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재준, 국정원 명예 위해 2급기밀 공개 논란 촉발
문건공개 청와대 국정원직원 도청건 덮기 무마용?
국익보다 조직명예가 우선? 남 원장 해임설 ‘솔솔’
국정원 문건공개 타당성 논란 여야간 치열한 공방
음지서 일 한다던 국정원 언제부터 양지化 됐나
[토요경제=이완재 기자] 지난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유출건, 이른바 국정원 NLL 관련내용이 포함된 대화록 공개파문이 정국을 강타하고 있다. 당시 정상회담 대화록은 대통령기록보존물로 국가 최고 보안문서인만큼 열람 자체가 불가한 것이지만, 이미 이명박 정권과 현 정권의 실세들이 수시로 열람하고 선거전에까지 활용된 정황이 속속 포착되고 있다. 급기야 남재준 국가정보원장은 해당 문건을 국정원 직원들의 사기고취라는 미명하에 전격공개하며 파문의 서막이자, 논란의 불씨를 댕겼다. 야당은 즉각 지난 대선전 국정원 여직원의 도청건에 대한 청와대와 여당의 물타기라고 거세게 비난하고 있다. 또 이미 망자가 된 고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명예훼손이고 국정원 여직원 도청사건에 대한 본질 흐리기라며 공격의 고삐를 죄고 있다. 이에맞서 여당인 새누리당도 민주당이 권영세 주중 대사의 ‘집권시 서해 NLL 대화록 공개 발언’ 녹음파일을 폭로한 것은 본질을 흐리는 국민 모욕행위라고 맞불을 놓고 있다. 또 발언록에 드러난 노 전 대통령의 저자세 외교적 발언까지 문제삼으며 주도권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총체적으로 국기문란에 가까운 모습을 표출하고 있는 이번 남북정상회담록 공개발언 파문은 국정원의 존재안위와 국기문란이라는 더 큰 아젠더로 비화확전되는 양상이다. 당장 새누리당 정의화 의원을 비롯한 중진의원들마저 대화록 공개는 국익 손상의 우려가 있다며 부정적 견해를 보이고 있다. 이번 사태의 원인과 파장, 향후 예상되는 정국 기상도를 짚어본다.
◆남재준 정보원장 정상회담 회의록 전격공개...파문 시발
이번 논란의 시초는 남재준 국가정보원장이 2007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전문을 전격공개하고부터다. 국가정보원은 남원장의 지시하에 지난 24일 그동안 2급 비밀로 관리해온 ‘2007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전문을 일반문서로 재분류해 국회 정보위 소속 새누리당 의원들에게 배포하며,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NLL(북방한계선) 포기 취지 발언 논란의 진질공방 국면을 제공했다.
국정원의 문건공개 이후 타당성 논란이 여야간 치열하게 전개됐다. 남 원장은 국정원 직원들의 사기를 위해서라도 공개의 필요성을 느꼈다고 밝혔다. 특히 노 전 대통령의 NLL포기 발언 수위가 높았다고 전해지고 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국정원이 2급 비밀을 일반문서로 재분류한 뒤 외부에 공개한 근거와 절차적 정당성을 놓고 논란이 증폭되는 양상이다.
또 비밀 내용을 새누리당 서상기, 정문헌, 김무성 의원들이 외부에 공표했다며 민주당 측이 검찰에 고발한 상태로 수사결론이 어떻게 날지도 관심사다.
여기서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은 국정원이 2급 비밀을 일반문서로 전격 ‘강등’한 조치가 타당한지 여부다. 이 경우 국정원이 전격적인 재분류를 통해 문서의 등급을 강등조치한 어떤 정치적 의도가 있는지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또 상위법인 공공기록물관리법과의 충돌 여부도 향후 논란이 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은 지난 21일 새누리당 소속 서상기 국회 정보위원장 등 의원 5명과 남재준 국정원장, 한기범 국정원 1차장을 검찰에 고발한 상태다. 공공기록물관리법상 비공개 기록물이자 2급 비밀인 ‘정상회담 대화록’ 중 NLL 관련 발췌본을 열람한 뒤 그 내용을 외부에 무단 공표했다는 것이 고발 이유다.
이에 대해 남재준 국가정보원장은 지난 25일 국정원이 서해북방한계선(NLL) 관련 대화록 발췌본을 공개한 것과 관련해 “내가 왜 (책임을 지고) 사퇴를 하는가. 사퇴할 용의가 없다”고 일축했다. 남 원장은 또 야당 의원들이 지난 20일 한기범 국정원 제 1차장이 발췌본을 국회에 가져와 서상기 위원장을 비롯해 새누리당 소속 의원들에게 공개를 한 것에 대해 “제가 승인했습니다”라고 인정하며 “여야 합의가 있어야 전달하는 것은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 독자적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남 원장은 ‘국정원장이 왜 발췌본을 유출한 것인가’를 묻는 야당 의원들의 계속되는 질문에 “야당이 자꾸 공격을 하기 때문에 국정원의 명예를 위해서 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 정상회담 문건 전·현정권 유출...여야, ‘권영세 대화록’ 공방
남재준 원장의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공개로 파문이 확산되는 가운데, 문제의 회의록이 이미 이명박 정권부터 현 정권 실세들 사이에서는 일찍부터 공개돼 나돈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이미 새누리당 정문헌 의원이 지난 대선기간 관련한 내용을 폭로해 문제가 된바 있고, 박근혜정부 선거대책위원에서 핵심역할을 담당했던 권영세 주중 대사도 관련 문건을 접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와 관련, 여야는 지난 28일 권영세 주중대사의 10·4남북정상회담 NLL(서해 북방한계선) 관련 발언이 담긴 녹음파일을 둘러싸고 공방을 벌였다.
