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력 대권 주자였던 안철수 전 서울대 교수가 노원병 지역구에서의 발빠른 행보를 시작했다. 지난 11일 4ㆍ24 재보궐선거 출마를 선언한데 이어, 다음 날인 12일엔 서울 노원구 상계동에 전입신고를 마쳤고, 13일엔 주민들을 만나 인사하는 등, 본격적인 총선전에 뛰어든 것이다.
안 전 교수의 ‘총선 전쟁’ 참전이 본격화하면서 기존 노원병 지역구 노회찬 전 의원의 아내 김지선 후보, 경찰청장 출신의 허준영 후보 등도 발걸음을 재촉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말로만 ‘새 정치’를 부르짓는 안 전 교수보단 내가 적임자”라며 본격적인 응전에 돌입한 상태다.
4ㆍ24 재보궐선거에 유독 관심이 집중되면서, 노원병 지역에서 누가 가장 큰 승산을 거머쥘 것인지에 정계 안팎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 安, 노원병 출마 위한 발빠른 행보

안 전 교수는 지난 13일 서울 노원병 지역 예비후보로 등록한 뒤 노원구청과 상계동 일대에 방문, 주민들과 인사를 나눴다. 귀국한 지 이틀 만에 이뤄진 발빠른 행보다.
감색 양복, 스트라이프 넥타이 차림을 한 그는 이날 오전 노원구청 앞 계단에서 “노원 국민 여러분, 상계동 주민 여러분, 잘 부탁드린다. 새로 이사 온 안철수다”라고 자신을 소개한 뒤 “낯설고 새로운 길이 눈 감고도 찾아갈 수 있는 길이 될 때까지 골목골목을 찾겠다”고 약속했다.
안 전 교수는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라고 할 수 있는 ‘새 정치’를 말하는 것으로 신고식 모두 발언을 마쳤다. 그는 “기회를 주신다면 저는 상계동과 더 낮게 더 가깝게 있겠다”며 “주민 여러분과 더불어 한숨짓고 더불어 땀흘리고 더불어 희망을 노래하겠다. 그리고 노원에서 서민과 중산층 위한 새 정치의 출발을 하겠다”고 말했다.
안 전 교수는 지역주민과의 질의응답 시간에 ‘노원병이 가시밭길이냐’는 지적이 나오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이 나오자 “선거가 쉽고 어렵다는 식의 그런 말씀들은 주민들께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쉬운 선거구란 없다고 본다. 여러 가지 예상하는 내용을 보더라도 결코 쉬운 선거가 아니라고 본다”고 답했다.
그는 약 30분 동안의 ‘노원병 신고식’ 후 점심식사를 한 뒤 오후 2시부터 1시간 가량 상계동 일대를 돌며 시민들과 만났다. 대선 때와는 달리 가게 곳곳에 들러 인사를 하는 등 적극적인 모습이었다.
한편 빠른 행보만큼 선거 준비에도 가속도가 붙고 있다. 안 전 교수는 전날 노원구 상계1동 주민센터에서 전입신고를 해 정식 노원구 주민이 됐다. 사무실은 노원역 근처에 얻었다. 개소식은 다음 주중에 이뤄질 예정이다.
캠프 구성원의 윤곽도 점차 드러나고 있다. 대선 당시 캠프 본부장을 맡았던 송호창 의원은 전략 총괄, 정기남 전 비서실 부실장은 기획, 금태섭 전 상황실장과 윤태곤 상황실 부실장은 공보역할을 맡을 것으로 알려졌다. 조광희 전 비서실장과 강인철 전 법률지원단장, 장하성 교수도 이번 선거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안 전 교수의 예비후보 등록은 정기남 전 비서실 부실장이 대신 한 것으로 알려졌다. 예비후보 등록을 하게 되면 제한적이지만 선거운동을 시작할 수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예비후보로 등록 후에는 △선거사무소 설치 △명함 배부 △전화로 지지 호소 △어깨띠 및 표지물 착용 △홍보물 배부 등이 가능해진다.
◇ 노회찬 아내 김지선 “安 양보해야”

기존 노원병 지역구 국회의원이었던 노회찬 전 의원의 아내로 알려진, 김지선 진보정의당 후보가 13일 선거관리위원회에 예비후보자 등록을 마치고 본격적인 선거운동에 돌입했다.
