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野·국민여론, ‘국정원 개혁’ 한 목소리
잇단 파문과 논란의 정점엔 늘 국정원이
“원세훈 비리.남북대화록 공개등 줄줄이”
등돌린 국민여론 전국 곳곳 국정원 규탄
국정원 개혁특위 검토…국내파트 해체 ‘무게’

[토요경제=이완재 기자] 요즘 대한민국 정가를 가장 뜨겁게 달구고 있는 쟁점은 남북정상회담 ‘NLL대화록 발언’공개 파문이다. 쟁점의 핵심은 2007년 남북정상회담 당시 고 노무현 대통령이 NLL 포기발언을 했느냐 여부다. 정치권 여야대립은 물론 국민여론마저 그 진위여부에 촉각이 쏠려있고, 급기야 국회 청문회마저 열리게 됐다. 새누리당과 민주당은 국회 본회의 표결을 통해 국가기록원에 보관 중인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과 음성 녹음 등의 열람 및 공개가 가능하도록 했다. 이 모든 논란의 시발이자 발단의 씨앗은 다름 아닌 국가정보원이다. 지난 대선정국, 국정원 여직원의 댓글논란부터 이후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개인비리 및 월권 의혹, 현 남재준 국정원장의 남북정상회담록 공개 파문까지 쉴새없이 국정원이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상황이 이쯤되자 국정원에 대한 개혁론이 서서히 고개를 들고 있다.

◇전국 곳곳 국정원 규탄 궐기대회
음지에서 일하고 양지에서 일한다던 모토를 깨고 요즘 연일 언론을 통해 두드려 맞고 있는 국가 최고 정보기관 국가정보원에 대한 개혁의 필요성이 빠르게 전개되는 양상이다. 여론은 이스라엘의 ‘모사드’나 미국의 ‘CIA’처럼 국익과 안보를 위해 소리없이 일하는 강한 정보기관을 원하고 있다. 그런 분위기에 역행하고 있는 한국의 국정원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와 개혁의 목소리에 힘을 실리고 있다. 심지어 여당인 새누리당마저 국정원장 임기제와 국회 임명동의제 도입논의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국민들의 국정원 규탄 궐기대회도 잇따르고 있다. 대구지역 시민단체와 야당이 국정원의 선거 개입 사건을 규탄하는 '시국회의'를 결성했다. 대구시민단체연대회의와 민주당 대구시당을 비롯한 대구지역 39개 시민단체와 야당은 '국정원 대선개입 규탄 민주주의 수호 대구시국회의'를 결성한다고 지난 5일 밝혔다.
이들 단체는 "국정원 사태는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의 국정원과 경찰, 새누리당이 합작해 벌인 관건선거이자 국기문란 사건"이라고 규정했다.
같은 날 경남 김해에 있는 인제대학교 학생들이 국정원이 민주주의 근간을 뒤흔든 선거개입을 했다며 이를 규탄하는 시국선언을 발표했다. '인제대학교 국정원 선거개입 규탄 뜻을 같이하는 학생모임'은 이날 김해시청 브리핑룸에서 "불법적인 선거개입과 국헌문란의 주범인 국정원과 이 사건을 은폐하기 위해 축소 수사를 자행한 경찰을 규탄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국가와 국민의 안보를 수호하고 국익 증진을 위해 존재해야 하는 국정원이 지난 대선에서 불법적으로 선거에 개입했다"며 이에 대해 "대선 직후 많은 국민들이 의혹을 제기했음에도 검찰은 수사를 연기해 공소시효 하루 전에야 수사에 착수했다"고 비판했다.
특히 "국정원은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을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공개했는데 이는 국회의 국정조사를 피하기 위한 수법으로 내놓은 어처구니없는 대응책이자 국가의 격을 훼손하는 반헌법적 행위"라고 비난했다.
이들은 ▲원세훈 전 국정원장을 비롯한 관계자 처벌 ▲남재준 국정원장과 관계자 해임 ▲박근혜 대통령은 국민 앞에 사죄하고 국가와 국민을 위한 국정원으로 개혁 ▲여·야 모두는 지난 2일부터 실시하고 있는 국정조사를 통해 사건의 전말을 명백하게 밝히라고 요구했다.
◇여야, ‘국정원 못믿어?!’ 개혁 한목소리
새누리당이 국가정보원에 대한 국정조사 이후 당내에 국정원 개혁특위를 만드는 방안을 검토키로 했다.
