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약 수퍼판매 “밥그릇 싸움 언제까지”

산업1 / 토요경제 / 2011-06-24 15:15:04
의협-약사회, ‘힘 겨루기'로 변질…소비자 뒷전...진 장관 "정치일정보다 약사법 개정 우선"

진수희 보건복지부 장관이 “정치 일정을 제쳐두고서라도 가정상비약 구입불편 문제를 해소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내비쳤지만 최근 개최된 중앙약사심의위원회 의약품분류소분과위원회 2차 회의에서도 의료계와 약사계는 힘겨루기만 한 채 결국 아무런 결론을 내지 못했다.
최근 보건복지부는 지난 1차 약심에서 내놓은 44개 일반약을 의약외품으로 전환해 이르면 오는 8월부터 수퍼 등에서 판매할 수 있도록 발표하였으나 중앙약사심의위원회 의약품분류소분과위원회 2차 회의에서 약사단체들의 강력한 반대를 보여 시행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회의에서는 ‘일반의약품의 약국 외 판매’와 ‘전문의약품의 일반약 전환(의약품 재분류)’ 는 이날 주요 안건으로 채택되지도 못한채 등 양측의 입장차만 확인한 채 수퍼에서 판매하기로 한 일반약에 대한 안전성과 전문의약품의 일반약 전환 등을 놓고 찬반의견만 엇갈렸다.


◇약사계 “박카스, 함부로 판매하면 안된다”


복지부는 지난 1차 약심에서 박카스·마데카솔·까스명수 등 ‘종합감기약·해열진통제·소화제·파스’의 구급약 중심 44개에 대한 일반약 수퍼판매 안을 내놓았지만 약사계는 안전성 문제를 거론하며 강력하게 반발했다.
약사계는 ‘국민 피로회복제’인 박카스의 경우 박카스에 함유된 ‘무수카페인’ 성분이 일반 카페인과는 달리 흡수성이 높아 세계적으로 규제하는 추세인데 박카스의 수퍼 판매가 부적절하다는 의견을 내세웠다. 반면 의사계는 ‘박카스가 연간 40억병이 팔렸는데 부작용은 10건에 불과했다’는 언론보도를 이용하며 반박했다.
또 ‘국민대표 소화제’인 까스명수의 아선약(열을 내리고 담을 삭이는 약 성분), 안티푸라민의 살리실산(해열·진통 작용 억제하는 약제)에 대해서도 안전성 문제는 제기하며 수퍼판매 부적절성에 대해 강력히 주장했다.
일부 위원은 8월부터 수퍼에서 판매되는 44개 일반약 가운데 23개가 생산 중단된 약인데 복지부가 생색을 내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전문의약품, 일반약 전환 “소비자 원하니깐”

한편 이날 약심에서는 녹색소비자연대와 경실련 등 소비자단체가 전문약에서 일반약 전환을 요구한 사후피임약 ‘노레보정’, 편두통치료제 ‘이미그란정’ 등 13개 의약품목 리스트가 제출됐다. 복지부는 소비자단체의 요구사항인 만큼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약사계는 사후피임약 ‘노레보정’, 편두통치료제 ‘이미그란정’ 13개 의약품목의 전문의약품을 일반약 전환에 대해 주장하며 리스트를 제출하였다. 이는 녹색소비자연대와 경신련 등 소비자단체가 전문의약품에서 일반약 전환을 요구한 부분이며, 복지부는 소비자단체의 요구사항인 만큼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진수의 복지부 장관은 지난 21일 오전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약사회가 제시한 약품들이 그 동안 안전하게 사용됐는지 여부나 부작용 사례, 오남용의 가능성, 해외사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개별품목별로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힌바 있다. 일반약 전환대상 품목으로 검토됐던 비아그라(25㎎)에 대해서는 오남용과 안전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내부의견으로 이번 재분류 신청에서 제외했다.
그러나 의사계는 해열제·진통제 등 가정상비약의 약국 외 판매를 위한 약사법 개정이 최우선 과제라며 팽팽히 맞섰다.
약사계 대표위원인 박인춘 대한약사회 부회장은 “약사법 개정안은 의약품분류소위가 아니라 법제소위에서 논의될 사안”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의료계 대표위원인 이혁 대한의사협회 보험이사는 “국민불편 해소를 위한 약사법 개정이 먼저”라며 “약사법 개정이 전제가 안된다면 이번 논의의 의미가 없다. 의약품재분류는 그 후 논의할 문제”라고 반박했다.
한편 이날 회의에서는 감기약 수퍼판매 안건을 두고 약사회가 반발하면서 퇴장하여 회의가 일시 중단됐으나 공익위원 측이 “약사회 대표 4명 없이도 회의를 진행하겠다”고 나오자 약사회가 입장을 바꾸는 일도 벌어졌다.


◇“정치일정 제쳐두고라도 약사법 개정하겠다”

이런 가운데 복지부는 늦어도 올 10월 말까지 가정상비약의 수퍼마켓 판매를 허용하는 약사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진 장관은 “약사법 개정안 국회통과는 일단 중앙약사심의위원회에서 다뤄야 하기 때문에 미리 나서서 시한을 못박기 어렵다”며 “내 정치일정을 제쳐두고서라도 처리할 것”이라고 밝히며 약사법 개정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또 “국회와 계속 논의 중인데 복지위 의원들 중에서도 안된다고 분명히 의견을 표명한 분들이 있다”며 “그러나 법안이 제출되면 더 깊게 고민하고 이해 당사자들의 얘기만 듣지 않고 국민들 의견을 수렴하면서 의원들 생각도 달라질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10년 동안 다루지 않았던 의약품 분류 논의가 시작되다 보니 다양한 의견이 나올 것”이라며 “이번 문제를 의사와 약사간 직역간의 전쟁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수십 년 동안 유지돼 온 시스템을 바꾸는 변화의 과정이자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진통으로 이해해 달라”고 주문했다.
그러나 이번 논쟁은 의사협과 약사회의 ‘자기 몫 챙기기’ 모습으로 비춰져 ‘소비자는 뒷전’이라는 비난의 목소리를 사고 있으며, 중심을 지키지 못하며 ‘오락가락 정책’을 펼친 복지부 역시 국민의 신뢰를 잃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중앙약사심의위원회 의약품분류소분과위원회 3차 회의는 내달 1일 열릴 예정이며, 결론을 내지 못한 채 의약계 위원들의 논쟁만 거듭되자 약심 참여 위원들에게 찬반의견을 물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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