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농협증권, 콘도사업 분쟁 ‘논란’

산업1 / 유지만 / 2013-07-01 13:54:12
NH농협증권 필리핀에서 160억원 증발

▲ 농협증권 임직원들이 필리핀 수빅만 콘도개발사업 과정에서 각종 편법과 불법행위를 저지른 것으로 파악됐다.

[토요경제=유지만 기자] NH농협증권 임직원들이 필리핀 수빅만 지역의 콘도개발사업 과정에서 각종 편법과 불법행위를 저지른 사실이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다. 이 과정에서 무려 160억에 달하는 거액의 돈이 증발해 검찰이 수사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10일 ‘씨앤비저널’의 보도에 따르면 필리핀 수빅만 지역의 콘도·호텔을 분양받았다 재산 피해를 본 분양자들이 지난달 9일 NH농협증권 전 대표 2명 등 전·현직 임직원 7명을 서울중앙지검에 특정경제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업무상 배임), 자본시장법위반 등으로 고발하고, NH농협증권을 상대로 납부한 계약금 및 중도금의 반환을 요구하는 민사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콘도개발 사업시행사 대표도 농협증권 전·현직 임직원들을 상대로 사기, 공갈, 배임 및 상법 위반(납입가장), 자본시장법 위반, 사문서 위조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 이에 검찰은 수년간 벌어진 범행으로 보고 농협증권에 대한 강도 높은 수사를 벌일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 사건에 대해 농협증권은 “우리도 피해자”란 입장이다. 농협증권은 “재판 중이기 때문에 말하기 조심스럽지만, 우리 쪽에서는 무혐의를 낙관하고 있다”고 말했다.


◇ 사업 위한 SPC설립 과정부터 ‘수상’

고발장과 분양피해자들에 따르면 이 사건은 2007년 3월부터 시작된다. 당시 필리핀 경제특구항 내에서 주상복합아파트 ‘MG 드림빌리지’의 개발분양 사업을 진행하던 (주)엠지에프엔디의 유창영 대표는 이 사업 분양대행사인 (주)세인엠알오 대표 김 모씨의 당시 NH투자증권(현 NH농협증권)의 부동산금융 본부장으로 근무하고 있던 정모씨를 소개받았다.

정 씨는 유 대표에 김 씨에게 NH투자증권이 엠지에프엔디에 프로젝트파이낸싱(PF)대출을 해주는 조건으로, ‘MG드림빌리지’ 사업을 진행할 특수목적법인(SPC)을 별도로 설립할 것을 제안했다. 이와 함께 자신에게 SPC의 지분 일부를 나눠주되, 모든 서류상 권리자는 김 씨로 하자고 요구한다. 사실상 김 씨를 바지사장으로 앉히고 자신이 실질적인 경영을 주도한다는 것이다. 현행법상 금융사 소속 직원이 해당 PF사업의 지분을 취득할 수 없다는 점을 역이용한 것으로 보인다. 대신 유 대표에게는 기존에 엠지에프엔디가 투자한 돈을 돌려주고, SPC의 지분 25%와 분양실적에 따른 인센티브를 챙겨 주겠다고 제안했다.


◇자본금도 허구...‘가장납입’ 의혹

극심한 자금난을 겪고 있던 유 대표는 이 제안을 받아들여 2007년 10월 김씨와 공동사업계약을 체결했고 이듬해인 2008년 4월 SPC인 ‘수빅렉스미어씨앤디’(수빅렉스)가 설립된다.

법인 설립 과정도 석연치 않은 구석이 많다. 우선 자본금 5억원을 차용해 법인설립을 완료한 뒤, SPC에 납입해 법인설립을 완료했다. 며칠 뒤 자본금을 10억원으로 증자한 뒤 5억원을 더 차용, 추가 납입해 ‘자본금 10억원’ 요건을 갖추게 된다. 이후 정 씨는 회사운영비 등의 명목으로 자본금 10억원을 모두 인출했다.

