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허준영과 박빙승부 ‘오리무중’

산업1 / 유상석 / 2013-04-01 09:24:59
이대로라면? 비상걸린 '안철수 대세론'

許 38.1%ㆍ安 37.4%… 의외의 ‘박빙 승부’
안철수, 꼬여가는 판세에 당황 기색 역력
安 대세론 ‘삐걱’… ‘야권연대’ 고민 깊어지나
許 “安, 큰 정치인 되려면 시련 겪어야” 일침


안철수 전 서울대 교수가 출사표를 내밀면서 정치권의 ‘태풍의 핵’으로 부상한 4ㆍ24 재보궐선거 서울 노원병의 대진표가 확정된 가운데 ‘안철수 대세론’이 흔들리고 있다.
최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허준영 새누리당 후보와 박빙 승부를 펼치며 그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흐르고 있다.
뜻밖의 박빙승부에 안 후보 측 캠프도 바싹 긴장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 與, ‘지역 밀착형’ 후보로 安風막이 돌입

노원병은 진보정의당 노회찬 대표가 안기부 X파일 사건으로 의원직을 상실하면서 공석이 된 지역구다. 진보정당이 어렵게 10여년에 걸친 노력 끝에 탈환했던 지역, 이른바 ‘야당의 텃밭’이지만 안 전 교수가 출마하면서 재보선의 최대 격전지로 부상했다.

한때 허 전 청장이 코레일 사장 시절 추진했던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 사업이 부도 처리되고, 고위층 성접대 사건 연루설이 불거지면서 공천은 물 건너가는 듯 했다. 하지만 허 전 청장은 “사실이면 할복자살을 하겠다”고 강하게 부인했고, 새누리당도 고심을 거듭했다.

공심위원인 김도읍 의원은 “확인 결과 소문과 무관한 것으로 확인했다”며 “복수 신청자가 있었지만 전문성이나 지역 및 당 기여도, 무엇보다 경쟁력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했다. 현안인 창동차량기지 문제 등을 잘 해결할 수 있다는 장점도 고려됐다”고 낙점 배경을 밝혔다.

새누리당은 지역 현안을 중심으로 접근하겠다는 입장이다. 김도읍 의원은 “노원병이 쉬운 선거는 아닐 것”이라면서도 “안 후보의 인지도가 높긴 하지만, 지역 밀착형으로 지역구에서 꾸준하게 바닥을 닦아온 허 후보도 나름대로 경쟁력 있고 지역민들과 지역 현안을 잘 해결할 수 있다고 봤다”고 밝혔다.


◇ 안철수ㆍ김지선, ‘지역 훑기’ 돌입

새누리당이 ‘지역 밀착형’ 후보를 공천한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지역적 기반이 약한 야권 후보들은 ‘지역 민심 끌어안기’에 주력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태풍의 핵’을 불러일으킨 주인공, 안철수 전 교수는 아직 선거 초반이지만 밑바닥 민심 훑기에 공을 들이는 모습이다. 지역기반이 없는데다가 재보선은 상대적으로 투표율이 낮다는 점을 감안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그는 지난 13일 노원구청과 상계동 일대에 방문, 주민들과 만나 ‘신고식’을 한 이후 지속적으로 지역 방문 일정을 이어가며 순항하는 모양새다.
하지만 안 후보의 노원병 출마를 부정적으로 보는 여론도 만만치 않다. ‘거물급 인사인 안 후보가 야권 텃밭 대신 부산 영도에 출마해야 한다’, ‘지역 연고가 없다’는 식의 목소리가 정치권 안팎에서 이어지고 있다. 이를 두고 안 후보가 노원병 출마에 대한 명분을 제대로 제시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안 후보가 야권 단일화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 여부도 변수로 꼽힌다. 그는 입국 당시 단일화와 관련, “같은 뜻을 가진 분들끼리 열린 마음으로 대화하는 것은 언제나 환영이지만 정치공학적 접근은 하지 않을 생각”이라고 일단은 선을 그은 상태다. 하지만 승리가 절실한 만큼, 조만간 안 후보가 야권과 대화에 나서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나온다.

