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을 마닐라로 만든 필리핀의 농구열기

문화·라이프 / 박진호 / 2014-09-27 17:25:37

[토요경제=인천, 박진호 기자] “상대적으로 우리나라 농구팬들이 많이 얌전하신 것 같다. 필리핀과의 경기에서는 좀 더 열성적으로 응원해주셨으면 좋겠다.”


지난 26일, 카자흐스탄을 77–60으로 제압하고 8강 라운드에서 첫 승을 거둔 뒤 남자 농구대표팀을 이끌고 있는 유재학 감독은 팬들의 응원이 더 열광적이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넌지시 건넸다. 이미 이번 대회에서 필리핀의 경기 때마다 경기장을 자신들의 홈코트로 만들어버리는 필리핀 응원단의 위력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유재학 감독은 “지난 해 ABC때 이미 경험을 했고, 대만 존스컵에서도 충분히 상대 응원단의 일방적인 응원을 겪어봤기 때문에 선수들이 동요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하면서도, “기자분들이 이 얘기를 써주실테니 내일 경기는 좀 다르지 않겠냐”라며 국내 농구팬들의 분발(?)을 기대하기도 했다.
유재학 감독의 바람대로 27일, 인천 삼산체육관에서 벌어진 우리나라와 필리핀의 경기에서 대표팀을 응원한 국내 팬들의 목소리는 지난 경기들과는 확연히 달랐다. 그러나 필리핀 응원단의 위용은 전혀 흔들림이 없었다.
선수들이 입장할 때부터 엄청난 함성으로 코트분위기를 압도한 이들에 선수들도 가까운 관중석의 팬들과 함께 사진을 찍고 싸인을 해주며 호응했다. 경기 중에도 이들의 함성은 잦아들지 않았다. 오히려 우리나라 선수들을 응원하는 홈 관중들의 함성에 야유를 보내며 필리핀 분위기를 주도했다.
우리 대표팀이 투혼의 역전승을 마무리 한 이후에도 필리핀 관중들은 전혀 기죽지 않았다. 이들은 경기가 끝나자 빠르게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하지만 이는 패배에 실망하고 귀가를 재촉한 퇴장이 아니었다.
필리핀 팬들은 선수단 버스가 나가는 입구에 모여 경기장을 떠나는 필리핀 선수들에게 열광적인 함성을 보냈다. 필리핀 선수들도 버스에 오르기 전, 기다리던 팬들에게 다가와 싸인을 해주고 함께 사진을 찍었다. 흥분한 필리핀 팬들은 경찰과 현장요원들의 저지를 뚫고 안쪽으로 들어와 열광적으로 반응했다. 통제가 불가능 할 정도의 상황이었다. 물론 안전사고는 일어나지 않았다.
필리핀 선수들은 ‘늘 그랬다는 듯’ 이러한 팬 서비스를 당연하게 진행한 후 버스에 올랐고, 이후 현장은 자연스럽게 정리됐다.
우리나라 농구팬들도 뜨거운 함성으로 우리 선수들을 응원했지만, 무척이나 인상적이었던 필리핀 응원단의 함성과 엄청난 농구 열기는 인천 삼산체육관을 한동안 필리핀의 삼산체육관으로 만들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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