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는 '환영' · 농민은 '분노',

산업1 / 토요경제 / 2007-04-03 00:00:00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협상 마감시간을 이틀 연장한 끝에 극적으로 타결되자 재계는 일제히 환영의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값싼 미국 제품과 생존경쟁을 벌이게 된 농민과 축산업자 등은 분노와 우려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번 협상은 이익을 보는 산업과 피해를 보는 산업이 정확하게 구분돼 있고, 국론 역시 절반으로 나뉘어 있어 한미 FTA를 둘러싼 찬반 논란은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또한 협상 타결로 곧바로 FTA가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이후 양국 정상의 승인과 의회 비준을 앞두고 있기 때문에 이를 둘러싼 사회, 재계, 정계의 목소리는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 FTA는 '범죄적 과오'

한미 FTA 협상 전인 1일 오후에는 한미FTA 반대 시위에 참석한 전국민주택시노동조합 소속 회원 허모씨(56)가 분신하는 등 한미 FTA를 반대하는 시민단체의 움직임도 더욱 강렬해질 전망이다.

한미 FTA 농축수산 비상대책위원회는 "한미 FTA 통상장관급 협상은 우려했던 대로 '퍼주기 협상'에 불과했다"며 "특히 농업부문에서는 너무 많은 것을 내준 그야말로 '농업포기 협상'이었다"고 비난했다. 대책위는 "쌀과 쇠고기도 이미 미국측과 이면합의를 통해 모종의 개방 약속을 했다는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무기한 단식투쟁을 벌이고 있는 박석운 한미 FTA 저지 집행위원장은 "당대만이 아니라 우리 후손들에게도 누가 될 엄청난 범죄적 과오"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한미 FTA 저지 범국민운동본부를 필두로 한 시민단체들은 물론 한국정치학회, 역사문화연구소 등 교수학술단체,한미FTA 농축수산비상대책위원회,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등도 시청 앞, 농성장 등 도심 곳곳에서 FTA 반대를 촉구하는 선전전을 벌이며 한미 FTA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한국제약협회도 "국내 기업들은 이제 막 복제약 단계를 넘어서 제너릭과 개량신약 단계에 와 있다"며 "여기서 이윤을 창출해 다시 신약에 투자하는 시스템인데 다국적 기업이 제너릭, 개량신약을 못만들게 하면 현재 7대 3인 시장점유율이 역전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영화인들 역시 정부가 스크린쿼터를 '미래 유보'에서 '현행 유보'로 양보한 것으로 알려지자 강력 반발하고 있다. 특히 협상 과정에서 스크린쿼터를 절반(73일)으로 줄여 '우선 양보'를 해놓은 뒤 협상을 시작한 정부가 이를 원상회복이 불가능한 상태로 결정지은 데 대해 분개하는 모습이다.

문화침략 저지 및 스크린쿼터 사수 영화인대책위(위원장 정지영)는 "한미 FTA의 전리품을 위해 우리 문화의 미래를 내주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며 "문화다양성의 실현을 명확히 보장한 유네스코 문화다양성 협약의 비준은 거부하면서 FTA에 홀린 것마냥 협상을 추진하고 있는 정부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한미 FTA 방송시장 개방 저지를 위한 케이블TV 비상대책위원회'도 성명을 통해 "정부의 방송시장 개방은 국내 방송 콘텐츠 관련 산업의 몰락을 가져올 것"이라고 강한 유감을 표시했다.

◇재계, 일제히 '반색'

재계는 한결같이 대승적인 차원에서 '우리 경제의 활력소', '수출 확대에 크게 기여' 등의 이유를 들어 한미 FTA 협상 타결을 환영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성명을 통해 "한미 FTA 협상의 성공적 타결이 양국간 경제적 이익의 증진은 물론 한미동맹이라는 전통적 우호관계를 한 단계 높여 나갈 수 있다는 점에서 적극 환영한다"고 밝혔다.

전경련은 "한미 FTA는 한미간 교역을 더욱 활성화하고, 우리 기업이 세계 최대시장인 미국 시장에 진출하는 데 큰 도움을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한미 FTA가 새로운 시장개척과 교역증대를 통해 우리 경제의 지속성장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며 "정부는 피해산업에 대한 지원 및 보완대책 마련에 만전을 기해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무역협회도 "FTA 타결로 우리 수출기업들은 미국시장에서의 경쟁력이 제고되고 대미 수출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며"이는 곧 국민소득과 고용의 증대로 이어지고, 우리 경제의 글로벌화를 통한 선진국 진입의 디딤돌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대한상공회의소와 지역별 한미 FTA 포럼은 협상이 타결된 이후 한미 FTA 찬성 10만인 서명운동과 순회설명회 등 국회비준을 지원하기 위한 다양한 활동을 전개할 계획이다.

한 재계 인사는 "협정안을 내놓은 상황에서 시민단체의 압력에 국회가 굴복, 이를 뒤집을 경우 막대한 손해가 예상된다"며 "정부는 대국민을 상대로 FTA의 장점을 잘 설명하고, 피해가 예상되는 분야에 대한 지원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정치권 찬반 대립

정계에서는 FTA와 관련한 지지와 반대 의견 표명이 속출하고 있다.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와 이명박 전 시장은 한미 FTA에 찬성 입장이지만 농업 등 일부 분야의 피해에 대해서는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손학규 전 경기지사는 한미 FTA에 찬성 입장을 보이고 있다. 범여권 대선후보군 가운데 하나인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은 협상안을 뒤집는 것은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원내 1,2당인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이 각각 찬성과 원론적 찬성을 당론으로 하고 있지만 반대의 목소리도 상당하다.

열린우리당 김근태 전 의장은 협상을 다음 정부로 넘길 것을 주장하고 있으며 민생정치준비모임 천정배 의원과 무소속 임종인 의원 역시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들은 반대의견을 관철시키기 위해 단식투쟁을 진행 중이다. 정동영 전 의장은 FTA에 대해 원칙적으로는 찬성하고 있으나 참여정부 임기 내에 협상을 끝내는 것에 대해서는 반대하는 입장이다.

민주당, 민주노동당, 민생정치모임 등 48명의 의원으로 구성된 '한미FTA 졸속타결 반대 비상시국회의'는 비준을 거부키로 하고 대응책 논의를 진행 중이다.

또한 농촌지역의 국회의원들의 경우 지역 민심을 대변해 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있어 한미 FTA는 타결됐지만 국회비준에 이르기까지 이를 둘러싼 찬반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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