이에 대해 ‘가장납입’이라는 의혹이 제기된다. 가장납입은 주식회사 설립이나 유상증자시 실제 대금을 납입하지도 않고 납입한 것처럼 꾸미는 행위를 일컫는다. 물론 정씨는 10억원을 끌어와 실제 납입하기는 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10억원에 증발했다는 점에서 가장납입 또는 횡령 혐의를 받을 수 있는 부분이다. 실정법상 처벌 대상이기도 하다.


◇사업 난항 겪자 ‘폭로전’ 벌어져

수빅렉스는 ‘MG 드림빌리지’ 사업을 이어가기 위해 대주단으로부터 PF대출약정을 체결하고 250억을 대출받는다.

하지만 글로벌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서 ‘MG 드림빌리지’ 분양이 어려움을 겪게 되자 서류상 대표이사였던 김 씨와 실질적인 경영을 주도한 정 씨 사이에 경영권 다툼이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김 씨가 정 씨를 몰아내고 회사를 장악하려 하자, 정 씨는 수빅렉스가 ‘가장납입’에 의해 설립된 ‘유령회사’라고 대주단에 폭로하며 김 씨에게 책임을 전가한다.

대주단은 실사에 착수해 수빅렉스 설립 과정에서 가장납입이 이뤄졌으며, 회사 설립 전 이면약정이 이뤄졌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된다. 대주단은 현행법 위반이라며 대출금 회수를 수빅렉스에 통보했다. 또 투자주관사인 농협증권을 대상으로 형사고소 및 민사상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절차에 들어간다.


◇채무 변제 약속 뒤 ‘돌려막기’

결국 농협증권은 대주단 측에 수빅렉스의 대출금 70억원을 모두 변제해 주기로 약속하고 형사고소 및 민사소송을 면하게 된다.

농협증권은 70억원을 변제하기 위해 신규법인을 설립한다. 이 법인에게 대출을 해 채무를 변제하도록 하고 사업을 재개하려는 계산이었다.

농협증권은 2009년 8월 정 씨의 지인을 내세워 부동산개발 시행사인 (주)에듀팰리스를 신규설립한다. 이로부터 몇 달 뒤 농협증권은 에듀팰리스와 공동사업약정서를 체결하고, 에듀팰리스가 수빅렉스의 70억 채무를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에듀팰리스는 채무를 떠안는 대신, 수빅렉스 지분을 농협증권이 80% 가지는 조건이었다.

이 과정에서 농협증권은 농협캐피탈도 끌어들였다. 증권사는 현행법상 직접 대출을 시행할 수 없기 때문에 농협캐피탈을 통해 에듀팰리스에 227억원 규모의 대출이 이뤄지도록 했던 것. 이후 농협증권이 농협캐피탈이 가진 채권을 사들이는 수법으로 사실상 에듀팰리스를 지배하는 구조가 만들어졌다.


◇ 사업 재개했지만 결국 ‘좌초’

이후 농협증권은 에듀팰리스를 통해 ‘MG 드림빌리지’ 사업을 재추진하지만 결국 좌초되고 만다. 글로벌 경기침체가 생각보다 심각하고, 사업에 대한 평가가 나빠졌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농협증권은 총 160여억원에 이르는 손해를 보게 됐다.

사업이 좌초되자 분양자들도 문제를 제기했다. 농협증권 측은 “사업주와 분양자들 사이에 협의가 있었으나, 분양자들이 과도한 요구조건을 내세워 협의가 실패했다”고 밝혔다. 결국 분양피해자들은 고발을 통해 “농협증권이 배임행위를 했다”고 주장하기에 이르렀다.

농협증권 측은 “당시 문제를 일으킨 정 모씨와 관련 임직원들을 모두 퇴사시켰다”고 밝혔다. 농협증권 관계자는 “당시 문제를 일으킨 임직원들은 이미 회사를 떠났다”며 “이후에 사업을 재개했던 것은 어떻게든 살펴보려는 노력이었다”고 말했다.

현재 걸려있는 소송들에 대해서는 ‘무혐의’가 날 것을 자신했다. 관계자는 “7월에 소송이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결과를 보게 되면 잘못이 없다는 것이 드러날 것이다. 현재로서는 뭐라 말할 단계가 아니다”고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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