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량 교환돼도 가온전선 지분 81.62%→75.40%
부채비율 373.8% 속 투자 확대…현금이자 없는 자금조달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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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S전선 직원이 세계 최대 송전 용량인 500kV급 HVDC 케이블이 투입되는 '동해안-신가평' 시공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LS전선] |
LS전선(구본규 대표이사)이 가온전선 지분을 활용해 북미 투자재원을 마련한다. 현금이자 부담은 낮추고 지배력은 유지하는 구조다.
15일 토요경제가 LS전선의 제34회 사모 교환사채 발행 결정을 분석한 결과, 발행액은 5000억원이다. 납입 예정일은 오는 11월 9일, 만기는 2031년 11월 9일이다. 표면이자율과 만기이자율은 모두 연 0%로 별도 현금이자를 지급하지 않는다.
교환 대상은 LS전선이 보유한 가온전선 보통주 185만1851주다. 가온전선 전체 발행주식 2977만7607주의 약 6.22%다. 최초 교환가는 주당 27만원으로 이사회 결의 직전 거래일인 지난 9일 기준주가의 103.64% 수준이다.
주가 하락만을 이유로 교환가격을 낮추는 하향 리픽싱(주가 하락 등에 따라 교환가격을 낮추는 조정) 조항도 없다. 다만 유상·무상증자나 주식분할 등 공시에 정한 사유가 발생하면 교환가격은 조정될 수 있다.
이번 조달에서 눈에 띄는 대목은 LS전선이 가온전선 지배력을 상당 부분 유지한다는 점이다.
최근 공시 기준 LS전선은 가온전선 주식 2430만3051주, 81.62%를 보유하고 있다. 이번 교환 대상 주식이 향후 모두 투자자에게 넘어가더라도 지분율은 약 75.40%가 된다. 최대주주 지위를 유지하는 데는 큰 변화가 없다는 얘기다.
일반적인 신주 발행과도 다르다. 이번 EB는 가온전선이 새로운 주식을 찍어내는 것이 아니라 LS전선이 이미 갖고 있는 가온전선 주식을 투자자에게 넘기는 구조다. 교환권이 행사되더라도 가온전선의 발행주식 수가 늘어나지 않는다. 대신 LS전선의 가온전선 보유지분이 최대 6.22%포인트 낮아진다.
이자율 0%를 ‘공짜 자금’으로 해석해서도 안 된다.
LS전선이 채권자에게 지급하는 계약상 이자는 없지만 투자자는 가온전선 주식으로 바꿀 권리를 갖는다. 가온전선 주가가 교환가격보다 충분히 오르면 투자자는 교환을 통해 주가 상승에 따른 이익을 얻을 수 있다. 현금이자를 지급하지 않는 대신 가온전선의 향후 기업가치 상승 가능성을 투자자에게 제공한 구조다.
상환 위험도 남아 있다. 사채권자는 발행 3년 뒤인 2029년 11월부터 일정 조건에 따라 풋옵션(투자자가 조기상환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을 행사할 수 있다. 교환되지 않은 사채는 만기에 원금 상환 대상이 된다. 반대로 가온전선 주가가 공시에 정한 수준 이상으로 오르면 LS전선도 콜옵션(발행사가 사채를 조기상환할 수 있는 권리)을 행사할 수 있다.
LS전선이 이런 방식을 택한 배경에는 빠르게 커지는 투자 규모에 있다.
공시에 따르면 조달 예정인 5000억원은 북미 투자와 신규 사업 등에 사용한다. 올해 4000억원, 2027년 1000억원을 집행할 계획이다. 전체 자금의 80%가 올해 투입되는 만큼 자금조달 시점과 투자 시점도 맞물려 있다.
실적은 성장하고 있다. LS전선의 올해 상반기 연결 매출은 4조5232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8.0% 늘었고 영업이익은 2384억원으로 44.0% 증가했다. AI 데이터센터와 초고압·해저케이블 등 글로벌 전력 인프라 수요 확대가 성장세를 뒷받침하고 있다.
반면 투자 확대에 따른 재무 부담은 함께 살펴볼 부분이다. 6월 말 연결 기준 자산은 10조4838억원, 순차입금은 2조8299억원이며 부채비율은 373.8%다. 지난해 말보다 부채비율이 높아진 상황에서 일반 차입이나 고정금리 채권보다 현금이자가 없는 EB를 선택한 것은 추가적인 이자 지출을 억제하면서 투자 속도를 유지하려는 선택으로 볼 수 있다.
조달수단으로 활용한 가온전선의 기업가치가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는 점도 중요하다.
가온전선의 상반기 매출은 1조6330억원, 영업이익은 640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각각 27.3%, 41.8% 증가했다. 미국 AI 데이터센터를 중심으로 전력 인프라 수요가 늘면서 북미 사업도 확대하고 있다.
결국 이번 5000억원 EB의 핵심은 단순한 ‘0% 금리’가 아니다. LS전선은 가치가 높아진 가온전선 보유주식 가운데 6.22%를 자금조달 수단으로 활용해 당장의 현금이자 부담을 낮췄다. 전량 교환돼도 가온전선 지분 75% 이상을 확보해 경영권에 미치는 영향도 제한했다.
앞으로 볼 숫자는 교환가 27만원과 2029년이다. 가온전선의 기업가치가 교환가를 뒷받침하면 투자자의 교환권 행사가 가능해지고 LS전선은 현금상환 부담을 줄일 수 있다. 반대로 교환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으면 2029년부터 조기상환 청구 가능성이 열리는 만큼 유동성 관리가 다시 중요해진다.
LS전선은 이번 조달로 당장의 이자 부담을 낮추면서 북미 투자를 앞당길 수 있는 구조를 만들었다. 이제 5000억원 조달의 실질적인 성패는 가온전선의 기업가치와 이 자금이 투입될 북미 사업의 현금창출력이 결정하게 된다.
토요경제 / 임종호 기자 yimjongho196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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