김지선 진보정의당 후보도 안 후보와 비슷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그 역시 지난 13일부터 상계동을 돌며 ‘얼굴 알리기’에 나섰다. 김 후보는 특히 남편인 노회찬 전 의원이 부당하게 의원직을 상실했다는 점을 강조하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진보정의당 측은 노 전 의원이 노원 지역에서 꾸준히 활동을 해왔다는 점에서 승산이 있다는 판단이다. 지역 여론도 우호적이라는 게 진보정의당 측의 설명이다.
조준호 공동대표는 “노원병 지역은 진보세력이 지난 10년 간 꾸준히 지역 활동을 통해서 주민들과 신뢰를 만들어 온 곳”이라며 김 후보에 힘을 실었다.


◇ 민주 무공천… 이동섭 ‘멘붕’
여ㆍ야의 노원병 쟁탈전이 치열한 가운데, 제1야당인 민주통합당은 이 지역에 후보자를 내지 않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민주통합당 공천을 강하게 희망했지만, 결국 이를 받지 못한 이동섭 노원병 지역위원장은 무소속 출마까지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위원장은 “민주당 지역위원장으로서 노원병 상무위원회와 대의원대회를 통해 당원들의 의견을 묻겠다”며 “그 자리에서 나온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대다수 지역구 당원들의 의견을 들어서 최종 결정하겠다”고 향후 계획을 소개했다.

이 위원장은 공천을 못 받아 안타깝다며 심경을 털어놓기도 했다.
그는 “무공천되니 내 처지가 옹색해졌다. 수차례 양보한 데다가 이번에도 희생을 당하니 지지자들이 화가 났다”며 “지지자들이 무소속 출마를 계속 요구한다. 무소속으로 출마하라는 의견이 반, 출마하지 말라는 의견이 반”이라고 노원병 민주당원들의 분위기를 전했다.


◇ 민주 무공천 둘러싼 ‘복잡한 셈법’
서울 노원병에 대한 민주통합당의 4ㆍ24 재보궐선거 무공천 방침과 관련, 경쟁자들이 득과 실에 대한 셈법 계산에 분주하다.
안 후보측은 민주당이 노원병에 무공천함에 따라 다소 부담이 줄어든 분위기다. 전통적인 여야의 양자구도에서 후보가 난립하는 다자구도가 되면서 야권의 표가 분산될 것이란 우려가 많았다. 하지만 민주당의 무공천으로 이런 우려가 다소 완화됐다는 판단이다.

실제로 안 후보는 민주당의 무공천 결정에 “바람직하다”며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안 후보는 “저는 새 정치를 위해 지역주민들의 마음을 얻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며 “상계동 주민들을 만나 뵈면서 국민이 바라는 새 정치의 길을 가겠다는 확신과 소명의식을 거듭거듭 느끼고 있다”고 선거운동 상황을 소개했다.

진보정당은 민주당 지지자들의 표가 안 후보에게 쏠릴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진보정의당은 일단 야권 단일화보다 안 후보와의 당당한 경쟁을 약속했다. 특히 민주당 지지 유권자들의 표심을 잡아 선거에 승리하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김지선 후보는 자신의 트위터에서 “민주당을 지지하는 유권자의 뜻을 계승하고 노원의 승리를 이루겠다”고 약속했다.

이정미 대변인도 “민주당의 무공천 결정을 무겁게 받아들인다”며 “김 후보가 펼치는 새정치로 노원의 민생과 미래를 향해 안철수의 새정치와 아름다운 경쟁을 펼칠 것”이라고 다짐했다.

반면, 새누리당은 “공당답지 못한 비겁한 일이고 책임정치에도 어긋나는 것”이라고 일갈했다. 야권연대에 대한 가능성을 높이고 다자구도 축소에 대한 표심 분산이 줄어들 수 있다는 분석 탓이다.
이상일 대변인은 “민주당은 범야권 연대가 필요하다는 이유를 댔지만 실제로는 선거에서 의미 있는 득표를 하지 못할까봐 그래서 민주당의 무력함이 확인될까봐 무공천 결정을 한 것”이라면서 “민주당이 특정 후보자의 눈치를 보며 후보를 내지 않기로 했으니 공당답지 못할 뿐 아니라 책임정치에도 어긋난다”고 비판했다.

