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 칼럼] 집값 잡겠다며 대출 조였더니 수요는 옆 동네로…규제의 풍선효과

오피니언 / 조봉환 기자 / 2026-09-15 09:45:39
▲ 조봉환 토요경제신문 발행인 겸 대표이사
정부는 집값을 단기간에 잡을 수 있다는 욕심부터 버려야 한다. 대출 규제는 과열을 식히는 데 필요하지만 주택 수요 자체를 없애지는 못한다. 비싼 지역을 누르면 상대적으로 싼 곳으로, 규제지역을 묶으면 다른 주택과 지역으로 수요가 이동한다. 부동산 처방을 두고 ‘백약이 무효’라는 말이 반복되는 것도 이런 이유다.

규제 효과가 없다는 얘기는 아니다. 지난 8월 전 금융권 가계대출 증가액은 2조6000억원으로 7월 6조4000억원보다 크게 줄었다. 과도한 레버리지를 막고 가계부채 증가 속도를 낮춘 효과는 분명하다.

그러나 같은 기간 주택담보대출 증가액은 3조6000억원에서 4조3000억원으로 오히려 커졌다. 전체 대출 증가세가 꺾였다고 주택 수요까지 사라졌다고 볼 수 없는 이유다.

가격 움직임도 비슷하다. 한국부동산원 조사에서 지난 7일 기준 서울 아파트값은 한 주간 0.20% 올랐다. 강남구는 0.35%, 서초구는 0.30%, 송파구는 0.02% 떨어졌다. 반면 강북구는 0.46%, 도봉·서대문구는 각각 0.43%, 성북구 0.42%, 관악구 0.41% 올랐다.

강남의 열기는 식었지만 수요 일부가 상대적으로 가격 부담이 낮은 지역으로 옮겨가는 모습이다.

지난 7월 투기과열지구와 조정대상지역으로 추가 지정된 화성 동탄구와 용인 기흥구, 구리도 마찬가지다. 규제 이후 거래는 위축됐지만 9월 첫째 주 아파트값은 기흥구 0.33%, 동탄구 0.22%, 구리 0.21% 각각 올랐다. 소형·중저가 주택으로 매수세가 이동하는 현상도 나타났다.

다만 이를 모두 대출 규제 탓으로 돌릴 수는 없다. 주택가격은 금리와 대출, 공급, 세제, 교통망, 직주근접, 향후 가격 기대가 함께 움직인다. 동탄과 기흥처럼 산업·교통 호재가 있는 지역의 상승까지 하나의 원인으로 설명하면 또 다른 오판을 낳는다.

실수요자의 자금 경색도 살펴야 한다. 지난 8월 전국 아파트 입주율은 59.5%로 전월보다 8.6%포인트 하락했다. 미입주 이유 중 잔금대출 미확보가 37.2%로 가장 많았다. 투기 목적의 대출을 막는 것과 이미 분양받은 집에 들어갈 실수요자의 잔금까지 막히는 것은 다른 문제다.

그렇다고 대출 규제를 풀자는 얘기도 아니다. 가계부채가 큰 한국에서 대출을 다시 무분별하게 늘리면 집값과 부채가 서로 끌어올리는 악순환으로 돌아갈 수 있다. 투기적 수요와 과도한 차입은 계속 관리해야 한다.

문제는 속도전이다.

정부가 지난달 13일 대출 규제를 유지하면서 수도권 23만호+α 추가 공급과 실수요자 금융지원을 함께 내놓은 것은 그래서 방향이 맞다. 결국 집값은 금융만으로 잡을 수 없다. 사람들이 원하는 곳에 실제 입주할 집이 나온다는 확신을 줘야 한다.

공급도 발표 숫자로 끝나서는 안 된다. 어느 땅에 언제 착공하고 언제 입주하는지를 시장이 믿어야 한다. 공급에 대한 믿음이 생기면 내일 더 오를까 두려워 오늘 무리하게 집을 사는 수요도 줄어든다.

역대 정부가 부동산에서 숱하게 경험했다. 한쪽을 누르면 다른 쪽이 튀어나왔고, 강한 규제 뒤에는 종종 예상하지 못한 부작용이 따라왔다. 그래서 부동산 정책에는 특효약도, 단기 승부도 없다.

대출 규제는 브레이크다. 브레이크는 필요하지만 브레이크만 밟아서는 목적지에 갈 수 없다. 공급을 늘리고 실수요자의 금융 통로를 열어두며 세제와 금리, 지역별 수요 이동까지 함께 봐야 한다.

집값을 단기간에 잡았다는 성과보다 중요한 것은 몇 년 뒤에도 시장이 안정돼 있는가다. 부동산 정책은 백약이 무효라는 체념으로 끝낼 일이 아니다. 백약 가운데 무엇을 언제, 얼마나 써야 하는지 끈기 있게 조정하는 일이다.

 

토요경제 / 조봉환 발행인 ceo@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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