새누리당 윤상현 원내수석부대표는 지난 4일 국회 본청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국정원 개혁에 관한 것은 국정조사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추이를 보면서 본격적으로 논의해도 괜찮다"며 "국정원 국정조사를 통해 문제점이 드러나면서 당내 특위를 만들고, 외부 전문가를 영입해 청사진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새누리당 정보위 간사인 조원진 의원도 일부 언론을 통해 "국정원 국정조사가 끝난 후 국정원이 자체적으로 마련한 개혁 로드맵을 살펴보겠다"며 "이후 태스크포스팀을 만들어 개혁 방안을 검토하고, 필요하다면 법안으로 제출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국가정보원 댓글 의혹 사건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는 이달 2일부터 8월15일까지 45일간 국정조사를 실시한다. 따라서 당내 특위는 내달 15일 이후 발족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국정원 개혁 작업이 시작될 경우 최대 관심사는 국정원의 국내 정치 파트를 해체할 지 여부다. 현재 민주당은 국내 파트를 해체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새누리당은 정치 부분을 축소 또는 폐지하고, 산업과 대북 정보수집 기능을 강화하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윤 원내수석부대표는 "국내 정치파트를 없애자는 의견이 많은데 '정치권에 종북세력 있는가, 없는가'라고 한 가지로 물으면 된다"며 "기관에 대한 파견을 축소한다든지 인원을 제한해 나가는 국정원의 노력이 있어야 하지만 국내 정치파트를 완전히 없애기는 힘들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앞서 새누리당 이재오 의원은 "국내 정치권에 기웃거리고 선거판만 되면 이 당, 저 당에 기웃거리면서 여야에 줄 대는 것이 무슨 국정원이냐"며 "국정원이 갖고 있는 국내 정치파트를 해체하고, 국내 기업의 산업스파이를 색출한다든지, 간첩 색출 등의 고유 정보기능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밖에 국정원장 임기제와 국회 임명동의제를 동시에 도입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조 의원은 "국정원이 정치에 관여하는 여러 정황이 관찰됐는데 국정원장의 임기제로 하면 정권에 치우치는 것을 막을 수 있다"며 "동시에 국회 임명동의제를 도입하고, 국내 정치 부분은 없애기보다 산업 스파이 감시 등 정보 수집 기능에 집중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국정원장의 임기제 도입과 국회 임명동의제를 동시 도입할 경우 국정원에 대한 정치권 외압은 차단하면서 국민들에 의한 감시 기능을 강화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아울러 국정원 직원의 정치개입 행위가 적발되면 파면 조치를 도입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새누리당 정몽준 전 대표는 지난 3일 "초당적인 국정원 개혁 위원회를 만들어 개혁작업을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전 대표는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중진연석회의에 참석해 "조용히 활동해야 할 국정원이 공개적으로 정쟁의 대상이 되고 있는 가운데 국정원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할 수 없는 상황은 불행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정 전 대표는 이어 "정권이 바뀔때마다 국정원 개혁 작업이 있었지만 그 작업은 국정원 자체에 맡겨졌다"면서도 "국정원이 정치적 추문에 휩싸이지 않도록 하고 국가 안보의 중추적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집중하게 하는 것이 급변하는 안보 정세를 볼 때 시급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안철수 ‘국정원 어떻게 바꿀 것인가?’ 토론회 열어
안철수 의원이 오는 8일 '국정원 개혁 토론회'를 연다. 국정원의 2007년 남북 정상회담 회의록 공개 결정에 대해 줄곧 비판적인 입장을 밝혀온 안철수 의원의 싱크탱크 격인 '정책네트워크 내일(내일)'은 이날 오전 10시 국회 의원회관에서 '국정원 어떻게 바꿀 것인가'를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한다.
회의록 속 노무현 전 대통령의 발언과 국정원의 정치·대선 개입 등 거대 이슈를 놓고 여야가 맞붙은 정국이 전개되면서 안철수 의원이 현안에 대해 본격적으로 목소리를 내면서 적극적으로 존재감을 부각시키며 활로를 모색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안철수 의원은 앞서 국정원의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공개에 따른 여야의 대화록 원본 및 부속자료 공개를 비판한 바 있다. 안 의원은 지난 3일 자신의 트위터에서 "대화록 원본이 공개되어도 해석에 대한 공방이 이어질 것이며, 결론이 나지 않을 것"이라며 "국회의 대화록 원본공개 결정은 대내외적으로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다"라고 지적한 바 있다.
국정원에 대한 강한 반감 분위기는 자칫 도화선이 돼 전국적으로 번질 우려마저 감지된다. 지금처럼 국정원이 국내 정치판에 기웃거리며, 오히려 국민불신과 국익만 훼손한다면 국내파트 뿐 아니라 국정원 조직 전반의 개혁까지도 필요하다는 의견까지 제기되고 있다. 또 이참에 이번 남북정상회담 발언록을 조직의 명예라는 미명하에 독자적으로 공개한 남재준 원장에 대한 해임론도 강하게 대두되고 있다. 국정원 개혁 바람이 찻잔속의 태풍으로 그칠지,실질적인 구조개혁으로 이어질지 국민들의 눈과 귀가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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