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장마에 속수무책…‘포화 상태’ 에어컨 시장
[토요경제=김동현 기자] 올 여름 역대급 무더위가 예고됐지만, 예상외로 긴 장마에 가전업계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6월 들어 호조를 보이던 에어컨 판매가 7월 이후 급감하면서 성수기 특수가 사라진 것이다.
4일 가전업계에 따르면 지난 6월 들어 증가했던 에어컨 판매가 7월 이후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당초 삼성전자·LG전자 등 대표 가전업체들은 올해 역대급 무더위가 찾아올 것이라는 기상청의 예보에 에어컨 생산 공장을 풀가동하는 등 판매 증가에 대비했다. 특히 6월에는 코로나19로 주춤했던 에어컨 판매에 가속도가 붙으면서 지난 2017년에 세웠던 연 250만대 판매 기록 달성이 재현되는 게 아니냐는 희망 섞인 전망도 나왔다.
그러나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되는 6, 7월 여름 날시가 비교적 선선한데다 중부지방의 장마가 지난 13일까지, 역대 최장인 51일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자 가전업계에선 “올해 에어컨 장사가 사실상 끝난 게 아니냐”는 푸념이 나오고 있다.
실제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주요 에어컨 제조업체의 지난달 판매 실적은 작년 7월을 크게 밑도는 것은 물론, 지난 6월 실적에도 못 미쳤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가전 양판점도 비상이 걸렸다. 유례없이 긴 장마가 이어지며 에어컨 판매가 매우 부진한 탓이다. 인기 모델의 경우 최소 2주 이상 대기가 있었던 예년과 달리 올해는 에어컨 재고 처리를 걱정해야 할 정도로 상황이 좋지 않다는 것이다.
가전업계는 이달 중순에 장마가 끝나면 무더위가 찾아오면서 에어컨 판매가 다소 증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예년 수준의 판매량 회복은 사실상 물 건너 갔다는 평가가 많다. 이달 말부터 다음 달 초까지 늦더위가 기승을 부린다 해도 에어컨 판매 기간이 짧고, 신제품을 기다리는 수요자들은 내년으로 구입을 미룰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에어컨 성수기가 6, 7월인데 그중에서도 통상 7월이 6월 판매량의 1.5배에 달할 정도로 판매가 몰리는 시기”라며 “올해 7월이 유독 덥지도 않고, 긴 장마가 이어지며 에어컨 판매가 매우 부진하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2017년 ‘역대급’ 판매량을 기록한 이후 3년으로 연속 가전업계의 효자 노릇을 해준 에어컨 시장이 사실상 포화 상태에 이른 게 아니냐”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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