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현대차그룹이 부럽기 만한 SK그룹

산업 / 유명환 / 2014-09-28 14:32:57

[토요경제=유명환 기자] 최근 10조원이라는 거금을 투자한 현대자동차그룹 정몽구 회장의 ‘통큰 베팅’을 보면 씁쓸함을 감출 수 없는 기업이 있다.


바로 SK그룹이다. SK그룹은 오는 30일로 최태원 회장의 공백 1년8개월을 맞는다.


최 회장은 지난해 1월31일 1심에서 징역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동생인 최재원 수석부회장마저 같은 혐의로 실형을 피하지 못하면서 SK그룹은 최고경영진을 동시에 잃었다.


이처럼 최태원 회장의 부재가 장기화로 이어지면서 대규모 인수·합병 등 굵직한 사업 기회를 눈뜨고 놓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STX에너지, ADT캡스 인수에서 막판에 손을 뗏고 올 들어 호주 유류공급업체 UP 입찰도 포기했다. 태양광전지 사업에 이어 차세대 연료전지 사업에서도 철수하는 씁쓸함을 맛봤다.


특히 SK그룹의 입장에선 엘피다 인수에서 손을 뗀 것이 뼈아프다. 지난 2012년 일본의 반도체 업체 엘피다 인수를 포기했던 최 회장은 “앞으로도 인수합병 기회가 있을 경우 적극 검토할 것”이라며 여운을 남겼으나 이후 법적 문제에 휩싸이면서 손을 떼고 말았다.


이후 세계 3위 D램 업체였던 엘피다는 미국 반도체 업체인 마이크론으로 넘어갔다. 마이크론은 인수효과로 SK하이닉스를 제치고 올해 1분기 세계 D램 시장에서 2위로 올라섰다.


반면, SK하이닉스는 1분기에 모바일 D램 시장에서 23.6%의 점유율로 3위를 기록했다. 특히 마이크론은 시장 점유율 향상 뿐만 아니라 대량의 엘피다 특허까지 확보하는 성과를 거뒀다. 그 결과 최근 마이크론 주가는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이 같은 모습에 최 회장도 최근 면회한 임원과의 대화에서 “엘피다 인수를 하지 못해 아쉽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재계 관계자는“SK는 그룹의 중심인 총수의 공백으로 각 계열사들이 경기 부진과 실적 악화 속에서 차세대 먹거리 사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현재 수펙스추구협의회가 겨우 경영유지를 하고 있는 정도의 역할을 할 수 있지만 중국 우한석유화학프로젝트, 하이닉스 인수 등 최 회장이 주도해 왔던 그룹의 미래를 좌우하는 결단을 내리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재계 우려는 현재 그룹 의사결정에 따른 책임에 대한 부담이 큰 탓에 현상 유지에만 집착할 밖에 없다는 중론이 강하다.
이는 내일의 성장 동력원을 고민해야 하는 기업에게는 치명타 일 수밖에 없다. 아울러 수펙스추구협의회가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하고 조정 및 협의에만 머물면서 내부의 피로감도 상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몇몇 인사들은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됐음에도 누구 하나 책임지지 않은 것에 비통함까지 느낀다고 말했다.


이처럼 오너 부재로 인해 그룹 구조조정이나 사업재편 등을 결정하기 쉽지 않은 상황에 놓여있지만 차세대 먹거리 사업을 위해선 수펙스추구협의회가 책임감 있는 판단으로 돌파구는 찾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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