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회의원 안철수’가 정계의 호된 신고식을 치르고 있다. 국회의원으로서 활동하게 될 상임위원회를 정하는 과정에서 난관에 부딪힌 것이다.
안 의원은 국회에서의 ‘전공’으로 △교육문화체육관광위 △보건복지위 △환경노동위 등을 희망했다. 보궐선거로 당선된 의원은 전임 의원의 상임위를 물려받는 것이 관행이지만, 안랩 주식(186만 주, 1143억9천만 원 상당) 백지신탁 문제로 다른 상임위를 원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국회의원으로서의 첫 행보부터 발목이 잡힌 안 의원. 결국 그가 희망하는 상임위에 들어가 활동할 수 있을 것인지에 정계의 관심이 집중된다.
◇ 安 보건복지위行, 의장 태클에 ‘급제동’
당초 안철수 의원이 활동할 첫번째 국회 상임위원회는 보건복지위원회로 결정됐었다.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와 박기춘 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7일 보건복지위 소속 민주당 이학영 의원을 정무위원회로 보임시키는 대신 보건복지위 야당 잔여위원 정수를 무소속 안철수 의원에게 배려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안 의원이 보건복지위로 가게 되면서 새누리당 의원 11명, 민주당 의원 9명, 비교섭단체 1명이었던 의원 정수는 새누리당 11명, 민주당 의원 8명, 비교섭단체 2명으로 바뀔 상황이었다. 또 정무위 의원정수는 새누리당 13명, 민주당 9명, 비교섭단체 2명에서 새누리당 13명, 민주당 10명, 비교섭단체 1명으로 변경될 예정이었다.
이런 계획들은 강창희 국회의장의 ‘진노’ 때문에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강창희 의장은 9일 국회에서 이한구ㆍ박기춘 두 원내대표와 만나 안철수 의원의 상임위 배정 문제를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는 뜻을 전달했다.
강 의장은 무소속인 안 의원의 상임위 배정권한은 국회의장에게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야 원내대표가 민주당 몫의 보건복지위원회에 안 의원을 보내기로 합의한 뒤 의장과 협의도 하지 않은 채 언론에 발표한 데 대해 역정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한구 원내대표는 강 의장과의 회동 직후 기자들과 만나 “안 의원의 상임위 배정과 관련, 앞서 제가 박 원내대표의 부탁을 들어서 동의를 해줬는데 그대로 하면 국회 규칙에 위배되는 것”이라며 “(상임위 배정 문제는) 의장 권한이기에 의장이 그것을 최종 판단하겠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양당 원내대표가) 의장이 권한행사를 하는 데 대해서는 이의가 없다고 동의했다”고 덧붙였다.
◇ 국회의장이 ‘태클’ 건 이유는…
박기춘 원내대표는 그러나 “절차상 국회의장이 결심도 안했는데 다 발표한 것처럼 언론에서 보도되니까 기분이 나쁜 것”이라며 “(안 의원의 상임위 배정을 복지위로) 안 한다고는 했지만 여야가 합의한 것이고, (안 의원) 본인의 의사를 충분히 존중할 것 같은 분위기는 있었다”고 말했다.
강창희 의장이 안 의원의 보건복지위 배정을 사실상 거부한 것은 국회법 규정에 어긋나기 때문이라는 이유에서다. 현행 국회법은 비교섭단체 소속 의원의 경우 국회의장이 상임위 배정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안 의원의 경우, 보건복지위 소속 이학영 민주당 의원이 정무위원회로 옮겨가고, 안 의원이 복지위에 들어가기로 두 의원 간에 양해가 있었고, 이를 다시 지난 7일 새누리당과 민주당 원내대표가 만나 합의하는 과정을 거쳤다.
