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경제=송현섭 기자] 입주민의 언어폭력에 모욕감을 느껴 분신 자살한 압구정동 신현대아파트 경비원 사고와 관련해 논란이 불붙고 있다. 특히 보복성 조치로 용역업체 교체와 경비원들의 해고를 추진하고 있는 아파트 입주민 대표회의에 맞서 경비원들은 파업카드로 대응에 나서고 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아파트 경비원들의 열악한 근무실태를 파악하고, 개선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 <편집자 주>
앞서 지난달 50대 경비원이 분신한 뒤 숨을 거둔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신현대아파트 경비원들의 파업이 임박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민주노총 산하 서울일반노조 신현대아파트 분회에 따르면 노조는 지난 1일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제기한 쟁의 조정기간이 11일 만료됨에 따라 사실상 파업에 돌입하겠다는 입장이다.

앞서 노조측은 지난달 24일 경비 용역업체인 한국주택관리와 단체교섭이 결렬되자 같은 달 29일 조합원 투표를 통해 파업을 잠정 결정하고 서울지방노동위에 쟁의 조정신청을 낸 바 있다. 지난달 27∼28일 실시한 투표 결과에선 71.81%로 파업 결행방침이 가결된 상황이다.
특히 이 아파트에선 지난 10월 7일 경비원 故 이만수(53)씨가 분신자살을 시도한 뒤 병원에서 치료를 받다가 11월 7일 결국 숨을 거뒀다. 이에 대해 유족과 노조측은 이 씨가 아파트 입주민의 언어폭력에 시달리다 끝내 극단적 선택을 하게 됐다고 주장해 논란을 빚고 있다.
◇ 용역업체 교체로 106명 실직위기
더욱이 아파트 입주자 대표회의는 지난달 19∼20일 경비원 등 용역근로자 총 106명에 대해 전원 해고를 통보하고, 이달 3일에는 현재 용역업체를 다른 곳으로 바꾸기로 최종 결정했다. 입주자 대표회의측은 어떤 기준으로 새 용역업체를 선정할 것인지 논의한 뒤 조만간 입찰 공고를 낼 계획이며 현재 경비원들의 고용승계 여부에 대해선 결정된 바가 없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입주민들은 이번 사건이 발생하기 전부터 관리부실 등 이유로 기존 용역업체와 계약을 연장하지 않는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입장인데, 앞서 우울증을 앓았던 것으로 전해진 경비원을 취약지에 배치한 것은 경비업체의 '관리 소홀'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노조측은 용역업체 교체에도 불구, 최대한 고용승계를 기대하고 있으나 결국 지난달 19∼20일 이미 해고통보를 받은 경비원 78명을 포함한 근로자 106명 대다수는 실직위기에 처했다. 이와 관련 노조 관계자는 "압구정동 신현대아파트 입주자 임원회의에서 용역업체 교체를 결정한 상태"라며 "이번 사건 때문에 아파트 이미지가 훼손됐다고 판단하고 보복성 조치를 취한 것으로 보인다"고 언급했다.
반면 입주자 대표회의측은 사건이 발생한 뒤 주민들을 나쁘게 몰아가고 있어 입주민들이 인간적 배신감을 느끼는 부분도 작용했다고 밝히고 있다.
◇ 뒤늦은 정부대책…실효성 의문 제기돼
상황이 이쯤 되자 정부는 경비원의 처우개선을 위한 고용지원금 연장 및 근로조건 개선에 뒤늦게 나서고 있다. 이와 관련 고용노동부는 올 연말로 끝날 예정이던 60세이상 고령 근로자에 대한 정부의 고용지원금이 아파트 경비원 처우 개선을 위해 오는 2017년까지 3년 연장된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분신 사망한 경비원이 근무하던 압구정동 신현대아파트 용역근로자 전원이 같은 날 해고통보를 받아 정책의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다. 더욱이 이번 조치는 기존 제도를 단순히 기간만 연장한데다 지원대상 적용기준 역시 까다롭기 때문에 노동 전문가들은 별다른 효과를 보기 힘들다고 설명하고 있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 노동부는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감시·단속업무에 종사하는 근로자에 대한 고용 안정과 근로조건 개선대책을 지난 24일 발표했다. 이는 무엇보다 최근 입주민에게 언어폭력에 지속적으로 시달리다가 자살한 경비원 사고와 함께, 오는 2015년 시행되는 최저임금 100% 적용을 사유로 경비원을 대량 해고하려는 움직임이 포착돼 열악한 처우문제가 논란이 되자 정부가 부랴부랴 내놓은 대책이기도 하다.
이에 따라 고령자 고용지원금 지원기간은 2017년까지 3년간 연장된다. 고령자 고용지원금은 정년이 없는 사업장에서 60세이상 근로자를 업종별 지원기준율인 1∼23%를 초과해 고용하는 사업주에게 1인당 매월 6만원씩 지급하는 제도다.
◇ 임기응변으론 대량해고 막기 어려워
현행 아파트 경비원에 대한 업종 지원기준율이 23%이므로 60세이상 고용시 1인당 연간 72만원을 지원이 가능하다. 이와 관련 노동부 관계자는 "내년부터 경비원 인건비가 19% 가량 오를 것"이라며 "3200여명이 지원혜택을 받도록 23억원의 예산을 편성했고 대상자가 증가하면 추가로 예산을 늘릴 계획"이라고 언급했다.
이에 대해 노동 전문가들은 경비원들에 대한 근로실태의 정확한 파악이 급선무라며 개선책이 마련돼야하는데, 임기응변으로 대응한다면 실효성을 담보할 수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또 경비원 등에 대한 대량 해고가 현실화되는 가운데 정부의 주먹구구식 처방이 상황을 악화시킬 뿐이라고 조언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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