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일서 슈퍼박테리아 사망자 발생…유럽 확산
슈퍼 박테리아가 확산되고 있는 독일에서 지난달 24일 첫 번째 희생자가 발생했다. 이날 독일 니더작센주(州) 관계자들은 “슈퍼 박테리아에 감염돼 이달 중순 병원에 입원한 83세의 할머니가 숨을 거뒀다”며 “검사 결과 이 환자는 위험한 대장균 변종인 EHEC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어 25일 89세의 할머니도 같은 이유로 목숨을 잃었다.
이틀 뒤 또 다른 여성 2명이 슈퍼박테리아에 감염돼 숨졌다. 현지 뉴스통신 DAPD는 “HUS(용혈성 요독 증후군)으로 여성 2명이 희생됐다”며 “현재 약 300명이 HUS를 앓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로써 2주 전부터 유행하기 시작한 대장균 변종인 EHEC로 독일에서만 현재까지 1500여 명이 감염돼 이 중 16명이 목숨을 잃었다.
매년 독일에서는 대부분 800~1200명의 어린이 EHEC 환자가 발생한다. 하지만 올해는 성인, 특히 여성들의 피해가 크다. 이에 변종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더욱이 심각한 증상을 보이는 EHEC 환자의 경우 보통 연간 60~70명 수준이지만 올해는 100명을 훨씬 넘어선 상황이다.
슈퍼박테리아 공포가 유럽 전역으로 빠르게 확산되면서 유럽 각국의 불안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오스트리아 보건부는 “독일 관광객 2명이 EHEC 양성반응을 나타냈다”고 밝혔다. 영국에서도 독일인 3명이 감염된 것으로 나타났다.
스웨덴에서는 39명이 슈퍼박테리아에 감염됐고 이중 15명이 HUS 증세를 보이고 있다. 벌써 사망자도 1명 확인됐다. 덴마크에서는 확진환자 14명, 의심환자가 12명으로 집계됐다. 스위스와 폴란드에서도 EHEC 증세로 각각 1명씩 병원에 입원했다.
◇원인 규명 안개 속…‘영구 미제’ 될 수도
현재 유럽에서 EHEC 감염으로 인한 사망자가 16명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된 가운데 유럽 의료당국은 원인 규명에 애를 먹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오염된 채소가 상당부분 이미 시장에서 사라졌을 것이기 때문에 원인 규명이 불가능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독일은 스페인산 유기농 오이를 EHEC의 주범으로 지목했다. 하지만 연구 결과 스페인산 오이는 환자들에게 발견됐던 것과는 다른 종류의 박테리아인 것으로 확인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여전히 EHEC의 출처는 오리무중이다.
일제 아이그너 독일 농업·소비자부 장관은 “전문가들이 오염원을 찾기 위해 쉬지 않고 노력하고 있으나 아직은 출처를 정확하게 집어내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희생자들이 대부분 오이, 토마토, 양상추 등을 날 것으로 먹는 과정에서 감염된 것으로 조사됨에 따라 관련 당국은 오염원이 확인될 때까지 해당 채소를 섭취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더구나 정확한 피해 규모도 파악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독일 보건 당국은 자국의 EHEC 감염자가 1534명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지만 실제는 집계 수치의 세 배에 이를 수 있다는 목소리도 크다.
독일 질병통제센터에 따르면 현재 자국의 HUS 환자는 470명에 달한다. 대개 EHEC 환자의 약 10%가 이 증세를 나타낸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EHEC 감염자 수는 4700명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영국 이스트 앵글리아 대학의 폴 헌터 교수는 “EHEC는 우리의 인식보다 더 큰 규모로 유행하고 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이번 EHEC 사태의 경우 환자의 3분의 2가 여성이며, 86%가 성인이라고 밝혔다. 이에 채소, 과일류를 자주 만지게 되는 주부들이 위험에 가장 많이 노출돼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슈퍼 박테리아, 유럽국 책임공방 갈등 점화
유럽을 공포에 몰아넣은 EHEC의 오염원이 스페인이 아닌 것으로 파악됨에 따라 유럽연합(EU)은 1일 스페인산 오이에 대한 경보를 해제했다. 하지만 스페인이 자국을 오염원으로 지목한 독일 측에 대해 법적 대응을 모색하면서 양국의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EU 집행위원회는 이날 스페인산 오이에 대한 경보를 해제하고 이를 스페인 정부에 통보했다. 스페인 정부는 “스페인 농업 분야가 최대한 신속하게 정상을 회복하기 위한 중요한 조치”라고 평가했다.
EU 집행위는 독일 당국이 EHEC의 오염원을 스페인산 채소류로 지목한 이후 검토를 거쳐 지난달 27일 스페인 남부 등에서 출하된 유기농 오이를 EHEC 오염원으로 판단했었다. 사실상 이날 EU가 오판을 시인하자 스페인은 “지난 일주일 동안 15만t의 농산물이 팔리지 않아 약 2억9000만 달러(약 3133억원)의 손실을 봤다”며 독일 등에 배상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스페인 최대 농산물 수출지역인 안달루시아 지방은 채소 주문 중단이 잇따르면서 직격탄을 맞은 것으로 알려졌다.
스페인 알프레도 페레스 루발카바 부총리는 “자국 농산품의 품질에 의문을 제기한 대상에게 적절한 조치를 취하는 방안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며 “이번 건의 경우 독일에 대한 조치를 취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스페인 로사 아길라르 농업환경장관은 “스페인 농산물은 매우 높은 품질을 갖고 있다”며 “이번 사태의 책임은 유럽 전체가 공동으로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길라르 장관은 “스페인이 본 피해의 보상을 EU에 요구하겠다”고 덧붙였다.
파이낸셜타임스(FT)도 “이번 사태가 스페인과 독일 관계에 추가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FT에 따르면 최근 유로존 재정위기가 스페인을 강타한 이후 독일이 스페인을 그리스, 포르투갈과 같은 부류로 취급하는데 대해 스페인 측은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특히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스페인의 많은 공휴일과 짧은 근로시간, 조기 은퇴 관행 등을 지적하자 스페인의 감정은 크게 악화됐다.
신문은 “이 와중에 이번 EHEC 사태로 독일로부터 의심을 받게 되자 스페인의 분노는 극에 도달하게 됐다”고 분석했다. 스페인 공공보건연합도 이번 EHEC 파문과 관련한 독일의 태도는 “외국인 혐오증에 가깝다”고 날을 세웠다.
비록 EU 차원에서 조사가 이뤄지고 있지만 오염원에 대해서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스페인산 채소가 원인이 아니라고 공표됐음에도 독일, 러시아, 덴마크, 체코, 룩셈부르크, 헝가리, 스웨덴, 벨기에 등은 스페인산 오이와 상추 등의 수입을 금지하고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도 스페인산 오이와 토마토, 양상추 등에 대한 검사를 강화했다.
프랑스의 그자비에 베르트랑 보건장관은 “사태가 확대될수록 의문이 많아지고 있다”며 “사태의 근본 원인이 무엇인지 알고 싶다. 독일과 스페인의 투명한 정보 공개를 원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러시아는 독일과 스페인에서 들어오는 모든 채소의 수입 금지를 선언했다. 하지만 “사태 혼란이 지속되면 모든 EU 국가의 채소 수입을 금지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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