결국 강 의장은 양당 원내대표가 자신과 사전 협의 없이 안 의원 상임위 배정 문제를 합의, 발표한 데 대해 불쾌감을 드러낸 것이다. 강 의장은 또 상임위 배정 문제에 대해 안 의원이 직접 자신을 찾아와 상의하지 않고 있는 점에 대해서도 “그런 게 새 정치냐”며 강한 유감을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 의장이 안 의원의 보건복지위원회 배정에 제동을 건 데 대해 배성례 국회 대변인은 “비교섭단체 소속 의원들이 들어올 텐데 이 문제를 여야 합의로 해버리면 국회법을 어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복지위 배치 자체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국회의장의 권한으로 돼 있는 사항을 양당 원내대표 합의로 결정한 것에 대한 절차적 문제점을 지적하고, 이를 바로잡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강 의장의 이번 거부를 두고 ‘안철수 길들이기’ 차원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정계 관계자는 “비교섭단체 소속 의원은 국회의장이 상임위를 배정하는 것으로 국회법에 명시된 것은 사실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여야 원내대표가 합의하면 국회의장이 이를 승인해왔다. 대놓고 거부한 것은 처음”이라며 “안철수 길들이기를 위한 차원도 있지 않겠느냐”는 의견을 피력했다.
◇ “안철수와 ‘보건복지’가 어울리냐고요?”
안철수 의원의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배정을 놓고 여야 의원들은 ‘뜬금없다’는 의견과 ‘어울린다’는 주장이 맞붙으며 시각차를 드러냈었다.
신의진 새누리당 의원은 “상임위 활동을 하며 복지 분야에 얼마나 많은 조예가 있는지 유심히 지켜봐야 할 것”이라면서도 “그동안의 활동을 봤을 때 이번 배정은 다소 뜬금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신 의원은 “안 의원은 지난해 대선 과정에서 전반적인 비전은 제시했지만 보건 분야와 관련해서는 별로 표현하지 않았다”며 “구체적으로 눈에 띄는 복지 비전을 내놓은 것이 없다”고 꼬집었다.
그는 “대기업의 횡포를 지적하는 등 관련 비전을 많이 제시해온 만큼 정무위원회로 가는 것도 좋았을 것”이라며 “회사 주식 문제 때문에 어려움이 있는 것을 알지만, 이를 처리하고 정치인으로서의 길을 가는 것이 더 존경 받을 수 있는 방법이었을 것”이라고 했다.
같은 당 김희국 의원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함께 활동을 해봐야 할 것”이라면서도 “우선 정치적인 자신의 견해부터 밝혀야 할 것”이라고 요청했다.
반면 민주당은 안 의원이 보건 분야에 높은 관심을 보여 온 만큼 보건위 배정을 환영했었다.
양승조 의원은 “보건복지는 대한민국 모두의 사회적 폐단이자 커다란 숙제”라며 “국민의 지지를 받고 역량도 있는 안 의원이 여러 현안에 놓인 복지 문제를 해결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양 의원은 “같은 상임위 배정을 진심으로 환영한다”며 “함께 현안을 해결하도록 노력해 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남인순 의원은 “안 의원은 전반적으로 복지 분야에 대해 관심이 있는 분”이라며 “직접 의료계에도 계셨기 때문에 국민건강 문제 해결 등에 많은 활동을 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 의원은 지난해 대선후보 시절 대선 공약집으로 볼 수 있는 ‘안철수의 생각’을 통해 보건의료계에 대한 전반적인 구상을 제시한 바 있다.
그는 보건의료분야의 3대 정책 목표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통한 의료비 불안 해소 △공공의료 확충을 통한 의료 이용 형평성 및 효율성 제고 △건강증진 및 질병예방 중심 국가보건의료체계 구축을 제안했다.
여야의 의견이 엇갈리는 가운데, 안 의원 본인은 당초 자신의 ‘국회 전공’이 ‘복지’로 정해진 것에 대해 상당한 만족을 표한 것으로 전해졌었다.
안 의원 측 관계자는 “보건복지위원회 배정이 결정됐을 때 안 의원은 ‘잘 됐다, 내 전문성에도 맞는 것 같다’고 했었다”고 말했다.
이어, “자신의 책 <안철수의 생각>에 ‘한국이 짧은 시간 내 산업화와 민주화를 거쳤는데 이제 가야 할 길은 복지국가’라고 썼던 것도 다시 언급했다”고 덧붙였다.
