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국회 문턱 넘지 못한 금융법안들…‘요란한 빈수레’

산업1 / 문혜원 / 2021-07-28 16:39:21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디폴트옵션·노인금융피해방지법’ 안갯속
정치권 포퓰리즘 이슈 및 업계 간 마찰 속 법안 발의는 뒷전 지적
올해에도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한 주요 금융법안들이 상당수 많음에 따라 ‘요란한 빈수레 ‘에 불과한 법 추진이라는 말들이 나온다.(이미지=게티이미지뱅크)

[토요경제=문혜원 기자] 소비자 편익 증대 차원에서 수술대에 올랐던 ‘실손보험청구간소화‘를 비롯해 노후연금 보장을 제공하겠다던 ‘퇴직연금디폴트옵션’, 고령화 대상 보호차원에서 제정하려던 ‘노인금융피해방지법’ 등 주요 금융법안들이 좌초될 위기다.


28일 금융권 및 국회 등에 따르면 코로나19 상황에서 재정 소요가 커지자 국회 논의 과정에 놓여있던 금융법안들이 더 이상의 추진이 어려운 상황에 봉착했기 때문이다.


지난 5월 국회에서 재추진하겠다고 나섰던 '실손보험청구간소화'는 법안 심사대상조차 오르지 못했으며, 금융투자업계가 노후소득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요구했던 '퇴직연금디폴트옵션' 제도마저 도입하기 힘든 상황이다.


금융위원회회가 추진하려던 '노인금융피해방지법' 역시 금소법과 겹친다는 이유로 무산될 위기에 놓였다는 진단이 나왔다.


현재 이러한 대표적 법안들은 논의 과정 중 상당한 진통만 겪은 채 제대로 된 결과물을 만드는 데는 실패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더 늦어지면 법안이 자동 폐기되는 등 결국 ‘요란한 빈수레’라는 인상만 남겼다는 비판이 나온다.



◇ 의료계 반대로 인해 ‘실손보험청구간소화’ 또 좌절


11년 동안 좌절됐던 보험업계 숙원 ‘실손보험청구간소화’는 올해에도 법안 통과가 불발됐다. 최근 시민단체 합세 등으로 재추진 가능성에 촉각이 곤두섰으나 역시나 의료계 반발이 또 걸림돌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달 24일 열린 21대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소위 심사 안건에서 제외됐으며 보험업법 개정 심사 여부에서조차 합의가 보류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사실상 표류 위기에 놓였다는 진단이다.


‘실손보험청구간소화’법은 보험계약자가 요양기관에 보험금 청구에 필요한 종이서류 전송을 요청하면 의료기관이 여기에 응하도록 의무를 부여하는 것이 핵심이다.


하지만 이 ‘서류 전송’ 여부를 두고 보험업계와 의료계의 팽팽한 대립각이 이어져 꼬인 매듭을 풀지 못하고 있다.


보험사들은 실손 보험을 청구하기 위해 보험가입자가 진료비 영수증이나 진료기록, 보험금 청구서 등을 병원에 직접 제출해야 한다는 불편한 점을 해소하기 위해 간편청구화를 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의료계에선 보험사가 의료데이터를 악용할 수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앞서 지난달 2일에는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배진교 정의당 의원이 시민단체와 함께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를 위한 보험업법 개정 추진 관련 토론하는 자리를 마련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날 토론회에서도 실손보험 청구 절차를 디지털로 전환하자는 데 있어 전산처리 과정 중 개인의료 정보 노출 위험 등으로 의료계 반대 목소리가 크게 불거져나온 상황이었다.


금융당국과 소비자단체들은 의료계의 이 같은 입장에 대해 “환자(소비자) 생각에서 벗어나 있다”며 “소비자 불편을 줄이기 위해서는 청구 간소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손보험 간소화법은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의원을 필두로 전재수·고용진·정청래 의원과 국민의힘 윤창현 의원 등이 5건의 관련 법안을 발의한 상태다.