이정미 진보정의당 대변인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브리핑을 열고 “김 후보가 노원구 선관위에 예비후보자 등록을 마쳤다”며 “오늘부터 공식 후보자로서의 행보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김 후보는 지난 10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4ㆍ24 선거는 거대 재벌과 부도덕한 권력에 의해 짓밟힌 정의를 바로 세우는 날이 돼야 한다”며 “안기부X파일 사건에 대한 국민 법정인 이번 선거에서 정의가 무엇인지 노원 주민의 힘으로 입증하겠다”고 밝혔다.
김 후보는 “노회찬 대표가 제 삶을 대신 살 수 없는 것처럼 노 대표의 대리인으로 이번 선거에 출마할 생각은 없다”며 “사회적 약자가 존중받고, 더 정의롭고 인간적인 사회로 나아가야 한다는 신념과 실천해야 한다는 사명감에 따른 것이다. 그 누구의 배우자가 아닌 김지선으로 출마한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참담한 노동현실 속에서 온 몸을 내던져 노동자들을 권익을 위해 싸워왔고, 여성 인권운동의 일선에서 일했다. 또 노원구 상계동의 지역공동체를 일구는 생활정치인으로 살아 왔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특히 그는 안철수 전 대선후보를 향해서는 “양보해 달라고 말씀드리고 싶다”며 “이번 선거의 의미를 안 전 후보가 염두에 뒀으면 한다”고 읍소했다.
아울러 안 후보가 말한 ‘새 정치’에 대해 비판도 내놓았다.
그는 “새 대통령이 선출되고 새 정권이 출범했지만 낡은 정치체제와 행태에 대한 국민들의 원성은 여전히 높고 새 정치에 대한 바람은 뜨겁다”며 “무엇이 새 정치냐? 새 얼굴이 곧 새 정치냐? 국회의원 수를 줄이는 것이 새 정치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국민의 생각을 제대로 대변하지 못하고, 서민의 아픔을 어루만질 국회의원과 정당이 부족한 것이 정치가 불신 당하는 가장 큰 이유”라며 “새 정치의 출발은 민생을 위한 대안과 비전으로 경쟁하는 것이 바로 새 정치”라고 말했다.
◇ 허준영 “실천하는 ‘무릎 정치’로 맞설 터”

현재 새누리당 노원병 당협위원장을 맡고 있는 허 전 청장은 13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주민 앞에 꿇어앉는 가장 낮은 자세로 겸허하게 허준영식 새 정치인 ‘무릎 정치’를 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최근 상계동 주민은 지역 발전을 위해 저 같은 일꾼이 나서야지 말꾼과 정치꾼이 득세하니 지역에 실익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한다”고 결심 이유를 밝혔다.
그는 이어 “상계동 분들은 새 정치나 정치 판도에 대해 지나치게 걱정할 정도로 여유로운 분들이 아니다”며 “지역 발전과 민원 해결이 급하다는 점에서 상계동 지역 민심을 수습하고, 희망의 정치인으로 등판해야할 무한 책임과 의무를 느낀다”고 덧붙였다.
특히 그는 노원 병 출마를 선언한 안철수 전 서울대 교수에 대해서는 “안철수씨가 주창하는 ‘새 정치’, 말은 참 좋다”며 “입만 열면 국민을 위한 새 정치를 이야기하는데 저는 눈만 뜨면 민생 안녕을 실천해온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안 전 교수는 서울시장에 출마하려다 그만두고, 대통령 선거에 출마했다고 또 그만두고, 미국으로 훌쩍 떠났다가 83일 만에 나타나 국회의원 되고 싶다고 한다”며 “권력욕이 안철수식 새 정치냐”고 비판했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 사장을 역임하기도 한 그는 “KTX처럼 빠르고 신속하게 학원가를 포함한 상계동 곳곳을 누비며 학교폭력추방과 여성보호 등 생명과 안전을 지켜내겠다”며 “평생 민원을 끌어안고 살아온 경륜으로 상계동 지역의 모든 민원을 수렴하겠다”고 밝혔다.
