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경제=유지만 기자] 21세기 ‘혁신의 아이콘’으로 군림했던 美 애플 社가 난관에 봉착했다. 아이팟, 아이폰, 맥북에어 등을 세상에 발표하며 세계 IT판도를 뒤집었던 스티브 잡스 시절의 영광을 재현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잡스 사후 애플 號의 선장을 맡은 팀 쿡 최고경영자(CEO)는 취임 후 이렇다 할 만한 혁신적인 제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한 반증이라도 하듯 최근 애플의 주가는 거의 반토막이 났고, 24일(한국시각) 발표된 실적 역시 지난해보다 18%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상황이 좋지 않자 과거 스티브 잡스조차 내친 경험이 있는 ‘성질급한’ 애플 이사회가 후기 CEO를 모색하고 있다는 보도까지 나오고 있다. 현재 애플은 ‘위기’에 직면해 있다.
◇ 주가 하락으로 시가총액 1위 자리 내줘

주가가 하락하면서 그동안 지켜온 시가총액 부동의 1위 자리도 내주게 됐다. 이날 애플의 시가총액은 3681억6000만 달러를 기록했는데, 같은 날 액손모빌은 주가가 0.63% 상승하며 시가총액 3881억 달러를 기록해 애플을 제치고 1위로 올라섰다.
애플의 주가가 하락한 이유는 24일 1분기 실적 발표에서 부정적인 결과가 나올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기 때문이다. 관련업계에서는 애플이 지난 해 발표한 ‘아이패드 미니’의 공급량이 최대 30%까지 줄어들고, ‘아이폰5’에 대한 분기 주문량 역시 4000만 대에서 3000만 대로 줄어들 것이란 분석들도 나왔다.
이같은 전망은 외신을 통해서도 드러난다. 22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애플은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직전 분기 대비 18% 감소한 95억3000만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관측됐다. 이는 정확히 맞아떨어져, 24일 실적발표에서 애플은 순이익이 95억 달러, 한화로 10조 7천억 원이라고 발표했다.
이처럼 실적이 떨어진 원인으로 지난해 발표한 신제품들의 공급량과 주문량 감소가 지목된다. 신제품이라 소개한 아이폰5와 아이패드 미니 등의 수요가 예전만 못하다는 것. 스티브 잡스로부터 애플을 이어받은 팀 쿡의 ‘판단미스’가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 시장 ‘신제품 요구’ 묵살에 ‘하락’
애플의 실적이 이처럼 부진은 그동안 시장에서 끊임없이 요구했던 ‘신제품 출시 주기 단축’과 ‘제품 다변화’를 거부하고 ‘마이웨이’를 고집했던 것도 한 몫 했다. 그동안 애플은 아이폰의 경우 매년 아이폰3→3GS→아이폰4→4S→아이폰5의 순으로 제품을 발표했다. 이같은 기조는 전임 CEO였던 스티브 잡스 시절 굳어진 것으로, 애플은 제품발표 패턴을 계속적으로 유지해 왔다.
스마트 기기 시장을 선도한 애플의 이런 노선은 아이폰4를 발표할 때 까지는 매우 유효했다. 비록 격년 주기로 신제품을 발표한 셈이었지만 애플의 제품들은 발표 때마다 혁신적인 모습들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의 붐을 일으킨 아이폰3부터 시작해 ‘레티나 디스플레이’를 탑재하며 사용자의 눈을 밝게 해 준 아이폰4에 이르기까지 애플은 늘 ‘혁신’의 대명사로 통했고, 그 명성을 유지해왔다. 한 업계 관계자는 “아이폰4 발표때 까지만 하더라도 ‘애플’이라는 이름은 스마트 기기 그 자체였다”고 회상하며 “다른 어떤 기기들도 애플 제품의 완성도를 따라가기는 불가능해 보였다”고 말했다.
◇ 구글 ‘안드로이드’의 반격...추격당한 애플
하지만 구글이 ‘안드로이드’ 플랫폼을 전면 개방하며 스마트폰 시장이 커지자 무섭게 치고 나오는 후발주자들이 생겼다. 구글은 안드로이드의 소스코드를 완전히 공개하며 여러 업체들이 이를 활용한 스마트폰을 개발할 수 있도록 했고, 이에 전세계 유수의 업체들이 안드로이드 기반 스마트폰을 발표하며 세계 스마트 기기 시장은 ‘춘추전국시대’가 됐다.