관련법 골자는 ▲보험회사에 실손의료보험의 보험금 청구 전산시스템을 구축·운영 ▲전문중계기관에게 위탁 ▲보험계약자·피보험자 등이 요양기관에게 의료비 증명서류를 전자적 형태로 보험회사에 전송토록 요청할 수 있게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것 등이다.



◇ 고령화 대상 금융사기 방지 ‘노인금융피해방지법’ 아직 초기단계


금융위원회가 지난해 고령친화 금융환경 조성방안으로 주요 추진과제로 공표했던 ‘노인금융피해방지법’ 제정 계획도 진행 여부가 미지수다. 금융위는 당초 지난해 연말까지 법 초안을 만들고 올해 상반기 중 국회에 발의한다는 계획이었지만 법안 제정 추진 속도가 더뎌지고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지난 3월 시행된 ‘금융소비자보호법’ 가이드라인과 겹쳐 있는 부분 때문에 별도의 법을 굳이 만들 필요가 없어진 것 아니냐는 시선이 우세하다.


그런데 토요경제가 28일 취재했을 때 금융위는 연내에 발의 목표로 차질 없이 작업에 서두르고 있다는 입장을 전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최근까지(지난주) 연구용역을 마친 상태”라며 “현재는 법안 검토 중이며, 금소법과 별개로 법 추진 제정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금융위 설명에 따르면 금융위 등 정부 내부차원에서 법 제정과 관련된 심사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는 것.


이와 관련 국회에서는 금융위 내부에서 법 제정 추진을 위한 작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짐에 따라 입법 절차를 위한 과정 중 막 초기단계에 진입했다고 진단했다.


다만, 국회 정무위 입법조사관 관계자는 “통상 시행령 예고는 ‘국민참여입법센터’에 공개하게끔 돼 있으나 올해 1월부터 7월 사이 관련 법안의 이름이 없는 것을 보면 아직 입법예고가 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정부안에서조차 논의가 안 된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노인금융피해방지법은 금융상품 불완전판매, 금융사기 사건마다 고령층의 피해가 막대하자 지난해부터 추진된 법안이다.


당국은 오프라인 지점 폐쇄에 따른 고령층의 금융이용 불편을 줄이기 위해 우체국을 통해 타 은행 업무를 볼 수 있게 하는 등 금융접근성도 높인다는 계획이다.


이 법안의 골자는 ▲고령층 대상 금융착취에 철퇴 ▲은행·증권 등 금융회사가 오프라인 지점을 폐쇄하는 것과 관련 고령층 금융접근성 높이기 ▲고령층 전용 대면거래 상품 공급(고령자 전용 재산관리 신탁상품활성화 포함) 등이다.



◇ 노후 소득보장 ‘퇴직연금 디폴트옵션’도입 전망 ‘불투명’


금투업계의 오랜 숙원인 퇴직연금에 디폴트 옵션(사전지정운용제도)을 도입하는 법안 역시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지난달 29일 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어 디폴트 옵션 도입과 관련한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일부개정안을 심의했지만 결정을 보류했다.


이에 일각에선 내년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 포퓰리즘 속 국회의 관심이 ‘공매도 제도’에 쏠려있는 탓에 사실상 국회 통과 여부는 ‘불투명해졌다’는 진단도 나온다.


환경노동위원회(환노위)에서는 디폴트옵션 도입에 대해 긍정적 방향으로 논의했지만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등에서 의견을 다시 들어보자며 결정을 보류시킨 것으로 전해진다.


그간 금융당국 및 금융투자업계 등 퇴직연금 수익률 제고 차원에서 디폴트옵션 도입에 심혈을 기울이며 논의는 꾸준히 이뤄왔지만 수익률 개선 과정 ‘원리금보장형상품’ 편입을 두고 은행·보험업계 등 금융권 입장차로 제도 진입 기회조차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은행·보험업계에서는 투자자의 원금 보전을 위한 ‘손실보장’이 우선이라고 주장하는 반면, 금융투자업계는 ‘수익’ 중심의 높은 소득보장이 가능하도록 ‘실효성 운용’을 주장하고 있다.


