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땅을 밟아야 내 땅에 들어갈 수 있는데…

산업 / 유상석 / 2013-04-29 11:36:44
유상석 기자가 들려주는 부동산 상식 (37)

Q. 저는 밭을 하나 소유하고 있는데, 동서는 모두 절벽으로 이루어져 있고, 북쪽은 산과 연결돼있습니다. 남쪽에는 이웃이 소유한 공터가 하나 있는데, 지금까지 이 공터를 제 밭으로 통하는 유일한 통로로 이용해왔습니다.
그런데 이 공터를 최근에 다른 사람이 매수한 모양입니다. 그 땅의 새 주인은 최근 제게 찾아와 “그 곳에 집을 지을 예정이니, 앞으로 이 땅을 통로로 이용하지 말라”고 하네요.

저는 그 땅을 통과하지 않으면 제 밭으로의 통행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입니다. 그 땅을 밟지 않고 제 밭으로 가려면 절벽으로 뛰어내리거나, 산 속을 헤매야 하니까요.
제 밭은 무슨 육지 속의 섬처럼 돼 버린 상황입니다. 이대로 제 땅을 제 마음대로 출입하지도, 이용하지도 못하는 상황으로 지내야만 하는 것인가요?
(최병철(61)ㆍ농업)


A. 상식적으로 생각할 때, 누군가 타인 소유의 공터 위를 소유권자의 허락도 없이 길을 내어 다닌다면, 소유권자는 ‘내 땅 위로 다니지 말라’고 요구하거나, 그 길을 폐쇄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번 사례처럼 그 공터 외에 다른 길이 전혀 없거나, 있더라도 과대한 비용을 요하게 되는 경우(예 : 공터를 통해서 가면 가장 가까운 공로(公路)까지 5분 만에 갈 수 있으나, 다른 길을 거치면 1시간 이상 걸리는 경우)에는 무조건적으로 통행을 제한할 수만은 없는 것 또한 상식일 것입니다.

이 경우, 우리 민법은 땅 주인의 소유권을 제한하고, 그 토지 위로 통행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는데, 이 권리를 ‘주위토지통행권’이라고 부르며, 그 권리를 가진 자는 ‘통행권자’라고 칭합니다.

타인 토지에 ‘통행권’이 인정되는 ‘통행권자’라고 하더라도, 그 토지를 아무 제한 없이 통행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민법 제219조 ①항은 “어느 토지와 공로사이에 그 토지의 용도에 필요한 통로가 없는 경우, 그 토지 소유자는 주위의 토지를 통행하지 않으면 공로에 출입할 수 없거나 과다한 비용을 요하는 때에 주위 토지를 통행할 수 있고, 필요한 경우 통로를 개설할 수 있다”면서도(지금까지 설명드린 내용과 같습니다) “그러나 이로 인한 손해가 가장 적은 장소와 방법을 선택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②항은 “통행지 소유자에게 손해가 발생했을 시에는 이를 보상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이번 사례의 경우, 최병철 님은 최근에 주인이 바뀌었다는 문제의 그 공터를 통행할 수 있고, 필요한 경우에는 통로를 개설할 수 있다고 할 것입니다.
다만, 이로 인해 새 주인이 입게 되는 손해를 가장 최소화하는 장소와 방법을 선택하고, 만약 손해가 발생하면 이를 보상하셔야 합니다.

만약 공터의 새 주인이 일방적으로 통로를 폐쇄하거나 지나치게 좁은 통로만을 남겨두는 경우에는 민법 제214조를 근거로 ‘통행방해의 배제’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할 수 있고, 긴급한 경우에는 ‘통행방해배제의 가처분’을 신청하실 수도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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