끝으로 그는 “새누리당에 부탁한다. 저의 저력을 믿고 맡겨 달라”며 “30년 불철주야 노심초사 국사를 다뤄온 솜씨로 ‘풀 뜯으러 온 종이 호랑이’를 단숨에 낚아채는 용이 되겠다”고 호소했다.
‘안철수 대항마’로 거론돼온 이준석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은 출마 여부와 관련 정해진 입장이 없다는 뜻을 밝혔다.
◇ 이준석 “입장 없어”… 홍정욱 “불출마”
이 전 비대위원은 지난 13일 “저는 재보선에 출마에 대해 아무런 고민도 안하고 있다”며 “제가 (입장을) 밝힐 이유도 없고, 상황도 아닌 것 같다”고 말을 아꼈다.
‘불출마 입장인가, 출마 여부에 생각이 없다는 입장인가’라는 질문에는 “후자가 더 가깝다”며 “관심이 없다”고 답했다.
다만 “제가 대선이 끝난 뒤 트위터에 앞으로는 가깝고도 먼 곳에서 박근혜 정부를 돕겠다고 했다. 그 말이 여의도에 들어가겠다는 얘기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홍정욱 전 새누리당 의원은 노원병 보궐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홍 전 의원은 본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출마설이 제기되는 데 대해 “불출마를 선언한 게 불과 1년여 전이고 지금도 그 결심에 변함이 없다”면서 “당시 저의 부족함을 탓하며 불출마 선언했는데 다시 출마하는 것은 상계동 주민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한 여론조사 결과 새누리당 후보군 가운데 경쟁력이 가장 높게 나왔다는 질문에 “상계동 주민께 항상 감사하고 미안한 마음”이라면서 “그러나 지금 제가 다시 나서는 것은 도리가 아니다”고 거듭 불출마 입장을 밝혔다.
홍 전 의원은 이어 정치권 일각에서 한때 거론된 안 전 교수 측과의 연대설에 대해 “전직 의원들과의 대화모임을 통해 대화도 하고 친목을 유지하고 있지만 안 전 교수와는 일면식도 없다”면서 “저는 지금도 여전히 새누리당 당원”이라고 연대설을 일축했다.
◇ 누가 가장 승산 높나
노원병 보궐선거전에 뛰어든 후보들 중, 현재 가장 승산이 높은 인물은 누구일까. 선거전이 갓 시작된 시점에선 안철수 전 교수인 것으로 나타났다. 안철수 전 교수가 노원병 보궐선거의 가상대결에서 다자구도와 야권단일화 이후 양자구도 모두 지지율 1위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JTBC와 여론조사전문업체 리얼미터(대표 이택수)가 안 전 교수가 출마의사를 밝힌 지난 10일 서울 노원병 유권자 7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다자구도 여론조사(새누리당 후보 이준석 전 비대위원일 경우)에서 안 전 교수는 35.4%의 지지율로 1위를 기록했다. 이어 새누리당의 이준석 전 비대위원이 29.5%, 이동섭 민주통합당 노원병 지역위원장이 13.2%, 노회찬 진보정의당 공동대표의 부인인 김지선 후보는 9.2%였다.
야권 단일후보 적합도 조사에서도 안 전 교수가 38.7%로 1위를 기록했다. 민주당 이동섭 위원장이 17.7%, 정의당 김지선 후보는 15.3%를 기록했다. 안 전 교수로 야권단일화가 되고, 새누리당에서 이준석 전 비대위원이 후보로 나섰을 경우의 양자대결에서는 안 전 교수가 49.7%, 이 전 비대원 39.6%로 안 전 교수가 오차범위 밖에서 이기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편 새누리당의 잠재 후보군을 상대로 한 조사에서는 홍정욱 전 의원(33.3%), 허준영 전 경찰청장(16.9%), 이준석 전 새누리당 비대위원(11.6%) 순이었다. 다만 앞서 언급했듯, 홍정욱 전 의원은 “노원병 재보선에 출마할 의사가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이번 조사는 서울 노원병 유권자 700명을 대상(총 통화 시도 1만1966명)으로 실시됐다.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는 ±3.7%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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