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산주의 및 러시아혁명에 관한 굴지의 전문가 김학준이 문학과지성사에서 『혁명가들: 마르크스에서 시진핑까지, 세계공산주의자들의 삶과 죽음』을 펴냈다. 이 책은 20세기 현대사를 꿰뚫는 주요 공산주의자들의 생애를 집대성한 ‘전 세계 공산주의자 열전’이다. 852쪽이라는 방대한 분량에 걸쳐 공산주의의 창시자인 마르크스, 엥겔스, 레닌부터 현재 중국의 최고지도자로 자리 잡은 시진핑과 리커창까지 약 200여 년에 이르는 기간을 관통하는 여러 혁명가들의 파란만장한 삶을 낱낱이 추적하고 그들의 죽음이 갖는 의미를 되짚어본다.
『혁명가들』은 저자가 각각 1997년과 1998년에 펴낸 『붉은 영웅들의 삶과 이상: 소련과 동유럽 공산주의자들의 발자취』와 『동아시아 공산주의자들의 삶과 이상』을 하나의 책으로 통합해 새로 펴낸 개정증보판이다. 방대한 기초자료와 현지 방문이 밑바탕이 되었던 기존의 책들에 이후 새로 발굴된 자료와 해석들을 더해 현 시점에 맞게 다시 펴냈다. 이로써 전 세계 공산주의자의 삶과 죽음을 보다 유기적이고 입체적인 한 권으로 만나볼 수 있게 되었다. 저자는 1980년대 중반부터 독일, 헝가리, 체코슬로바키아, 유고슬라비아 등을 탐방하며 공산주의 지도자들의 무덤을 직접 찾아가보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당대의 명성과 다르게 잡초만 무성한 채 현지인들에게는 잊힌 무덤들을, 혹은 관광지로 거듭난 묘지들을 하나씩 둘러본 저자는 인생의 무상함을 느낀다. 이 같은 저자 특유의 생생한 현장 방문 기록과 관찰담은 『혁명가들』 구성의 중요한 축으로, 이 책을 백과사전식 정보 나열이 아니라 현장성이 가미된 입체적인 책으로 거듭나게 해준다.
무엇보다 이 책의 압권은 쉽고도 생생한 서술이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다. “트로츠키는 그때로부터 3개월이 채 되지 않은 시점인 8월 20일에 암살되고 말았다. 음흉한 암살자는 자신의 논문을 읽어보고 논평해달라는 교묘한 말로 트로츠키의 서재에 단신으로 들어가, 이에 응해 펜을 들고 줄을 쳐나가던 트로츠키에게 결정적 일격을 가한 것이다.”
이 책은 총 2부로 구성되었다. 1부는 소련을 중심으로 폴란드, 헝가리, 불가리아, 동독 등 동유럽 공산주의자들의 삶과 죽음을 조명한다. 2부는 중국을 중심으로 일본, 베트남, 캄보디아 등 아시아 공산주의자들의 삶과 죽음을 조명한다. 수많은 나라와 인물을 아우르고 역사를 관통하여 서술하는 『혁명가들』은 무엇보다 시야가 넓고 재미있다. 세계 혁명사를 공부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재미라는 토끼 역시 놓치지 않은 채 핵심에 접근하고 혁명사를 깊이 있게 공부하는 데 이 책은 큰 도움이 되어줄 것이다. 또한 이 책에서 내린 각 인물들에 대한 저자의 평가, 그리고 역사의 평가는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던져줄 것이다.
김학준 저, 855쪽, 4만5000원, 문학과지성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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