어졌는가. 넷째, 책임 규명이 선거 불신과 음모론 확산을 차단할 만큼 투명하게 이뤄질 수 있는가다.

노태악 전 위원장과 허철훈 전 사무총장이 사의를 표명했지만, 사태는 사퇴만으로 정리되기 어려워졌다. 수사와 국정조사는 선관위의 조직 책임, 제도 개선, 참정권 침해 구제 문제까지 함께 다룰 가능성이 크다. 선관위가 독립기관이라는 이유로 감시 사각지대에 있었는지, 선거관리 체계를 외부 검증이 가능한 구조로 바꿀 수 있는지가 다음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토요경제 / 조봉환 기자 ceo@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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