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실사 위한 협상” vs “거래 종결 위한 것”
[토요경제=김동현 기자] HDC현대산업개발(현산)과 금호산업이 아시아나항공 매각 문제를 놓고 ‘마지막 협상’을 준비하는 가운데 기싸움을 벌이고 있다. 양사가 공개적으로 협상 수용 방침을 밝힌 만큼 일단 협상 테이블은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협상장에서 아시아나 인수·합병(M&A) 상황이 진전될지, 아니면 파국을 맞을지는 예단하기 어렵다는 게 재계의 관측이다.
1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 매각 주체인 금호산업과 인수에 나선 현산은 현재 양사 대표이사(CEO) 간 대면 협상을 위한 실무진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협상 장소·시간은 물론 배석자 범위, 논의 방식·내용까지도 조율 중이다.
협상에는 양사 대표이사인 권순호 현산 사장과 서재환 금호산업 사장이 마주 앉을 가능성이 높다. 현산에서는 경영기획 업무 총괄을 맡은 정경구 전무가 나올 가능성도 있다. 현재 현산은 권순호·정경구 각자 대표체제다.
우여곡절 끝에 양사 CEO가 마주 앉기로 했지만, 협상 준비 과정도 순조롭지만은 않다.
금호산업은 “협상의 주제·내용을 먼저 실무진 선에서 검토하고 협의한 뒤에 안건으로 정리해 CEO 협상 테이블에 올려야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현산은 “실무진 조율 없이 대표이사 만남을 갖자”는 입장이다.
앞서 양측은 이번 협상을 제안하고 수락하는 과정에서도 신경전을 폈다. 현산은 지난 9일 채권단이 요구한 대면 협상을 수용하겠다고 밝히면서 “재실사를 위한 협상”이라고 강조했고, 금호산업은 이번 협상이 “거래 종결을 위한 것”이라고 맞섰다.
협상 테이블이 마련된다면 두 CEO가 주제에 구애받지 않고 허심탄회하게 M&A 관련 이야기를 나눌 가능성도 높다. 이번 협상의 가장 큰 쟁점은 현산의 재실사 요구를 금호산업이 얼마나 수용할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현산은 코로나19 사태로 항공업이 직격탄을 맞고 아시아나항공의 경영상황이 지난해 12월 계약 당시와 크게 달라졌다며 “아시아나항공과 자회사들에 대한 12주간의 재실사”를 주장하고 있다.
금호산업과 채권단은 현산의 재실사 주장을 “무리한 요구”라고 일축했지만, 그룹 재건을 위해 아시아나항공 매각이 꼭 필요한 금호 측 입장에서는 재실사 카드를 받으면서 기간을 축소하는 식의 ‘딜(거래)’을 시도할 가능성도 높다.
또 코로나19 국면에서도 아시아나항공이 2분기 1000억원 넘는 영업이익을 내며 ‘어닝 서프라이즈(깜짝 실적)’를 기록한 것이 CEO 협상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여지도 있다. 그간 현산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망설인 것이 코로나19로 인한 경영 악화가 주된 이유였던 만큼 이런 호실적이 현산의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다는 것.
하지만 협상이 결국 성과를 내지 못하고 깨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현산의 협상 역제안이 거래 파기에 따른 책임을 피하기 위한 명분 쌓기에 불과하고, 거래종결일을 앞두고 시간을 끌기 위한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실제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11일을 계약 이행 ‘데드라인’으로 보고, 이날부터 금호산업이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고 통지한 상태다. 채권단인 산업은행도 같은 입장이다.
다만 금호산업이 현산의 대면 협상 수락에 “12일 이후 계약해제 통지 여부는 양사 CEO 간 미팅 등 협의 진행 상황에 따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혀 당장 계약종료에 나서지는 않을 것으로 예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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