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추천도서]혁명가들

문화·라이프 / 이완재 / 2013-05-27 15:22:46
20세기를 이끈 전 세계 공산주의자 열전

[토요경제=이완재 기자] 지금은 중국, 북한 등 몇몇 국가에서만 명맥을 유지할 뿐이지만, 한때 공산주의는 세계를 양분할 정도로 강성했고, 전 세계 방방곡곡에서 구질서를 깨부수고 새로운 세상을 열고자 하는 열망이 하늘을 치솟았다. 현대사를 장식한 주요 인물들 중에 이데올로기와 무관한 자는 없다시피 할 정도다. 레닌, 티토, 고트발트, 호찌민, 수흐바타르, 고무우카 등 수많은 지도자들이 공산주의자라 자임하며 ‘공산주의’의 이름을 내걸고 국가를 장악해나갔다. 그 한편에는 룩셈부르크, 트로츠키, 체 게바라처럼 혁명을 일궈나가던 과정에서 비극적으로 목숨을 잃은 인물들도 있었고, 폴 포트, 스탈린, 차우셰스쿠처럼 국민들을 비극으로 몰아넣은 인물들도 있었다. 현재에 이르러 그들에 대한 평가는 반전되는 경우도 많아, 숙청당한 인물이 복권되는 일이 종종 일어났고, 영광의 자리에서 끌어내려져 무덤이 파헤쳐지는 일도 비일비재했다. 이들의 삶과 죽음에서 우리는 어떤 교훈을 얻을 수 있을까?


공산주의 및 러시아혁명에 관한 굴지의 전문가 김학준이 문학과지성사에서 『혁명가들: 마르크스에서 시진핑까지, 세계공산주의자들의 삶과 죽음』을 펴냈다. 이 책은 20세기 현대사를 꿰뚫는 주요 공산주의자들의 생애를 집대성한 ‘전 세계 공산주의자 열전’이다. 852쪽이라는 방대한 분량에 걸쳐 공산주의의 창시자인 마르크스, 엥겔스, 레닌부터 현재 중국의 최고지도자로 자리 잡은 시진핑과 리커창까지 약 200여 년에 이르는 기간을 관통하는 여러 혁명가들의 파란만장한 삶을 낱낱이 추적하고 그들의 죽음이 갖는 의미를 되짚어본다.

『혁명가들』은 저자가 각각 1997년과 1998년에 펴낸 『붉은 영웅들의 삶과 이상: 소련과 동유럽 공산주의자들의 발자취』와 『동아시아 공산주의자들의 삶과 이상』을 하나의 책으로 통합해 새로 펴낸 개정증보판이다. 방대한 기초자료와 현지 방문이 밑바탕이 되었던 기존의 책들에 이후 새로 발굴된 자료와 해석들을 더해 현 시점에 맞게 다시 펴냈다. 이로써 전 세계 공산주의자의 삶과 죽음을 보다 유기적이고 입체적인 한 권으로 만나볼 수 있게 되었다. 저자는 1980년대 중반부터 독일, 헝가리, 체코슬로바키아, 유고슬라비아 등을 탐방하며 공산주의 지도자들의 무덤을 직접 찾아가보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당대의 명성과 다르게 잡초만 무성한 채 현지인들에게는 잊힌 무덤들을, 혹은 관광지로 거듭난 묘지들을 하나씩 둘러본 저자는 인생의 무상함을 느낀다. 이 같은 저자 특유의 생생한 현장 방문 기록과 관찰담은 『혁명가들』 구성의 중요한 축으로, 이 책을 백과사전식 정보 나열이 아니라 현장성이 가미된 입체적인 책으로 거듭나게 해준다.

무엇보다 이 책의 압권은 쉽고도 생생한 서술이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다. “트로츠키는 그때로부터 3개월이 채 되지 않은 시점인 8월 20일에 암살되고 말았다. 음흉한 암살자는 자신의 논문을 읽어보고 논평해달라는 교묘한 말로 트로츠키의 서재에 단신으로 들어가, 이에 응해 펜을 들고 줄을 쳐나가던 트로츠키에게 결정적 일격을 가한 것이다.”

이 책은 총 2부로 구성되었다. 1부는 소련을 중심으로 폴란드, 헝가리, 불가리아, 동독 등 동유럽 공산주의자들의 삶과 죽음을 조명한다. 2부는 중국을 중심으로 일본, 베트남, 캄보디아 등 아시아 공산주의자들의 삶과 죽음을 조명한다. 수많은 나라와 인물을 아우르고 역사를 관통하여 서술하는 『혁명가들』은 무엇보다 시야가 넓고 재미있다. 세계 혁명사를 공부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재미라는 토끼 역시 놓치지 않은 채 핵심에 접근하고 혁명사를 깊이 있게 공부하는 데 이 책은 큰 도움이 되어줄 것이다. 또한 이 책에서 내린 각 인물들에 대한 저자의 평가, 그리고 역사의 평가는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던져줄 것이다.

김학준 저, 855쪽, 4만5000원, 문학과지성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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