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은 안 팔리는데, 견본주택(모델하우스) 보러 오는 사람은 많다?”
끝날 줄 모르는 부동산 경기 침체 탓에, 건설사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 수도권 아파트의 청약률은 계속 바닥을 기고 있는 모양새고, 미분양 아파트는 한도 끝도 없이 쌓여만 가고 있다. 그런데도 견본주택에는 항상 사람이 몰리고 있다.

최근 3차 합동분양을 마친 경기도 화성 동탄2신도시의 견본주택은 지난 주말, 몰려든 방문자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합동분양에 참여한 A 건설사 관계자는 “지난 15일 개관이후 주말 방문자 수를 더하면 2만6200여명에 달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방문자 수에 비하면 창약률은 믿기 어려울 정도로 초라하기만 하다. 합동 분양 5900가구 모집에 청약자는 4728명에 불과해 경쟁률은 0.8대1로 나온 것이다. 대우건설과 호반건설을 제외하고는 모두 미달이었다.
지난해 말 청약자가 분양 가구 수의 절반밖에 되지 않은 신동탄 B 아파트단지에는 당시 견본주택에 2만 3000여명의 인파가 운집했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이 아파트는 현재도 미분양이 절반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계속되는 부동산 경기 침체로 수도권 아파트 청약률이 바닥을 기고 있다. 쌓여 있는 미분양 아파트도 한가득이다. 그런데도 견본주택에는 사람이 차고 넘치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이 모습이 무색할 정도로 청약 경쟁률은 1:1에도 못미친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 ‘선물 받으러 왔어요!’
일단 ‘그냥 선물 받으러 온 사람’이 많다.
요즘 견본주택을 가보면 식용유와 화장지, 세제 등 갖가지 생활용품을 선물로 주는 경우가 많다. 견본주택 방문객 중 상당수가 이런 선물을 받으러 온다는 것이다.
한 분양사 관계자는 “부동산 불황으로 분양 마케팅이 강화되면서 올리브유 세트나 스테인리스 믹싱볼 등 견본주택의 선물이 다양해지면서 고급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전문적으로 견본주택을 방문해 선물을 받아 가는 꾼들도 있다”고 털어놨다.
가뜩이나 경영난에 시달리는 부동산 업계가 단순히 구경하러 온 방문객에게 선물을 주는 이유는 뭘까.
한 건설사 관계자는 “선물을 준다고 청약률이나 계약률이 오르는 것은 아니지만 견본주택이 썰렁한 것보다 구경꾼이라도 모이면 상대적으로 관심을 더 받기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로 선물이나 경품 이벤트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업계에선 견본주택 방문객의 절반 이상이 구경꾼이라고 보고 있다.
◇ 분위기 띄우려고 ‘숫자 부풀리기’도
분양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 의도적으로 숫자를 늘려서 발표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3일간 2만 3000명이 견본주택을 방문했다는 분양 대행사의 주장을 따져 보면 9시간 오픈을 기준으로 시간당 800명이 넘는 인원이 집을 둘러봤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부동산 정보업체 관계자는 “한 시간에 어떻게 800명이나 되는 사람에게 아파트를 소개하고 상품을 보여 줄 수 있느냐”고 지적하며 “흥행을 위해 부풀려진 숫자일 뿐”이라고 꼬집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건설사 관계자는 “분양 대행사들이 발표하는 숫자를 우리도 믿지는 않는다”며 “사람이 많이 모였다고 하면 아무래도 상품에 더 관심이 가니까 그냥 모른척 하는 것이다. 시장의 조급함을 보여 주는 단적인 증거 아니겠느냐”고 언급했다.
◇ ‘청약 않지만, 분위기 관망하러…’
청약자는 아니지만 시장을 살피러 오는 사람들도 있다.
동탄2신도시 인근에서 중개업소를 운영하는 한 공인중개사는 “바닥론이 나오면서 서울에서 분위기를 보러 주말에 내려오는 사람들이 있다. 이런 사람들은 보통 견본주택에 사람들이 얼마나 몰렸는지 정도만 보고 인근 중개업소를 찾아 상황을 물어보는 일에 더 집중한다”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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