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대 금리 전멸...저금리 '狂風'

산업 / 유지만 / 2013-04-08 11:24:04

주요은행 및 저축은행 ‘금리인하 물결’



“경기침체로 돈 굴릴 곳 없어” 한숨



한은, 기준금리 인하 압박 속 행보 ‘주목’


▲ 주요 은행들이 경기침체와 성장 둔화에 일제히 금리를 내린 가운데, 4월에 열릴 금융통화위원회의 결정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진은 지난 3월 한국은행에서 통화정책방향 관련 금통위가 열린 모습.


[토요경제=유지만 기자] 박근혜 정부가 경제성장률을 하향조정하고, 전 세계적 경기침체와 국내 부동산 시장의 부진이 겹치며 시중은행들의 금리도 연달아 내려가고 있는 모양새다. 경기침체가 계속되면서 마땅히 고객들의 돈을 굴릴만한 투자처를 찾기 힘들어진 은행들은 일제히 금리를 낮췄다. 은행 관계자들은 “경기둔화와 부동산시장 침체의 장기화로 대출수요도 찾기 힘든 상황”이라며 금리를 내릴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 국민·우리 등 주요은행 일제히 금리 인하


2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 우리, 신한, 기업, 하나 등 시중은행은 지난달 말부터 차례로 정기예금 금리를 낮췄다. 국민은행은 1일 대표적인 정기예금 상품인 ‘국민슈퍼정기예금 금리를 3.05%에서 2.97%로 낮췄다.


3.08%에서 인하한 지 일주일만이다.


우리은행도 같은날 16개 정기예금 금리를 보름여 만에 연 0.1%포인트씩 내렸다. 우리은행 정기예금 상품 중 가장 높은 금리를 주는 우리토마스정기예금 금리는 연 3.0%에서 연 2.90%가 됐다. 2년 이상 가입하면 3.00%의 금리를 제공하던 키위정기예금(확정형)도 2.90%로 금리가 떨어졌다.


외환은행은 예스큰기쁨정기예금 금리를 지난달 11일 연 2.90%로 0.05%포인트 낮춘 데 이어 1일 연 2.80%로 또 내렸다. 하나은행은 지난달 19일, 기업은행은 같은달 21일에 금리를 내려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가 연 2.9% 수준이다.


지난달 초 한 차례 수신 금리를 내린 신한은행은 아직 예금금리를 더 내릴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은행들이 예금금리를 결정할 때 경쟁 은행의 금리 수준을 참고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조만간 금리를 낮출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를 제공하던 저축은행들도 금리 인하 흐름에 올라섰다.


신안저축은행은 3.60%던 정기예금 금리를 1주일 만에 두 차례에 걸쳐 3.20%로 내렸다.


한신·현대스위스·현대스위스2·HK 저축은행도 최근 일주일새 정기예금 금리를 1.00∼2.00%씩 인하했다.



◇ 저금리 기조 속 “돈 굴릴 곳이 없다”


이처럼 시중은행들이 일제히 금리를 내리고 있는 것은 저금리 기조가 계속 이어지는 가운데 마땅히 투자할 만한 아이템이 없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특히 국내 경제의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로 떠오른 가계부채 문제와 경제성장의 장기 둔화 움직임이 함께 나타나면서, 대출 수요 역시 새로 만들어지지 않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은행들이 일제히 예금금리를 내린 것은 정부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크게 낮춘 데 따른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3%로 낮추면서 국고채 금리가 떨어졌고 은행들의 예금금리에도 영향을 줬다는 것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신규취급액 기준으로 지난달 예금은행의 저축성 수신금리는 연 2.94%로 1월보다 0.06%포인트 떨어졌다.


저축성 수신금리가 3% 밑으로 내려간 것은 2010년 5월(2.89%) 이후 처음이다.


국고채 금리 역시 낮아지고 있는 추세다.


지난 한 주간 국고채 3년물 금리는 2.58%에서 2.52%로 6bp, 국고채 5년물은 2.66%에서 2.58%로 8bp 낮아졌다.


이달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내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점도 예금금리 인하의 원인이 됐다는 분석도 있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현재의 2.75%에서 인하하면 은행의 예금과 적금 금리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은행권 관계자는 "기준금리가 인하될 것이라는 예상이 예금금리에 반영되고 있다"며 "실제 기준금리 인하가 이뤄지면 예금 상품의 금리는 더 떨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與, “기준금리 인하하라” 한은 압박도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예측은 정치권에서도 감지되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여당 측에서 기준금리 인하 및 경기부양책에 대한 요구가 있다고 들었다”며 “결국 시중은행 입장에서는 기준금리가 인하되는 것이 기정사실이라고 받아들이게 된다”고 밝혔다.


새누리당 이한구 원내대표는 1일 한국은행을 향해 기준금리 인하와 중소기업 총액대출한도 인상을 요구했다. 정부가 종합적인 경기대책을 내놓고 있는 가운데 한국은행이 엇박자를 낸다는 비판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이 원내대표는 1일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한국은행이 경제 활성화를 위해 역할을 할 때가 됐다”며 “기준금리 인하나 중소기업 총액대출상한제 인상 등 경제 활성화에 필요한 조치를 적극 검토해 달라”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하는 경기 활성화 정책들만 가지고는 부족하다. 금융 쪽에서도 같은 기조로 협력해 줘야 한다”며 이렇게 요구했다.


이 원내대표는 또 “성장잠재력을 확충하는 데 정부가 나서야 한다”면서 “성장잠재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 속에서 지나치게 장기적으로 저성장 기조가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새누리당의 이같은 압박의 배경에는 국가미래연구원의 한국은행에 대한 비판도 한 몫 한 것으로 풀이된다.


박근혜 대통령의 후보 시절부터 싱크탱크 역할을 수행해 온 국가미래연구원은 1일 `최근 한국 경제 상황 진단과 거시경제정책` 보고서에서 "현 단계에서도 거시경제정책 시너지 위해 기준금리를 50bp 인하해야 한다"면서 "추경규모도 10조원보다 훨씬 커야한다"고 밝혔다. 현정택 인하대 교수는 최근 “경기부양을 위한 추경 규모는 15조원 이상이 돼야 하며, 재정이 충분하지 못함을 감안할 때 1~2차례에 걸쳐 0.5%포인트 정도의 기준금리 인하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 4월 금통위 결정이 중요


한편 오는 11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앞두고 있는 한국은행은 정치권의 압박에도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오히려 김중수 한은 총재가 최근 기준금리 동결을 시사하는 발언을 연이어 쏟아내면서, ‘코너에 몰린 것 아닌가’라는 진단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김 총재는 3월 시중은행장과의 간담회에서 “낮은 이자가 너무 오래 지속되면서 우리가 느끼지 못한 가운데 형성되는 취약점에 대한 우려가 있다”며 금리 인하에 부정적인 견해를 나타냈었다.


금통위는 지난해 10월 기준금리를 2.75%로 0.25%포인트 인하한 뒤 5개월 연속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이 때문에 또다시 동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결국 4월 금통위에서의 결정이 중요한 셈”이라며 “금리 동결과 인하는 모두 장단점이 있다. 김 총재의 고심이 클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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