새누리당 김태흠 원내대변인은 이날 오전 KBS1라디오 ‘안녕하십니까 홍지명입니다’와 통화에서 “민주당은 도청 전문당이냐. 박영선 법사위원장은 도청파일 100여개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며 “도청을 했는지 모르겠지만 도청 전문 정당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 부분이 있으면 자꾸 악의적으로 확산시키지 말고 당당하게 내놓으면 되지 않느냐”며 녹음파일 공개 시점을 조율하고 있는 민주당을 비난했다.
최경환 원내대표도 전날 의원총회에서 박영선 의원의 100여개 녹취록과 관련, “만일 사실이라면 민주당은 폭로전문·도청 전문 정당이라는 것을 스스로 고백하는 것이다. 그런게 있다면 당당히 공개하고 어떻게 도청이 녹취가 됐는지도 밝히는 것이 떳떳한 자세”라고 지적한 바 있다.
이에 민주당 김관영 수석대변인은 이날 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서종빈입니다’와 통화에서 도청전문정당이란 지적에 “과한 발언이라고 생각한다. 박범계 의원이 직접 국회 본회의장에서 권영세 의원과의 대화 과정이 녹음된 파일이 민주당에 입수된 경위를 이야기했다”며 반발했다.
이어 “민주당이 독촉을 했다거나 한 건 아니고 당시 동석했던 기자 1명이 당사자로서 녹음을 한 것이고 그 파일이 제보된 것”이라고 입수 과정을 설명했다.
아울러 “과거 YS정부 시절에 정부에서 소위 드림팀이라는 걸 만들어서 정치인들을 도청·감시했다. 이에 직접 연루된 것이 새누리당이다. 그런 과거를 지닌 정당이 이런 말씀을 하시는 건 아닌 것 같다”며 일침을 가했다.
◆ 새누리당 “盧, NLL 포기 경악 VS 민주, 회의록 공개는 쿠데타”
새누리당이 지난 대선 당시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을 사전 입수했다는 의혹이 확산된 가운데 당 지도부가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과 민주당을 향해 총공세에 나섰다.
최경환 원내대표는 28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표단 회의에서 “2007년 남북 정상회담 대화록 공개와 관련해 본질은 점점 훼손되고, 절차적인 문제로 전환해 물타기를 하려는 민주당의 행동이 매우 안타깝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민주당은 국민들을 경악시킨 대화록 내용에 대한 사과나 입장 표명은 단 한 마디도 없이 절차만 문제 삼는 적반하장식 정치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특히 그는 “대화록을 본 모든 국민들은 7가지 경악하는 내용이 있다. 칠거지악”이라며 “첫째, 서해북방한계선(NLL) 상납이다. 민주당은 포기라는 명시적인 단어를 언급하지 않아서 않았다고 주장하지만 문맥을 읽어보면 포기를 넘어 상납이라는 사실이 초등학생도 알아볼 정도로 명확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북핵을 두둔하고, 남북간 비핵화 논의를 경시하고 있다”며 “마치 왕을 알연하는 듯 한 굴종적 태도다. 불과 대선을 2달여 남긴 시점에 급하게 방북을 해서 굴욕적 태도로 했다는 내용이 적나라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마지막으로 국군 통수권자로서 지위를 망각했다. 우리 군을 김 위원장 앞에서 불신하면서 비난하고 있다”며 “노무현 전 대통령이 정상회담에서 7가지 경악시키는 일을 했다. 지금이라도 민주당은 칠거지악에 대해 사과하고 정치 공세를 중단하는 것이 국민들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라고 촉구했다. 민주당의 반격도 만만치 않다. 이용섭 의원은 27일 국가정보원의 10·4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전문 공개와 관련,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정교하게 기획된 쿠데타적 사건”이라고 밝혔다. 이 의원은 이날 “민주정부 10년의 대북성과를 폄훼하고 진보적 민주역사를 퇴행시키려고 하는 의도가 보인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이번 국정원의 정상회담 회의록이 공개되기까지의 과정과 절차에 청와대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 국민에게 밝혀야 한다”며 “국정원법에 의하면 국정원은 대통령 소속이고 대통령의 지시와 감독을 받도록 돼 있다. 정상회담 회의록 공개를 청와대에 보고하지 않았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정원의 대통령기록물 공개가 청와대의 승인이나 묵인하에 발표됐다면 박근혜 대통령은 국민 앞에 머리숙여 사과하고 응분의 책임을 져야한다”며 “남재준 국정원장이 청와대 보고없이 단독으로 행한 일이라면 반드시 해임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번 국정원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공개논란은 당분간 정국의 뜨거운 핫이슈가 될 전망이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문건공개가 지난 대선에서 국정원 여직원의 도청사건을 무마하려는 현 정권의 정치적 계산에서 비롯됐다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그 과정에서 남재준 원장이 정치판 폭풍의 한가운데 총대를 매고 뛰어들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번 논란과 관련, 야권 및 국민여론이 박근혜 정권에 부정적으로 선회할 경우 도덕성 및 정국 주도권에 심대한 타격을 입을 가능성도 높다. 여론의 동향이 현 정권에 비우호적으로 돌아가면 향후 10월 재보선의 성패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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