안 의원은 지난해 7월 SBS <힐링캠프>에 출연했을 당시에도 “선진국이 200년 만에 걸린 민주화, 산업화를 우리나라는 50년 만에 해결했다, 남은 과제는 불안이다”라며 “불안을 해결하는 가장 중요한 방법은 복지다, 열심히 일한 중산층의 불안을 해소할 복지확립이 필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안 의원이 ‘의사 출신’인 점도 주목을 받아왔다. 그는 1995년 2월 안철수연구소(지금의 ‘안랩’)을 설립하면서 의료계를 떠났지만 1980년 서울대 의대에 입학해 동대학 대학원에서 박사과정까지 모든 학위를 마쳤다. 그가 대학 재학 시절 서울 구로동에서 의료 봉사를 했다는 일화도 널리 알려져 있다. 무엇보다 아버지부터 부인까지 모두 의사라는 점 등 보건의료계와 깊은 관계가 있다.
◇ 예상치 못한 ‘태클’… 안철수 '험로' 예상
상임위 배치 문제가 다시 꼬이자 안 의원은 10일 강 의장을 만나 협조를 구했다.
국회의장실 관계자는 “안 의원이 찾아와 잘 설명하면 의장이 판단할 것이다. 이런 절차를 거쳐 결국은 안 의원의 희망대로 보건복지위로 배치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박기춘 원내대표도 “강 의장이 일단 화가 나서 안 의원의 보건복지위 배치를 거부하긴 했지만, 여야가 이미 합의한 사항이라, 안 의원의 의사를 충분히 존중할 것 같은 분위기가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나 만약 강 의장이 끝내 안 의원의 보건복지위 행을 거부한다면 안 의원은 정무위원회를 배정 받아야 한다.
안 의원은 지난 4ㆍ24 보궐선거에서 노회찬 전 의원 지역인 서울 노원병에서 당선됐기 때문에 노 전 의원이 속해 있던 정무위원회로 가는 게 관행이지만, 안랩 주식(186만 주, 1143억9천만 원 상당) 백지신탁 문제로 다른 상임위를 원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안 의원 측은 이날 예상치 못한 강 의장의 ‘상임위 배정 원점 재검토’ 결정에 대해 매우 곤혹스러워 하면서, 곧바로 강 의장과 면담을 가진 바 있다.
안 의원이 희망하는 국회 상임위원회에는 △교육문화체육관광위 △보건복지위 △환경노동위 등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종적으로 그가 희망하는 상임위에 배정될 수 있을 것인지에 정계의 주목이 집중된다.
◇ 보좌진 모집에 90명 몰려… 安 인기 “살아있네”
이처럼 안철수 의원의 정치 행보가 첫 걸음부터 순탄치 못한 가운데에서도, 안 의원실의 보좌진 모집 공채에 90여명의 지원자가 몰려 눈길을 끌고 있다.
안 의원실 관계자는 국회 홈페이지에 4급 보좌관 1명ㆍ인턴 1명을 채용한다는 공고를 낸지 이틀 만인 지난 8일 현재 90여명의 지원자가 몰렸다고 밝혔다.
의원실이 채용 공고를 내면 보통 30여명 정도가 지원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평균을 훨씬 웃도는 수준이다.
특히 안 의원실이 4급 보좌관으로 국회 경험이 풍부한 사람을 찾는 것으로 알려져 민주당 의원의 보좌관 출신들이 상당수 몰린 것으로 알려졌다. 지원자 중에는 진보정의당과 새누리당 의원 보좌관 출신도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
사법시험 출신 변호사, 정치학 박사학위 소지자, 시민단체 활동 경력자 등의 지원자들이 상당수 지원서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연령층은 30대 중ㆍ후반에서 50대 중반까지 다양하다.
또 안 의원실은 주변 인사들로부터 추천을 받기도 해 실제 경쟁률은 더 높질 것으로 보인다.
홍보ㆍ정책ㆍ수행 등 전반적인 업무를 담당하게 될 인턴은 국회 경험을 쌓고 싶은 20대~30대 초반의 젊은 층이 주로 지원했다. 해외 명문 대학의 석ㆍ박사 소지자들도 상당수 포함됐다.
안 의원실은 서류심사를 통과한 지원자들을 대상으로 다음 주 초 면접을 치른 뒤 보좌진 구성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이처럼 지원자가 몰리는 데에는 향후 ‘신당 창당’ 등 안 의원의 선택지가 많다는 점에 대한 기대감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안 의원실 관계자는 “안 의원의 비전에 대한 기대와 공감 때문에 지원을 많이 하지 않았겠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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