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세계 자동차 시장을 바라보는 국내 완성차 업계의 우려 섞인 전망이다.
올해 급격한 수요 감소로 경영난을 겪었던 해외 유력 업체들이 내년에는 잔뜩 움츠렸던 몸을 펴고 공세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시장 상황은 국내 업체들에 그다지 유리하지 않다는 것이다.
시장은 완연히 살아나지 않는데 '환율 효과'는 사라지고 유가까지 뛰면서 한국의 완성차 업체들은 또 다른 난관에 직면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새로 부상하고 있는 신흥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하고 고효율ㆍ친환경 차종을 발 빠르게 개발해 시장을 선점하는 등 달라진 경영 환경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무한경쟁' 속에서 승자로 살아남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내년 車시장 회복세 더딜 것"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는 내년 세계 자동차 시장 판매량이 올해보다 5.9% 늘어난 6천492만여대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2005년도 수치와 비슷한 규모로, 올해보다 판매가 증가하더라도 그 폭은 제한적이라는 예상이다.
세계 경기가 완만하게 회복세를 이어가겠지만 상당수 국가가 내년에 신차 구입 지원 정책을 중단하고 기름값 또한 상승하면서 수요 회복세를 더디게 할 것으로 연구소는 예상했다.
특히 선진 시장에서는 판매 부진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시장의 내년 예상 판매량은 1천180만대. 이는 '2차 오일쇼크'의 영향을 받아 자동차 시장이 위축됐던 1982년 수준에 해당하는 시장 규모이다.
유럽연합(EU) 시장에서도 각 회원국이 신차 구매 장려책을 올해로 끝내면서 내년에는 올해보다 0.6% 감소한 1천550만대가 팔릴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연구소는 내년에도 중국과 인도, 브라질 등 신흥시장에서 자동차 판매량이 늘어나겠지만, 증가세는 둔화될 것으로 봤다.
우리나라 자동차 예상 판매량은 141만대로, 올해에 비해 1.4% 증가하는 데 그칠 것으로 전망됐다.
◇해외 업계 '반격' 준비
세계 자동차 시장 전망이 밝지만은 않은 반면 해외 유력 자동차 업체들의 마케팅 공세는 다시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상반기에 경영 위기에 처했던 메이커들이 올해 3분기부터 크게 개선된 실적을 바탕으로 전열을 가다듬고 있는 것.
일본 닛산자동차는 3분기에 영업이익 620억엔을 기록하며 흑자로 돌아섰고 미국 '빅3' 자동차 업체 중 하나인 포드는 4억5천만 달러 상당의 영업이익을 내고 흑자전환했다.
글로벌 경제위기라는 혹독한 시련기를 맞아 인력 구조조정과 비용절감 등을 추진하면서 체질을 개선한 결과이다.
해외 업체들은 내년에 공세적인 판매 확대 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도요타는 주력 시장인 미국에서 최근 마케팅 예산을 증액할 태세를 보이고 있고 올해 파산보호 신청으로 위기에 처했던 GM은 이미지 회복을 위해 고객이 차량에 불만이 있을 때 60일 내에 전액 환불을 해주는 파격적인 제도를 도입했다.
혼다는 인도 등 신흥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저가차를 개발하고 있으며 도요타는 1천cc급 소형차인 120만엔대의 '엔트리 패밀리카(EFC)'를 2011년 하반기 인도에서 생산할 예정이다.
크라이슬러도 2014년까지 글로벌 판매 대수를 2배 이상 확대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제품 라인업을 확대하며 판매망을 재정비하고 있다.
일본 업체들은 내년에 하이브리드 차량 모델들을 더욱 다양화하기로 했고 조기에 전기차 양산 체제를 갖춰 친환경차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계획도 세워 놨다.
◇국내 업계 '사면초가'..대응책 마련해야
해외 업체들의 공세가 매서워질 것으로 점쳐지고 있지만 이들과 경쟁을 벌여야 할 국내 완성차 업체들은 올해보다 불리한 시장 환경에 놓일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무엇보다 원화 강세가 점쳐지면서 올해 국내 업체들의 매출 상승에 기여했던 '환율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현대.기아차는 원.달러 환율이 10원 내리면 2천억원 가량 매출이 떨어지는 것으로 보고 있다.
소형차 구매를 장려하는 쪽에 초점을 맞췄던 신차 구입 지원책이 해외 여러 나라에서 올해를 끝으로 종료되는 점도 중소형 차종에 수출 경쟁력이 있는 국내 업체들에는 불안 요인이 되고 있다.
제품 경쟁력을 좌우하는 연구개발(R&D) 투자 규모도 해외 업체들에 비해 절대적으로 모자라다.
해외 업체들이 저가차를 잇따라 내놓으며 한국차의 가격 경쟁력을 위협할 경우 우수한 품질과 브랜드 가치로 맞서야 하지만 투자 규모가 여전히 적다.
지난해 현대차의 연구개발 투자 규모는 12억5천만 유로로, 76억1천만 유로를 투자한 도요타와 비교하면 6분에 1에 그치는 수준이며 46억6천만 유로를 투자한 혼다에 비하면 4분의 1에 해당한다.
이런 악조건을 극복하고 더욱 경쟁이 치열해질 내년 자동차 시장에서 생존하려면 시장의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치밀한 전략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신흥 시장에서 영업망을 촘촘히 하고 현지 지향적인 마케팅 프로그램을 도입해 판매 확대에 주력하며, 선진 시장에서도 신차 투입 등으로 점유율을 높이는 것이 대응책으로 꼽힌다.
환율 하락에 대해서는 원가절감 등으로 그 타격을 최소화하고 연료 효율이 높은 차량과 친환경 모델을 개발ㆍ양산하기 위한 로드맵을 구축해 친환경 시장을 선점하는 것도 국내 업계가 선택해야 할 경영 방향으로 제시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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