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김연수 기자토요경제 / kys@sateconomy.co.kr |
은행 점포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모바일뱅킹이 일상이 된 시대에 모든 동네마다 과거처럼 촘촘한 영업점을 유지하라고 요구하기는 어렵다. 계좌 개설, 송금, 대출 신청, 자산관리까지 스마트폰으로 처리하는 금융 소비자가 다수이다. 은행권이 점포를 비용으로 보는 것도 무리는 아니란 얘기다.
그러나 은행 점포를 단순한 비용 항목으로만 보는 순간 놓치는 것이 있다. 남은 점포의 공공적 가치다. 디지털 전환이 빠를수록 역설적으로 오프라인 금융 거점의 의미는 더 선명해진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국내 은행 점포 수는 2020년 말 6427개에서 지난해 9월 말 5523개로 줄었다. 5년이 채 안 되는 기간에 904개 점포가 사라졌다. 숫자만 보면 효율화다. 하지만 지도를 펴놓고 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점포 접근성이 낮은 지역 상당수는 고령 인구 비중이 높은 곳이다. 한국금융연구원은 은행 점포 접근성이 가장 낮은 상위 30개 지역 중 26곳이 65세 이상 인구 비중 20% 이상의 초고령 지역이라고 분석했다.
모바일 금융도 세대별 격차가 크다. 한국은행 조사에서 20~40대의 모바일 금융서비스 이용률은 95%를 넘었지만 60대 이상은 53.8%에 그쳤다. 절반 가까운 고령층은 여전히 모바일 금융 밖에 있다. 이들에게 은행 점포는 불편한 옛 채널이 아니라 금융에 접근하는 마지막 통로일 수 있다.
은행 점포의 역할은 금융 창구에만 머물지 않는다. 대표적 사례가 무더위 쉼터다. 지난해 금융위원회와 금융권은 폭염 대응을 위해 금융권 무더위 쉼터를 전국 1만4000개 수준으로 확대했다. 은행, 상호금융, 저축은행 점포가 지역 주민이 더위를 피하는 공간으로 쓰인 것이다.
이 사례가 중요한 이유는 단순한 사회공헌을 넘어선다. 금융권이 보유한 물리적 자산이 지역사회 안전망으로 활용될 수 있음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점포에는 냉방시설이 있고 의자가 있으며 사람이 있다. 폭염 속에서는 이것만으로도 생명과 연결될 수 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지난해 온열질환자는 3704명으로 전년보다 31.4% 늘었고, 65세 이상이 전체의 30.4%를 차지했다.
물론 은행 점포를 모두 보존하자는 얘기는 아니다. 디지털 전환은 되돌릴 수 없는 '시대정신'이기 때문이다. 생성형 AI 상담, 모바일 플랫폼, 비대면 대출은 앞으로 더 빠르게 확산될 것이다. 문제는 점포를 얼마나 줄일 것이냐만 따질 게 아니라, 남은 점포를 어디에 어떻게 남길 것이냐를 함께 물어야 한다는 점이다.
스마트폰은 송금을 대신한다. 챗봇은 상담을 대신한다. 인공지능은 자산관리 조언까지 넘본다. 그러나 폭염 속 잠시 앉아 쉴 의자와 시원한 공간까지 제공하지는 못한다. 금융의 공공성은 거창한 구호가 아니라 이런 접점에서 확인된다.
은행 점포는 과거의 유물이 아니다. 줄어드는 만큼 더 정교하게 설계해야 할 지역 인프라다. 효율만 앞세워 없앨 것인가, 남은 거점을 금융 취약계층과 지역사회의 안전망으로 다시 쓸 것인가. 은행 점포 논의의 초점은 이제 폐쇄가 아니라 활용이어야 한다.
토요경제 / 김연수 기자 kys@sateconomy.co.kr
[ⓒ 토요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토요경제人] 유창수 유진증권 부회장, ‘자산 10조원·자본 1조원’ 동시 달성](https://sateconomy.co.kr/news/data/20260331/p1065609257520316_491_h.jpg)

![[토요경제人] ‘연중 최저가’의 굴욕을 딛다…정용진號 이마트, 고진감래 오다](https://sateconomy.co.kr/news/data/20260213/p1065625143194333_904_h.jpg)
![[토요경제人] 김성환 한투증권 사장, ‘경계 확장’으로 아시아 무대 겨냥](https://sateconomy.co.kr/news/data/20260203/p1065597828625342_694_h.jpg)

![[토요경제人] ‘오너 3세’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 금융부문 ‘글로벌 전략가’ 부상](https://sateconomy.co.kr/news/data/20251210/p1065603950795624_514_h.jpg)
![[토요경제人] 배성완 하나손보 대표의 ‘장기보험’ 전략…흑자 전환 가시화](https://sateconomy.co.kr/news/data/20251118/p1065604432549726_833_h.jpg)
![[토요경제人] 문화재 수장고 혁신 ‘K-스토리지’ 이끄는 대원모빌랙 ‘이종진 대표’](https://sateconomy.co.kr/news/data/20251121/p1065587223127645_833_h.gif)
![[토요경제人] '아트경영’ 윤영달 크라운해태 회장, 예술로 기업을 키우다](https://sateconomy.co.kr/news/data/20251025/p1065597154733467_413_h.jpg)
![[토요경제人] 하림 김홍국 회장, 생산에서 유통까지 ‘가치사슬 경영’의 설계자](https://sateconomy.co.kr/news/data/20251028/p1065602999871188_165_h.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