안드로이드 초반 구글과 손을 잡고 레퍼런스 폰을 개발한 대만의 HTC부터 최근 애플의 가장 강력한 라이벌로 떠오른 삼성전자까지 무서운 속도로 애플의 턱밑까지 치고 올라오자, 애플은 그동안의 기조를 버리고 ‘제품 다변화’를 조심스레 모색하기 시작한다. 당초 스티브 잡스는 생전에 아이폰과 아이패드 라인업에 다른 제품을 추가하는 것을 극도로 싫어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현 CEO인 팀 쿡의 생각은 조금 달랐다.
우선 애플은 아이폰5에 접어들면서 그동안 유지해 왔던 아이폰의 화면 크기를 버렸다. 기존 아이폰4까지의 화면크기는 3.5인치였다. 하지만 아이폰5를 발표하면서 애플은 화면을 4인치로 늘리게 됐다. 이는 최근 전세계적으로 5인치대의 스마트폰이 대세로 자리잡으면서 아이폰의 작은 화면에 대한 고객의 불만이 나타나자 이를 수용한 것으로 보인다.
애플은 아이패드 라인업에도 변화를 줬다. 기존에 줄곧 발표하던 9인치대의 태플릿 PC인 ‘아이패드’는 그대로 두되, 조금 더 작고 휴대가 간편한 7인치대의 ‘아이패드 미니’를 선보인 것. 생전 스티브 잡스는 “7인치대 태블릿에는 경쟁력이 없다”며 전혀 고려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지만, 팀 쿡 아래에서의 애플은 결국 세계의 흐름을 따라갈 수 밖에 없었다.
◇ 결국 ‘팀 쿡 교체설’까지 등장
애플의 제품 다변화는 일시적으로 시장의 좋은 반응을 이끌어냈다. 하지만 이런 ‘작은 변화’로는 그동안 다져온 입지를 지켜가는 데에는 무리였다.
특히 삼성전자가 ‘물량 공세’에 가까울 만큼 많은 제품을 시장에 선보이며 시장 점유율을 야금야금 높여가는 것이 애플에게는 위협으로 다가왔다. 삼성전자는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인 ‘갤럭시’ 시리즈를 출시한 이래 지속적으로 애플과의 격차를 좁히더니, 기어이 지난해에는 시장 점유율에서 애플을 밀어내고 세계 1위 시장을 빼앗았다.
삼성전자의 이같은 선전은 기존의 애플이 가지고 있던 스마트폰의 흐름을 자신들의 것으로 가져오면서 가능했다. 애플이 3.5인치대의 화면을 가진 스마트폰만을 출시하며 ‘마이 웨이’를 고집했다면, 삼성전자는 과감하게 5인치대의 큰 화면 사이즈의 스마트폰을 연이어 출시하며 ‘패블릿’ 시장을 새롭게 열면서 사용자들을 파고들었다. 삼성전자가 애플을 추월하는 양상은 최근의 기업 이미지 관련 조사에서도 드러났다. 삼성전자는 미국 포브스가 최근 발표한 ‘2013년 세계에서 가장 평판 높은 기업’조사에서 16위로 올라서 애플과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지난해 21위에서 5단계 상승한 것이다. 반면 애플은 같은 조사에서 지난해 5위에서 7단계 하락한 12위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상황이 이처럼 악화되자, 결국 CEO인 팀 쿡에 대한 ‘교체설’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포브스는 애플 대주주를 중심으로 팀 쿡 CEO를 교체하지 않을 경우 주식을 처분하겠다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으며 애플 이사회가 정보기술(IT) 분야에서 경력과 자질을 갖춘 인물을 찾고 있다고 보도했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애플이 ‘혁신’을 만들어왔지만, 최근의 모양새는 ‘혁신’이 아닌 ‘개선’에 가까웠다”며 “시장에서는 최근의 이런 흐름이, 애플이 더 이상 ‘혁신’의 동력이 없는 것은 아닌가라고 의심할 수 있는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애플의 제품 공급 문제도 상황을 비관적으로 바라보는 요인 중 하나다. 아이폰에 들어가는 터치패널 등의 부품을 공급하는 샤프와 재팬디스플레이 등의 일본 기업들이 최근 부품 주문량을 절반 가까이 줄일 것으로 알려지면서 ‘판매 부진’에 빠진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최근 애플에 대해 발표되고 있는 심상치 않은 실적 부진의 징조와 세계 시장에서의 위상 축소, CEO 교체설 등은 예전과는 분명 다른 신호로 분석된다. 한 증권가 애널리스트는 “애플의 기술이 과거엔 ‘혁신’이었지만, 이제는 모든 회사들이 따라잡은 상태”라며 “애플은 현재 ‘혁신’에 집착하기도 어렵고, 경쟁사처럼 ‘개선’만 하기엔 애매한 상황에 직면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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