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들 돈 안갚는 비법 ‘개인파산 면책’

산업1 / 장해리 / 2007-03-30 00:00:00
수억대 자산가, 재산 은닉위해 파산 악용 법원 ‘의심 파산’ 늘어 검증.허용기준 강화

지난해 서울중앙지법에 개인파산과 면책신청을 한 A씨는 ‘면책 불허갗 판정을 받았다. 법원이 빚을 갚을 길이 없다며 면책신청을 한 A씨의 신청서에서 4000만원대 고급 승용차를 카드로 구입한 사실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재산을 숨기고 허위 파산하는 사례가 증가하자 지난달 25일 서울중앙지법 파산부(수석부장판사 이진성)는 개인파산, 면책에 대한 심사를 강화하기로 했다. 이로써 개인파산, 면책을 신청하거나 인정받기가 한층 어려워질 전망이다.

지난해 개인파산 신청자가 12만명을 넘어섰다. 2003년 카드대란과 연이은 경기 침체로 매년 3배 이상 늘어나 2006년 개인파산 신청자 수가 12만2608명을 기록했다. 우리나라 국민 400명당 한 명 이상이 지난해 개인파산자로 전락했다는 것이다.

개인파산이 급증한 것은 계속된 경기 불황으로 불어난 빚을 감당하지 못해 법적, 경제적 불이익을 받더라도 파산 선고를 받는 편이 낫다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여기에 채무자 권리를 보호하는 쪽으로 사회 인식과 제도가 바뀌게 되면서 빠르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빚을 상환할 경제적 능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개인파산 제도를 악용해 고의로 갚지 않는 사례가 적지 않아 문제가 되고 있다.

지난해 10월 용인 신도시 30평형대 아파트에 사는 B씨는 서울 평창동에 수억원을 호가하는 2층 주택을 가지고 있었지만 법원으로부터 개인파산 면책 결정을 받았다.

B씨는 부동산을 포함해 남편과 함께 10억원이 넘는 재산을 있었고, B씨의 남편은 한 지방대의 정교수로 퇴직 후 연금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

B씨가 개인파산자가 될 수 있었던 방법은 간단했다. 지난해 6월 국민은행에서 대출받은 1억원 상당을 갚지 못했던 B씨는 자신 소유로 된 서울 평창동 집을 경매를 통해 자신의 모친에게 넘겼다.

이 후 친구 집인 서울 화곡동으로 주소를 옮기고 채권추심업체에 8월까지 갚겠다고 말한 뒤 서울중앙지방법원에 개인파산 면책 신청을 냈다.B씨 소유로 된 재산이 하나도 없었기 때문에 법원으로부터 손쉽게 면책 결정을 받았다.

법원이 채무자 재산목록만 보고 가족의 재산을 조회하지 않은 점을 악용해 ‘재산 은닉용’ 파산 신청을 한 것이다.

서울중앙지법 파산부 관계자는 “채무자의 빚을 부모나 자식이 대신 갚게 하지 않고 있다”며 “채권자가 채무자의 면책 결정에 대해 이의 신청을 하면 가족의 재산을 조사하지만 은닉 재산이 밝혀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현재 전국법원의 면책 허가율은 98%에 이른다. 이처럼 법원이 파산신청을 거의 수용하는 이유는 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이다.

서울지방법원의 경우 파산 담당 판사는 11명이자만 이들이 하루에 처리하는 파산사건 수는 보통 240~250여건에 이른다. 판사 한 명당 하루 평균 20여건의 파산사건을 맡는 셈. 지방은 각 법원별로 파산 담당 판사가 1~2명뿐이어서 사정이 더욱 열악하다.

이 때문에 법원은 채무자가 제출한 재산내역 등으로 형식적인 서류심사를 할 수 밖에 없다.

게다가 파산신청 비용 또한 저렴해져 지난 2004년 200만원을 넘던 파산신청 비용이 지난해부터는 평균 70만원 수준으로 뚝 떨어졌다.

적은 비용으로도 파산 신청이 쉬워지자 개인 파산 브로커들이 활개를 치기도 했다.

지난 1월 광주에서는 고법원장 출신 변호사가 브로커와 손잡고 수백 건의 파산신청 사건을 통해 수임료 18억원을 챙겼다 적발됐다.

이 변호사는 개인파산 처리 경험이 있는 사무장에게 변호사 명의를 빌려주고 개인파산이나 개인회생 사건을 전담토록 했으며, 대부업체와 제휴해 수임료를 빌리러 오는 사람들에게 사무장을 소개시켜 주는 등 안팎으로 수임료를 받아냈다.

이처럼 감당할 수 없는 빚더미에 올라앉은 사람들을 돕기 위한 개인 파산 제도를 악용하는 사례로 인해 법원은 파산, 면책 신청자에 대한 심사를 강화하기로 했다.

법원은 지난달 25일 △ 파산 신청 요건에 대한 자격 심사 △ 채무자의 재산관계, 소득에 관한 심리 △ 불성실, 허위 신청에 대한 심사 및 사후 제재를 강화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파산 신청 요건의 경우 법원은 채무자의 연령, 직업, 부채 규모 등을 고려해 재산, 노동력, 신용 등으로 채무를 계속 변제할 수 없는 정황이 명백해야 신청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카드빚 등으로 1000~2000만원의 소액 채무를 갖고 있으면서 면책만을 목적으로 파산을 신청하는 20~30대 청년 소액채무자는 가까운 관계에 있는 친족의 재산까지 고려해 변제가 불가능한지 여부를 엄격히 심사한다.

사업을 하는 경우, 부동산 등 중요 재산이 있거나 있다고 의심되는 경우, 배우자 혹은 직계존비속 등 친족 재산이 있는 경우, 일부 채권자에게만 편파 변제한 경우 등은 심문에 회부해 꼼꼼히 심리한다.

면책이 허가된 후 사기 파산이나 부정한 방법으로 면책을 받은 사실이 드러날 경우 면책이 취소되며, 파산.면책 신청이 너무 추상적이거나 무성의한 신청은 기각하고 신청 내용이 허위로 밝혀지면 면책이 불허된다.

법원은 사전 심사, 사후 제재 강화 이외에도 △ 친족 명의 부동산 등 ‘의심 재산’에 대한 소명이 부족한 경우 파산관재인 선임을 통한 심사 강화 △ 채무자가 불필요한 행위로 채권자의 이익을 해치는 경우 재량면책 심사 강화 △ 면책 허가 후 사기파산죄로 유죄 확정판결을 받거나 부정한 방법으로 면책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는 경우 면책 취소 등 보와전 조치도 병행키로 했다.

이와 함께 개인회생 등의 파산절차 이외의 대안이 있을 경우 파산 남용을 막기 위해 신청을 기각할 방침이다.

이진성 서울중앙지법 파산수석부장판사는 “법원은 성실히 불운한 채무자의 경제적 새 출발을 최선을 다해 도울 것”이라며 “파산, 면책 제도를 악용하고 남용하는 불성실한 채무자는 심사를 강화해 채무자의 도덕적 해이로 인한 사회적 부작용을 줄일 것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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