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체감 회복' 자영업자 확산까지는 '글쎄'
리먼브러더스 파산으로 촉발된 전 세계적인 금융위기는 1년 만에 그 극복과정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 가진 자와 못 가진 자의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정부와 금융기관, 기업들이 지난 1년간 침체된 경기를 회복시키기 위해 총력을 쏟은 결과 금융지표가 호전됐고 실물경제도 회복 기운이 무르익었지만, 경제 회복의 과실이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까지 확산되지는 못했다.
대기업만 보면 우리 경제는 이미 위기를 완전히 극복하고 새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대기업들은 연일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하며 금융위기 이전의 수준을 회복했다.
삼성전자는 2분기 매출 32조5천100억원, 영입이익 2조5천200억원을 달성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오히려 12%, 5% 늘어난 것이다.
현대차는 2분기에 영업이익만 6천573억원을 기록해 1분기보다 무려 327.4%나 급증했다. 현대차는 상반기 글로벌 현지 판매가 150만대를 기록하면서 사상 처음으로 시장점유율 5%를 돌파하기도 했다.
석유화학 분야에서는 LG화학 등 대기업들이 중국 특수 등에 힘입어 종전 기록을 잇따라 경신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조선 분야만 빼고 모든 수출업종이 완전히 회복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12월 결산법인 중 시가총액 상위 20개 상장사의 2분기 매출은 88조8천853억원으로 작년 3분기(89조4천774억원)에 근접했으며, 전분기(79조8천388억원)보다 11.3%나 늘어났다.
시가 총액 상위 10개사의 올해 순이익이 65% 가량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은 3,4분기 실적도 호조세가 유지될 것이라는 관측을 뒷받침하고 있다. 이처럼 대기업들의 실적이 기대 이상으로 큰 상승곡선을 그리면서 주요 경제연구소들은 올해 국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상향 조정할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대기업들은 금융위기 속에서도 몸집도 불렸다. 최근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1일 기준으로 상호출자·채무보증제한 기업집단의 계열사수는 48개 집단, 1천154개로 금융위기 직전인 지난해 9월(41개 집단, 1천31개)에 비해 7개 집단, 123개 기업이 늘어났다.
지난 6월에는 포스코가 치과용 임플란트 코팅제조업체를, GS그룹은 주류수입 및 유통, 도소매 업체를 각각 설립했고, LS그룹은 부동산 및 서비스업체의 지분을 취득해 계열사로 편입했다.
삼성그룹은 계열사수를 지난해 9월 60개에서 지난달에는 64개로 늘렸고, 현대자동차의 계열사수도 38개에서 42개로 증가했다. LG그룹은 39개에서 54개, 롯데그룹은 49개에서 52개로 각각 계열사를 늘리는 등 10대 기업집단(공기업 제외)에서 SK그룹과 금호아시아나그룹을 제외하고는 모두 계열사수가 늘어났다.
그러나 대부분의 중소기업 사정을 보면 지금의 경제 회복이 '절름발이' 양상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수출 대기업의 일부 협력업체들을 제외한 나머지 중소기업들은 경기회복세를 전혀 실감하지 못하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지난 5월 중소제조업 생산은 1년 전에 비해 13.7% 하락해 대기업(-7.9%)과 큰 차이를 보였다. 중소기업 평균가동률은 68.1%로 제조업 평균치(73.0%)에도 못 미쳤다.
경기 안성에 있는 한 자동차 부품업체 관계자는 "최근 들어 주문량이 늘고 있지만, 본격적인 경기 회복세는 3분기 이후에나 체감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중소기업들이 몰려 있는 남동공단이나 시화공단 등 주요 산업단지 가동률은 지난 5월 78%대로 떨어지며 연초와 엇비슷한 수준에 머물러 있다.
개인사업자를 비롯한 영세 자영업자들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국민은행연구소가 내놓은 '2009년 소호 업종리포트'를 보면 개인사업자의 올해 1분기 카드 매출지수는 1.03(2006년 말 1.0 기준)으로 작년 동기 대비 4.2% 하락했다.
전반적으로 중소기업은 아직 내수경기가 살아나지 못하고 있는데다 납품단가 인하, 자금난 등 각종 악재가 겹치면서 공장 가동률이 떨어지고 덤핑 판매마저 판치는 등 경영난이 계속되고 있다고 중소기업인들은 호소한다.
특히 지난해 하반기부터 금융위기를 빌미로 한 대기업들의 납품단가 인하 압력이 상당히 늘어난 것으로 나타나는 등 대기업이 경기침체의 어려움을 중소 협력업체에 전가한 측면도 지적된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제조.용역업종 가운데 5천개 기업의 하도급 거래 실태를 조사한 결과 2008년 하반기 대기업과 협력업체 간 현금 거래 비율은 전년 동기보다 2.1%포인트 낮아졌으며, 어음결제 비율은 5%로 0.4%포인트 높아졌다.
대기업들이 부당하게 납품대금 가격을 깎은 비율은 0.3%로 전년도(0.1%)에 비해 3배로 늘어났으며, 대기업이 중소업체에 거래 주문을 하고도 중간에 정당한 사유 없이 취소한 비율도 6.8%로 0.7%포인트 높아졌다.
경제위기 속에서 대기업들이 환율변동이나 원자재 가격 상승의 부담을 전가할 경우 대기업의 실적은 좋게 나오지만, 중소기업은 경영난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
전망도 밝지 않다. 정부가 중소기업 지원을 강조하면서 중소기업 대출금리를 대기업 금리보다 낮췄지만, 이는 6개월 만에 원상복구됐다.
양극화는 업종별로도 나타난다. 전기전자와 비금속, 의료정밀, 전기가스 등은 2분기 영업수지가 흑자 전환됐지만 화학과 기계 등은 이익 규모가 큰 폭으로 감소해 대조를 이뤘다.
SC 제일은행 이코노미스트인 오석태 상무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양극화 문제는 시장기능에 맡겨서는 해결하기 어렵다"며 "지금까지는 금융을 통한 지원이 중소기업 지원책의 핵심이었지만 이는 정부의 금융선진화 목표와 모순되는 측면이 있으며 그 자체로도 한계를 가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따라서 정부가 나서서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를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하며, 복지지출을 늘리는 것도 큰 틀에서는 한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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