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업계 거세지는 ESG 바람…“이제 막 걸음마 단계에 불과”

산업 / 문혜원 / 2021-06-01 16:15:41
쏟아지고 있는 ESG 투자·상품 실속은 없어 비판‥시장 혼란 우려
자본시장 전문가 “녹색금융 리스크 관리·평가 체계 공시화 돼야”
이미지=게티이미지뱅크

[토요경제=문혜원 기자] 국내 금융사들이 사회적 책임 일환으로 ‘녹색금융·ESG’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선진국에 비해 ‘걸음마 단계’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금융사들의 녹색금융 리스크관리 · ESG평가체계 관련 공시 의무를 강화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1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투자가 글로벌 금융시장의 주류로 급부상하면서, 국내 금융사들이 ESG경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ESG경영체재 내재화를 추진하기 위해 관련 채권 발행에 나서는가 하면 ESG조직부를 신설하는 움직임도 일고 있다.


탈 석탄을 위한 자금 지원을 중단하겠다는 금융기업이 생기기도 하고, 사회공익활동을 경영철학을 내세우고 지역사회에 투자하기도 한다. 은행권의 경우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특화상품을 적극 출시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예를 들면, KB국민은행의 공익신탁 상품의 경우 보수의 10%를 고객 명의로 기부하고, 동일한 금액을 은행에서도 기부하는 방식으로 최대 2억원의 기부금을 마련해 학교 숲을 조성하는 식이다.


또한 ESG 투자에 대한 관심이 빠르게 확산하면서 ESG 관련 금융상품 또한 채권과 ETF(상장지수펀드), 주식형펀드 등 다양한 형태로 쏟아지고 있다.


실제로 최근 한국금융연구원이 ‘ESG투자’ 관련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금융사들의 ESG채권 발행과 ESG펀드 등 ESG투자가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SK증권의 분석을 보면 국내에서 발행된 녹색채권, 사회적채권 규모는 2018년 연간 각각 6000억원, 3000억원 규모였지만 올해 들어서는 3월 말에 이미 4조5000억원, 4조9000억원을 기록했다.


국내 주식형 ESG펀드 설정액은 지난 3월 25일 기준 1조1434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1년 전보다 3.6배 늘었다.


그러나 자본시장 전문가 등 일각에서는 이같이 금융사들의 ESG 경영과 적극적인 투자가 관심을 끌고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상황이지만, 실질적인 ESG경영과 투자에 있어서는 ‘걸음마 단계’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전 세계적 ESG경영 흐름이 당연하듯 국내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지만, 사실상 선진국에 비해 자본력이 약한 국내 기업들에게 있어서는 자본가들의 영향력 아래 기업평가가 휘둘리고 있음에 따라 어쩔 수 없이 생사가 걸린 문제로 취급되는 경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따라서 ESG경영에 맞춰 만든 제도와 상품들은 비즈니스적인 부분들이 대부분이고, 신설된 조직마저 기존에 하던 사업들을 그럴싸하게 ‘ESG 워싱’한 수준밖에 안된다는 것이다.


이에 흉내 내기에 가까운 ESG 관련 투자 상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혼란이나 손실을 방지하기 위한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ESG 분류체계를 투자자 중요도 관점에서 마련하고, 기업 및 금융상품 차원에서 객관적인 지표 기준의 공시도 의무화해야 한다는 의견들이 나오고 있다.


이인형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현재는 국내기업 ESG 활동에 불필요한 평가체계만 난립돼 있는 상황”이라며 “ESG평가항목들이 많다보니 정확한 관리도 없이 형식에 치우진 형가방식에만 의존돼 피로감만 높아지고 있는 추세”라고 지적했다.


이 이원은 이어 “객관성과 일관성이 확보된 평계체계와 각 금융상품 차원에서의 리스크 부분 지표 기준의 투명한 공시가 이뤄져야 한다”며 “부문별 중요도 선정 기준을 어떻게 정할 것인지 등에 대한 것도 전문가들과 깊은 논의가 신속히 진행되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밖에도 기업들의 공시 정보 범위를 확대하고, 이를 활용하는 평가기관의 평가 도출 방식을 투자자들이 투명하게 파악할 수 있도록 하는 감독 강화 방안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시연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녹색금융이 무엇인지에 대한 명확한 이해도가 동반돼야 하고, 이에 대한 금융사별 리스크 관리 등 분류체계도 필요하다”면서 “금융업계 종사자들은 어떻게 ESG를 반영했는지 명확히 밝히고, 투자 상품 관련 감독 당국의 감시망도 넓힐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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