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감사원은 “MB정권 시절 과도한 사업 추진이 공기업 부채를 증가시켰다”고 밝혔다. 9개 공기업 부채규모는 2011년 284조원으로 2007년대비 121% 늘어났다.
지난 12일 감사원은 이명박 정부의 기획재정부, 국토해양부(현 국토교통부), 지식경제부(현 산업통상자원부) 등 부처와 전력공사, 토지주택공사(LH), 도로공사, 석유공사 등 9개 주요 공기업에 대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감사 결과에 따르면 이명박 정부 당시 주요 공기업은 물량 확대 위주 해외사업․무리한 신도시 사업 추진 등으로 인해 2007년말 128조원 수준이었던 부채가 2011년말 284조원으로 121%나 급증했다. 이는 전체 28개 공기업 부채(329조원)의 86%에 해당하는 수치다.
이로 인해 재무구조의 안정성 및 수익성 등 주요 재무지표가 모두 악화됐으며 무디스 등 국제신용평가기관은 이들 공기업의 독자신용등급을 지난해말 Baa2~Ba3 수준으로 4~8단계 하향 조정했다.
감사 대상 공기업 대다수는 수익성이 악화됐음에도 불구하고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거나 실효성이 의심스러운 재무관리계획을 수립하고 있었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감사원은 “무디스, 피치 등 외국 신용평가기관이 공기업 종합신용등급 상향 조정을 유보하는 등 공기업 부채가 국가 재정에 부담이 될 우려가 있다”며 “정책사업 수행 및 요금 토에로 인한 공기업 부채는 정부 결정에 따라 발생한 것이어서 공기업 부채를 총량 관리하는 대책 등을 마련하라고 기재부 장관에게 통보했다”고 밝혔다.
◇무리한 사업 추진으로 손실 쌓여
대형 건설 및 토목 사업 등을 무리하게 전개한 것이 화를 불러왔다. LH는 국토부의 무리한 보금자리주택 건설과 계획 변경에 따라 재무역량 및 사업 타당성 등을 제대로 검토하지 않은 채 사업을 추진했다. LH는 2009년 수요부족이 예상된 상황에서도 인천검단1지구 사업을 강행했다. 지난해 10월까지 투자된 금액만 무려 1조6000억원. 결국 수요부족으로 인해 부지조성공사에도 들어가지 못하면서 금용비용으로만 약 1100억원을 날렸다.
LH는 이를 포함해 총사업비 28조원 규모의 5개 택지 및 4개 신도시 개발사업에 8조6000억원을 투자해 놓고도, 사업이 지연돼 금용비용만 1조1100여억원을 부담하게 됐다. 20조원에 달하는 잔여 사업비도 금융부채로 조달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도로공사의 경우 교통량 과다측정과 정책적인 이유로 수익성이 떨어지는 도로를 건설하면서 재무구조 악화가 우려되고 있다.
2007~2010년 개통된 ‘익산~장수’ 등 9개 고속도로의 경우 2011년 교통량이 타당성 조사 때의 예측량 대비 평균 47%에 불과했다.
감사원은 “기재부와 국토부 장관에게 도로공사 등의 재무건전성 악화 방지를 위한 대책을 마련하라고 통보했다”며 “LH 사장에게는 장기간 지연되고 있는 개발사업의 타당성을 재검토해 사업을 정상화하거나 사업 변경 내지는 취소 등의 방안을 마련토록 했다”고 설명했다.
◇불합리한 요금제, 스스로 화 자초
한국전력은 산업용 전기요금은 원가보다 낮게 책정했다. 반면 주택용 전기요금은 18년전 누진률 기준을 그대로 적용해 요금 부담을 가중시키는 등 요금제를 비합리적으로 운영해 스스로 재무구조를 악화시켜왔다.
산업용 전기요금은 2008~2011년 총괄원가 대비 85.8% 수준으로 요금을 낮게 책정해 5조원 가량 싸게 전기를 공급했다. 그 결과 우리나라 GDP(국내 총생산) 대비 전력소비량이 OECD 평균 1.75배에 이르는 등 산업용 전기를 과다소비했다는 지적이다.
이와 반대로 주택용 전기요금은 월 평균 주택용 전기 사용량이 1995년 시간당 156kW에서 2011년 240kW로 50% 이상 증가했다. 하지만 한전은 1995년 요금 누진율 적용 기준을 고수해 누진율을 적용받는 가구의 비율이 1995년 5.3%에서 2011년 33.2%로 급증했다.
한전은 또 24시간 가동이 불가피한 심야전력의 경우 수요가 급증하면서 고비용의 유류․가스 발전기까지 동원해 공급량을 충족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총괄원가의 63~66% 수준의 요금을 유지하면서 2008~2011년 1조9700억원의 손실을 쌓았다.
이밖에도 박근혜 대통령이 최근 재검토해야 할 정책 평가 기준 사례로 꼽은 ‘자주개발률’도 공기업 비효율 원인의 하나로 지목됐다. 지경부는 석유공사의 자주개발률을 경직적으로 운영해 수익성 없는 자원개발 M&A, 탐사광구 투자소홀 등의 부작용을 초래했다는 설명이다.
◇감사원 또 MB 겨냥? 뒷북 감사 ‘눈총’
감사원의 이명박 정부 때리기가 계속되고 있다. 12일 주요 부처 및 공기업 감사결과가 발표되자 일각에서는 “이제야 나서냐”는 뒷북 감사에 따가운 시선을 보내고 있다. 또한 감사원이 지난 정부의 주요 정책에 대한 문제 제기를 계속하면서 뒷말도 무성해지고 있다.
감사원은 올 1월 이명박 정부가 추진했던 4대강 살리기 사업 관리실태 감사 결과를 통해 보의 내구성과 수질관리 기준 문제를 지적했다. 최근에는 4대강 사업 1차 턴키(일괄 수주) 공사 입찰 담합과 관련, MB정권 시절 공정거래위원장이었던 김동수 전 위원장을 불러 4대강 공사 담합에 대해 솜방망이 처벌을 한 이유를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원은 또 지난 4월 창의교육시책 추진실태 감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이명박 정부의 대표적 교육정책이었던 입학사정관제도가 부실하게 운영돼 왔다고 밝혔다. 이밖에도 3월과 5월 각각 한국산업은행과 우리금융지주의 경영 상태를 지적하면서 ‘MB맨’으로 꼽히는 강만수 전 회장과 이팔성 전 회장을 압박하기도 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감사원의 입장변화가 표면적으로 드러난 대표적인 것이 바로 ‘4대강’”이라며 “2010년 당시 감사에서는 예산 편성 과정에 일부 문제가 있었지만 전체적으로 4대강 사업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결과를 발표했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감사원이 이명박 정부 말기인 지난 1월 발표한 4대강 감사 결과에서는 1차 때와는 정반대의 결과를 내놨다”며 “감사원은 4대강 사업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언론에서는 감사원의 감사 결과를 두고 ‘4대강 사업의 총체적 부실’이라고까지 표현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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