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경제=유상석 기자] “상품명이나 제품의 외형 등을 볼 때, 롯데제과가 상표권을 침해한 것이 분명하다” (해태 누가바)
“‘누가’는 제품의 원료일 뿐, 고유명사도 브랜드명도 아니기에 문제없다” (롯데 누가&땅콩)
스틱바 형태 아이스크림 ‘누가바’를 둘러싼 논쟁이 법적 분쟁으로 이어지게 됐다.
해태제과가 40여년간 판매해 온 스틱바 형태 아이스크림 ‘누가바’의 상표권을 침해당했다며 롯데제과를 상대로 가처분 신청을 낸 것이다.

법조계에 따르면 해태제과는 지난 18일 롯데제과를 상대로 “누가바와 유사한 표장을 사용한 제품을 제조하거나 판매하지 않도록 해달라”며 상표권 침해 금지 및 표장사용 중지 가처분 신청을 서울중앙지법에 제기했다.
해태제과 측은 “1974년 누가바를 출시해 40년 이상 지속적으로 판매해왔고, 광고를 통해 업계와 소비자들에게 널리 알려져 절대 우위의 판매량을 차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해태제과가 상표권을 침해당했다고 주장하는 제품은 롯데제과의 아이스크림 ‘누가&땅콩(누크바)’이다.
해태제과 관계자는 “롯데제과 측이 ‘누가’를 포함한 표지를 제품에 사용했고 포장도 유사하다”며 “일반 수요자나 거래자들에게 출처에 관해 오인이나 혼동을 줄 수 있어 영업활동에 직접적이고 중대한 영향을 끼친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본안 소송이 확정되기까지는 장시간이 걸려 엄청난 영업 손해가 예상돼 가처분을 신청한 것”이라며 “향후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본안 소송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롯데제과 측은 “제품 출시에 앞서 법률적으로 검토했으나 문제가 없다고 판단해 사용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롯데제과 관계자는 “‘누가’는 고유명사도 브랜드명도 아닌, 그냥 제품의 원료 이름일 뿐”이라며 “‘자일리톨껌’이라는 제품명을 쓰는 것이 법적으로 문제될 리 없는 것처럼, ‘누가’라는 단어의 사용도 문제의 소지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관계자는 “‘누가바’의 인지도를 알리기 위한 해태 측의 마케팅 전략이 아닐까하는 추측도 든다”며 “회사 차원에서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지 않다”고 덧붙였다.
◇ 법정소송, 누가 이길까?
이번 논란에 대해 업계에서는 해태제과의 ‘누가바’가 1974년 출시 이후 40여년간 판매되며 원조로서의 역할을 해온 만큼 해태 측의 승소를 전망하고 있다.
‘누가바’는 1974년 출시 이후 1986년과 2010년 각각 특허청에 두 가지 표장의 상표등록을 했다. 이에 반해 ‘누가&땅콩’은 이 보다 20여년 뒤인 1996년 출시됐다.
제과업계 한 관계자는 “‘누가바’가 원조 제품으로 오랜 기간 판매되며 독립적 표지기능을 해온데다 상표등록이 된 상태이기 때문에 가처분 신청뿐 아니라 손해배상 소송에서도 승소할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실제 비슷한 사례로 커피전문점 커피빈이 세븐일레븐의 ‘커피빈 칸타빌레’라는 상표에 대해 유사하다는 이유로 상표 무효 소송을 낸 바 있다.
커피 전문점 ‘커피빈’의 미국 본사는 지난 1998년 ‘커피빈’을 국내에 상표로 등록했다. 그 후, 이 브랜드는 ‘별다방’이란 별칭이 붙은 스타벅스와 함께 ‘콩다방’이란 애칭을 얻는 등 그 이름이 널리 알려졌다.
그런데 지난 2009년 편의점 프랜차이즈 업체인 ‘세븐일레븐’이 ‘커피빈 칸타빌레’라는 상표를 등록하자, 커피빈 측은 상표가 비슷하다며 세븐일레븐을 상대로 상표 무효 소송을 낸 것이다.
대법원은 “이미 ‘콩다방’이라는 애칭이 붙을 정도로 널리 알려졌다면, 이용자들이 혼동할 수 있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려, 커피빈의 손을 들어줬다.
판결문에는 “선(先)사용 서비스상표들이 오랜 기간 상용된 결과 애초 식별력이 없었거나 미약했던 커피빈(coffee bean) 부분이 수요자간에 현저하게 인식됐다고 볼 수 있다”며 “커피빈(coffee bean)을 중요한 부분으로 보아 상표유사 여부를 살피고 등록상표가 수요자를 기만할 염려가 있는 상표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고 판시돼 있다.
윤성식 대법원 공보관은 “나중에 유사한 상표가 등록될 당시 원래의 서비스표에 식별력이 생겼다면 이 때를 기준으로 상표의 혼동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는 취지의 판결”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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