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추천도서]정의가 곧 법이라는 그럴듯한 착각

문화·라이프 / 이완재 / 2013-05-27 15:19:22
상식과 판결의 충돌 ‘법의 딜레마’

[토요경제=이완재 기자] “왜 법정에서 회장님은 휠체어를 탈까?” 비열한 전략과 납득할 수 없는 판결이 난무하는 법정. 정의의 심판은 얼마나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는가. 갈등의 최고조 상황에서 사람들은 흔히 “법대로 합시다!”라는 말을 쓴다. 여기에는 은연중에 ‘법은 선한 자의 편이고 공정한 판단을 내린다’는 믿음이 포함돼 있다. 그러나 과연 법에게 가지는 이런 상식은 위험하거나 억울한 상황에 처한 개인을 얼마나 보호해줄 수 있을까? 미디어를 장식하는 정치인들의 반복되는 부정부패, 회장님의 특별사면, 아동성범죄자의 형량을 보면 법이 ‘갑과 을’을 같은 기준에 올려놓고 제대로 된 판단을 하고 있는지 의심이 들 때가 많다.

<정의가 곧 법이라는 그럴듯한 착각>은 미국 법학계의 살아 있는 전설로 불리는 스티븐 러벳 교수가 쓴 ‘법과 정의의 딜레마’에 대한 내용을 담은 책이다. 실제로 일어난 사건과 재판 중심의 사례를 토대로 많은 이들이 견고한 사회보호 시스템이라 믿는 법의 유동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법조계 안에서 법조인들과 관련 사건을 객관성을 유지하며 관찰하고 분석해 미국에서 출간 즉시 커다란 반향을 일으키기도 했다. 최초의 동성애 재판으로 불리는 오스카 와일드 사건, 변호사까지 속이고자 했던 빌 클린턴, 작은 소란을 인종차별로 부풀린 하원의원 맥키니, 보스턴 대교구 성직자 성추행 사건 등을 마치 법정드라마처럼 흥미롭게 묘사하며 사건을 보는 다양한 관점을 제시한다. 이를 통해 독자들에게 일반적인 상식선의 사회정의와 법정 안에서의 정의가 얼마나 다른지, 또 그런 차이는 왜 존재하는지, 그렇다면 이 속에서 보완하고 변화시킬 지점은 무엇인지, 개인의 도덕과 윤리는 어떤 방향을 향해야 하는지 화두를 던져준다.


하루아침에 실직자가 된 월마트의 영웅?!
상식과 판결의 충돌이 우리에게 남긴 교훈은 무엇인가


미국 최대의 할인매장 월마트의 사진현상소에 근무하는 셜리 개스퍼는 손님의 사진을 현상하던 중 대마 잎사귀와 마리화가 흩어진 곳을 기어 다니는 아기 사진을 발견했다. 직감적으로 아기가 위험하다는 것을 감지한 그녀는 지역경찰에게 문제의 사진을 제공했다. 우려는 적중했다. 경찰이 찾아낸 아기는 온몸에 멍이 들어 있었다. 아기는 보호 감찰을 받게 됐고 개스퍼는 자신이 선한 일을 했다고 믿었다. 그러나 얼마 후 월마트에서 해고를 당했다. 월마트에서는 직원이 특정 사진을 경찰에 제출하기 전에 먼저 매장 매니저에게 보고를 해야 했는데 이런 명령체계를 따르지 않아 하루아침에 실직자가 된 것이다. 개스퍼는 월마트가 자신을 부당하게 해고했다고 고소했고 사건은 연방법원으로 이관됐다. 월마트는 고객의 비밀과 개인정보를 존중하지 않고 명령체계를 따르지 않은 점을 이유로 결국 승소했다.

일견 억울한 개인과 힘있는 기업의 대결로 보이는 이 사건에는 두 가지 입장이 존재한다. 만약 개스퍼의 승리로 끝났다면 아동학대 사건을 제보하는 사례나 그에 대한 관심도 늘어났을 것이다. 그러나 할머니가 손녀인 어린 아기의 알몸을 찍어 체포당한 사건이 다시 일어나지 말라는 법도 없다. 월마트는 모든 직원들이 형사가 되어 고객을 고발하는 것에 절대로 찬성하지 않을 것이다. 기업에게는 사회정의보다는 이윤추구라는 가치가 우선시되기 때문이다. 《정의가 곧 법이라는 그럴듯한 착각》은 노스웨스턴 법학대학교 교수인 스티븐 러벳이 수십 년간 법조계에 몸담으며 이런 논쟁적인 사례들을 수집하고 그에 대한 칼럼을 발표해 엮은 책이다. 저자는 어느 것이 선이고 악인지, 어떤 가치가 더 우선시되어야 하는지 쉽사리 대답할 수 없는 다양한 재판을 통해 지금의 법체계에 질문을 던진다. 생동감 넘치는 재판 묘사와 사건을 바라보는 통찰력, 위트 있는 문장은 독자들에게 가장 흥미롭게 ‘법과 정의의 딜레마’를 이해할 수 있는 통로를 제공할 것이다.

스티븐 러벳 저.조은경 역, 300쪽, 1만6000원, 나무의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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