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경제=유상석 기자] 300억원대 회삿돈을 빼돌려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로 기소된 담철곤 오리온 회장에게 집행유예가 확정된 가운데, 오리온이 다시 한 번 논란에 휩싸였다. 실적이 좋지 않은데도 주주들에게 거액의 배당금을 지급하고 임원에겐 두둑한 성과급을 나눠준 탓에 ‘돈잔치’ 논란에 휩싸인 것이다.

◇ 회사 어렵다더니… ‘배당금 잔치’
오리온은 지난달 열린 주주총회에서 주당 3000원의 배당을 지급하기로 했다. 배당금 규모는 총 158억원. 이에 따라 오리온 지분 28%를 보유하고 있는 오너일가는 배당금 51억원을 챙겼다.
담철곤 회장의 부인인 이화경 부회장(14.5%ㆍ86만5204주)은 26억원을, 담 회장(12.92%ㆍ77만626주)은 23억원을 받았다. 이들의 자녀인 경선ㆍ서원(각각 0.53%ㆍ3만1669주)씨도 1억원씩 수령했다. 여기에 담 회장과 이 부회장은 지난해 오리온 등기이사 급여로 각각 최소 15억원(등기이사 1인당 평균 지급액)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담 회장은 오리온 대표이사를, 이 부회장은 등기이사를 맡고 있다.
담 회장은 지난해 계열사에서 거액의 배당금을 챙기기도 했다. 아이팩은 200억원의 현금 배당을 실시했는데, 이중 106억원을 담 회장(53.33%ㆍ18만4000주)이 챙겼다.
사실 오리온은 지난해 이익이 전년보다 격감해 이처럼 과다한 배당을 할 처지가 못됐다. 지난해 당기 순이익이 전년 459억8천800만 원 보다 400억 원 이상 줄어들었다. 그러나 현금배당은 전년도와 비슷한 규모를 보였다. 회사가 이런 배당을 결정하는데는 담 회장을 비롯한 지배주주가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리온은 지난해 중국사업 호조로 연결기준 매출(2조3680억원)과 영업이익(2637억원)이 전년(1조9126억원ㆍ2151억원)보다 각각 24%, 23% 증가했다. 순이익도 1105억원에서 1698억원으로 늘었다.
그러나 국내 실적은 엉망이다. 오리온 개별기준 매출(8207억원)은 전년(7607억원) 대비 7.9% 증가하는데 그쳤다. 영업이익은 720억원에서 619억원으로 14%나 줄었다. 순이익은 460억원에서 58억원으로 급감했다.
그런데도 오리온은 예년과 비슷한 금액을 배당했다. 순이익보다 100억원이나 많은 금액을 퍼준 것이다. 배당성향이 무려 270%나 되는 초고배당이다. 오리온은 2011년에도 158억원(배당성향 34%)을 배당했다. 당시 순이익은 460억원. 1664억원의 순이익을 거둔 2010년엔 118억원(배당성향 7%)을 배당했었다.
아이팩 배당도 다르지 않다. 배당성향이 무려 2121%의 초고배당이라 논란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당시 아이팩의 매출은 431억원.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17억원, 9억원에 불과했다. 아이팩은 2000∼2005년 매년 11억원씩 배당한데 이어 2006년과 2007년 각각 8억원, 3억원을 배당한 바 있다.
◇ 막대한 배당액, 담 회장 쌈짓돈 챙기기?
업계에선 담 회장을 위한 배당이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담 회장은 2011년 6월 구속 직전 아이팩에서 횡령ㆍ배임한 160억원을 개인 재산으로 변제했다. 때문에 변제금을 배당금으로 되돌려 받은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더구나 아이팩은 오리온, 오리온스낵인터내셔널 등 그룹 계열사들과 거래해 유지되는 회사다. 매년 매출의 70% 이상을 계열사에서 채우고 있다. 과자 봉지와 박스 등을 납품한다. 이를 통해 매년 수백억원대 고정 매출을 올리고 있다.
담 회장이 회사가 어렵다고 법원에 읍소했다는 점에서 배당금 지급을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도 있다. 담 회장은 재판 때 “회사 사정이 좋지 않아 오너의 복귀가 절실하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 부회장은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회사의 어려운 상황을 전하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당시 이 부회장은 “남편의 구속으로 일본, 중국, 베트남, 러시아 등 해외 시장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그룹의 최대 위기인 지금 남편의 경영복귀 기회를 한 번만 주신다면 오리온이 아시아 넘버원 기업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선처를 호소했었다.
이번 논란과 관련, 오리온 측은 “따로 드릴 말씀이 없다”는 짧은 말을 남겼다.
오리온 관계자는 “아이팩이 오리온의 계열사로 알려져 있지만, 직접적으로 관련 있는 회사가 아니기 때문에, 회사 차원에서 드릴 수 있는 말씀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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