이 대변인은 “민주당은 국회에서 127석의 의석을 갖고 있는 거대 야당이지만 선거 때만 소위 야권 연대라는 꼼수를 부리면서 표계산과 정치공학에만 몰두하고 있다”며 “민주당이 과연 국가와 국민을 위해 사심 없이 훌륭한 정치를 할 수 있을지, 진정한 수권정당으로 거듭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허준영 후보 역시 “선거 지역이 불과 세 곳 뿐인데 대한민국 제1야당이 후보 공천을 하지 않는 게 경악스럽다”고 날을 세웠다.

허 후보는 “무엇보다도 민주당 이동섭 당협위원장이 지난 19대 총선 때 노회찬씨에게 야권 단일 후보를 양보하고 또다시 충성스런 지역 당직자가 당리당략에 의해 희생되는 모습에 공분을 느낀다”고 비판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지도부의 무공천 결정에 대한 비판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 대표 선출을 위한 5ㆍ4 전당대회 출마를 선언한 이용섭 의원은 “참으로 안타깝고 참담하다”며 “127석의 국회의원을 가진 60년 전통의 제1야당이 후보조차 내지 못하는 현실이 말할 수 없이 아프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비상대책위원회가 지난 대선과정에서 안철수 후보에게 진 부채, 새누리당 후보의 어부지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한 고육지책으로 이해한다”면서도 “그러나 이런 식의 무공천은 이번이 마지막이 돼야 한다”고 꼬집었다.
반면 김한길 의원은 “(노원병 무공천은) 지도부가 고심 끝에 내린 결정인 만큼 뜻을 존중한다”고 짧게 소감을 밝혔다.


◇ 허준영ㆍ안철수 ‘박빙 승부’
서울 노원병 보궐선거에 출마한 새누리당 허준영 후보와 무소속 안철수 후보가 오차범위 내 접전을 펼치고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지난 27일 발표됐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조원씨앤아이(대표 김대진)가 지난 26일 서울 노원병 지역구 주민 505명을 대상으로 ‘만일 오늘 4ㆍ24 노원병 국회의원 보궐선거가 실시된다면 누구에게 투표할 것이냐’고 묻자 응답자 중 38.1%가 허 후보에게, 37.4%가 안 후보에게 투표하겠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진보정의당 김지선 후보는 10.5%, 통합진보당 정태흥 후보는 1.7%를 얻었다.

가장 호감이 가는 후보를 묻는 문항에서는 허 후보 37.5%, 안 후보 36.6%, 김 후보 10.3%, 정 후보 2.2% 순으로 응답비율이 높았다. 적극 투표층의 후보 지지도는 안 후보 44.8%, 허 후보 39.2%였다.
안 후보가 신당을 창당할 경우 어떤 정당을 지지할 것인지 묻자 새누리당 45.4%, 민주통합당 18.5%, 안철수 신당 17.0%, 진보정의당 4.1%, 통합진보당 2.8% 순으로 응답비율이 높았다. 투표 당일 '반드시 투표하겠다'고 답한 응답자는 39.7%였다.

조사결과와 관련, 조원씨앤아이 김대진 대표는 “재ㆍ보궐선거의 특성상 낮은 투표율이 예상되는 가운데 이번 조사 결과는 안철수 대세론에 반하는 결과”라고 분석한 뒤 “안 후보로서는 야권연대에 대한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한편 조사방식은 유선전화와 RDD ARS(임의번호추출 자동응답전화) 방식이었다. 응답률은 2.03%,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4.36%포인트였다.


◇ 許 “安 크게 되려면 ‘고난의 시기’ 겪어야”
한편, 허준영 후보는 안 후보에게 ‘고난의 시기’를 예고하며 필승을 다짐했다.
허 후보는 지난 28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안 후보처럼 큰 정치를 하려고 하는 분은 고난의 시기를 거쳐야 되는데, 그렇지 않았기 때문에 거부감이 있다”며 “안 후보를 정말 큰 인물로 키우기 위해서 내가 고난의 시기를 드리는 것이 맞다”고 밝혔다.

그는 “제 경우만 해도 대선에 나와 본 적도 없지만 원래 대구, 경북이 고향인데 그쪽을 마다하고 서울에서 출사표를 던졌고, 이곳이 야당의 세가 강한 지역인데도 불구하고 계속 도전을 하고 있다”며 “그 보다 더 큰 정치, 새 정치를 하려는 분은 고난의 시기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선택을 잘못했다. 쉬운 곳을 선택해서 되겠느냐”며 안 후보가 부산 영도가 아닌 노원병에 출마한 것을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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