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매계약 ‘파토’낸 당사자가 다시 이행을 청구하는데…

산업 / 유상석 / 2013-04-08 11:27:28
유상석 기자가 들려주는 부동산 상식 (34)

Q. 집을 한 채 구입하려고 여러 곳을 물색하던 중, 무척 당황스러운 일을 겪었습니다.
마음에 드는 집을 발견해, 이 집을 매수하기로 하는 계약을 체결하고, 계약금까지 지급했습니다만, 갑자기 자금 사정에 문제가 생겨, 중도금을 제때 지급하지 못했습니다.
마침, 적금 만기일이 딱 1주일 남았기에, 매도인에게 “1주일만 더 기다려 달라”고 부탁했으나, 매도인은 사흘 연속으로 중도금의 지금을 청구하는 내용증명우편을 보내더니, 나흘째에는 계약이 해제됐다는 통지를 보내더군요.

‘이 집은 저와 인연이 아닌가보다’라는 생각에, 그 집을 포기하고, 다른 집을 물색하던 중, 문제의 그 성질 급한 분에게서 몇 개월 만에 또 내용증명이 왔네요. 이제 와서 다시 중도금과 잔금을 지급하랍니다. 계약을 해제한 게 누군데…

하도 황당해서 “당신이 계약을 해제해놓고, 이제 와서 이행을 요구하는 게 말이 되느냐”고 따져도 막무가냅니다. ‘어쨌든 계약해제의 원인제공은 당신이 했다. 당신이 중도금만 제때 지급했다면 이런 일이 없었을 것 아니냐’고 하더군요.

상식적으로 생각해 봐도 말이 안되는 것 아닌가요? 계약을 ‘파토’낸 당사자가 없어진 계약 상의 의무 이행을 청구하다니요.
(인터넷 독자 se18****)


A. 말씀하신대로 상식적으로 생각해봐도 말이 안됩니다. 대법원 판례 역시 같은 입장입니다.
다만, 법적 분쟁을 해결할 때 ‘상식적으로 말이 안된다’는 말은 통하지 않겠죠. 그래서 대법원이 내세운 논리는 ‘계약위반의 당사자 역시 계약해제의 효과를 주장할 권리가 있다’는 것입니다.

두 당사자 사이에 매매 계약이 맺어졌는데, 어느 한 당사자가 계약을 위반했어요. 그래서 상대방은 계약 해제를 통보했죠. 그런데도 상대방이 느닷없이 계약 존속을 전제로 계약상의 의무를 이행하고 있는 게 지금의 상황이지요. 이 경우 대법원은 ‘계약을 위반한 당사자도 그 계약이 상대방의 해제로 소멸됐음을 이유로 이행을 거절할 수 있다’(대법 2001.6.29, 2001다21441)는 것이 대법원의 입장이라고 합니다.

따라서 se18**** 님이 원하신다면 상대방의 계약이행청구를 거절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계약금을 포기하더라도 중도금 및 잔금의 지금을 거절할 것인지, 아니면 계약금을 건지기 위해 상대방의 요구에 응할 것인지는 어디까지나 se18**** 님이 선택하실 문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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