‘퇴직연금 디폴트옵션’은 20·21대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안호영·김병욱 의원과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이 제도 도입 내용을 담은 관련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들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은 디폴트옵션 운영방법에 대해 차이를 보이고 있다. 안 의원과 김 의원은 운용방법 미지정 시 지정된 펀드나 투자일임계약으로 자동 투자하도록 했지만, 윤 의원은 자동 투자되는 운용방법에 원금보장형 상품을 추가하도록 했다.


퇴직연금은 확정기여형(DC형)과 확정급여형(DB형)으로 나뉜다. DC형은 사용자(회사)가 매년 임금총액의 12분의 1을 근로자 계정에 납입하며, 근로자는 적립금 운용방법을 스스로 결정하고, 그 운용결과에 따라 퇴직급여를 수급한다.


개정안들은 DC형에 도입되는 디폴트옵션(사전지정운용제도)은 가입자가 운용방법을 선택하지 않을 경우, 사전에 지정된 운용방법에 따라 적립금이 운용되도록 했다.


DC형 가입자가 가입 후 4주 이내에 적립금 운용방법을 선택하지 않으면 사용자(또는 가입자)가 사전에 정한 운용방법에 따라 운용됨을 통지하고, 2주 내 운용지시가 없으면 디폴트상품에 자동으로 투자되도록 했다.



◇ 법안 발의 늦어지면 결국 ‘소비자피해’


이처럼 정부 및 국회에서 소비자와 금융개혁을 위해 목소리를 높여왔던 주요 금융법안들이 정작 정치권의 관심 이슈 밖으로 밀려나거나 업계 간 마찰 등으로 인해 논의가 멈추는 등 현실적 한계를 극복하지 못해 ‘요란한 빈수레’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문제는 이런 마찰 속에 소비자 피해는 지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한 소비자단체 관계자는 “실손보험청구간소화의 경우, 의료계에선 개인정보 보호라는 명목으로 병원 비급여 정보가 노출될까 우려하고 있는 것”이라며 “소비자 편익증대를 위해서도 조속한 법안의 통과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법 제정 추진시 통상 여러 이해관계에 의한 충돌로 인해 합의에 이르기까지 시간적 제약이 따르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와 별개로 국회가 여론에 흔들려 오로지 금융사를 옥죄는 법안에만 치중돼 한시적 법안 발의에만 신경 쓴 것에 대한 반증이라며 이 같은 논의 중단 상태는 당연한 결과라는 지적도 나온다.


관련업계 한 관계자는 “보통 정부나 국회에서 연이어 쏟아는 법안들은 ‘규제’에 해당된다”면서 “이는 표면적으로는 소비자 보호 목적이지만 이면적으로는 금융사들을 옥죄기 위한 것들이 더 많기 때문에 이해충돌이 작용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국회는 신속한 법 개정에 초점을 두기보다 입법될 사항들에 대한 충분한 논의와 검토를 통해 현실성과 실효성을 모두 갖출 수 있도록 점검하기 위해서라도 국회의원에 대해 정량적 평가보다 의정활동 평가 방식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법 하나가 나오기까지 정부 또는 국회의원 20인 이상의 제안으로 시작돼 국회 논의(상임위 심의, 본회의 표결 등)가 이뤄지며, 본회의를 통과한 법안은 대통령의 공포 및 대통령령으로 발표되는 시행령과 관련 부처의 시행규칙 제정·공포 작업이 수반된다.


이러저러한 법 제정을 ‘시작한다’는 말이 나오고, 실제 그 법이 현실세계에 적용되기까지는 많은 이의 노고와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논의 초기에 해당 법이 언제까지 어떻게 만들어질지를 예단하기는 쉽지 않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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