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값 등록금’ 이슈는 한나라당은 황우여 원내대표로부터 시작되었지만 “B학점 이상에게만 적용”, “‘반값 등록금’이 아닌 ‘등록금 인하’가 공식용어”라는 등 입장을 바꿨다.
또 한나라당은 촛불시위 등 대학생 등록금을 핑계로 야당이 선동정치를 하고 있다며, 정치적 투쟁이 아닌 진정성을 갖고 논의해야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당초 하위 50%에 대해서만 적용하자는 의견에서 전면 확대로 방향을 선회했으며 ‘포퓰리즘’이라는 일각의 비판에도 불구, ‘무상 등록금’을 겨냥한 주장도 제기해 한나라당의 주장에 전면대립을 이루었다.
◇ 한나라 ‘B학점 이상’ 적용…도덕적 해이 우려
한나라당은 대학등록금 완화정책 추진과 관련, 수혜 대상을 소득계층 하위 50% 중 ‘B학점 이상’인 학생들에게 제한적으로 적용하는 방안을 내세웠다.
한나라당 김성식 정책위 부의장은 지난달 29일 “등록금 완화를 위해 들어가는 돈은 국민들의 세금인데, 세금을 내는 국민들의 동의를 받고 대학생들의 도덕적 해이를 막기 위해 현재 75% 이상의 학생들이 받는 B학점을 기준으로 하는 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부의장은 또 “여러가지 경우의 시뮬레이션을 다 해봤는데, 어떤 경우도 추가로 들어가는 국가 장학금의 재정 소요액이 2조원을 넘지 않는다”며 “소득구간별 차등 국가장학지원제도는 과감한 정책으로 국민들의 동의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B학점 기준이 과도하다’는 지적에 대해 “현재 75% 이상의 학생들이 B학점 이상”이라며 “취업후 등록금상환제(ICL) 제도의 기준도 역시 B 학점”이라고 역설했다.
그는 “향후 국회 교과위원들과 만나서 논의하면서, 학생들, 교육전문가들도 만나 논의를 계속할 예정”이라며 ‘6월 중순까지 당의 입장을 확정하고 6월 하순에 공식적인 당정청 합의를 통해 확정단계를 밟을 것“이라고 밝혔다.
◇ 황우여 “‘반값’ 아니죠…‘인하’ 맞습니다”
한나라당 황우여 원내대표는 ‘반값 등록금’ 용어정리에 나서며, “한나라당의 공식용어는 ‘등록금 완화·인하방안’”이라고 밝혔다.
황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중진의원회의에서 “당이 한 때 ‘반값 등록금’이라는 말을 썼지만 요즘은 ‘국민 앞에 정직해야 한다’, ‘목표는 먼 곳에 있다’고 해서 등록금 완화·인하방안이라는 말을 쓰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친박(박근혜)계인 4선의 이경재 의원도 “고통받는 대학생과 학부모의 짐을 덜어줘야 한다는 기본 방향은 옳지만 ‘반값’이라는 용어 제시는 대단한 위험성을 안고 있다”며 “야당이 6조에 달하는 재정문제는 언급하지 않고 경쟁적 포퓰리즘으로 나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촛불시위에 갔다가 ‘하위 50%’부터 등록금을 인하하겠다고 했다가 한나라당과 다른 것이 뭐냐는 비판을 받고 모든 학생들에게 적용하겠다고 입장을 바꿨다”며 “국회에서 실질적 부담완화 조치가 나와야겠지만 그런 수치에 도달하지 않을 경우 계속해서 이념적 투쟁의 고리로 활용될 것”이라고 말하며 민주당의 행보를 비판했다.
그는 또 “시위현장에 학생들은 줄어들면서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일반 시민단체, 촛불시위 세력이 점점 가세하고 있는 것을 보면 대학생 등록금을 핑계로 선동 정치로 가고 있지 않느냐는 생각이 든다”며 “정치적 투쟁으로 가지 않는 방향으로 이번 국회에서 진정성을 갖고 논의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편, 한나라당 친박(박근혜)계인 이한구 의원은 지난 8일 이른바 ‘반값 등록금’에 대해 “대놓고 반값이니 공짜니 하는 것은 무책임한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박근혜 전 대표의 ‘경제교사’로 불리는 이 의원은 이날 KBS1라디오 ‘안녕하십니까 홍지명입니다’에 출연, “국가 재정에서 지원하는 것도 정도 문제인데 지금은 국가 부채를 내서 지원을 해줘야 하는 상황”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 의원은 “대학생들은 혜택을 받는 것처럼 느낄지 몰라도 국가 부채를 만들면 결국 조금 지나 이들이 부담을 해야 한다”며 “그러면 대학교에 못간 청년들은 더 억울할 것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그는 민주당이 내년부터 반값 등록금을 전면 실시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에 대해 “6월에 추가경정예산을 하려면 지금쯤 사업내용이 구체적으로 나와야 한다”며 “대학 구조조정, 교육예산 균형 등에 대한 검토도 없이 돈도 없으면서 덜컥 추경을 하겠다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 민주당 “반값 등록금은 실현되야 한다”
민주당은 지난 8일 ‘포퓰리즘(인기영합주의)’이라는 당내 일각의 비판에도 불구, 반값 등록금 실현 방안을 제시하며 등록금 이슈를 주도했다.
손학규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은 반값 등록금 정책을 전면 재검토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소득 하위 5분위의 대한 지원에 초점을 맞췄던 등록금 정책을 전면 확대하는 방향으로 선회한 것이다.
손 대표는 “재정지원으로 (등록금) 인하가 가능한 국·공립대부터 바로 반값 등록금을 시행할 수 있다”며 “사립대는 재단적립금을 활용, 정부 재정지원과 구조조정 등으로 등록금 인하를 유도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정세균 최고위원도 “반값 등록금 문제는 사실 국민적 합의가 이뤄진 사안”이라며 ‘재작년 정기국회 때 정부와 여당의 비협조로 등록금 상한제 등 필요한 제도를 미봉하는데 그쳤던 것을 상기하면, 지금이야말로 우리 당이 등록금을 인하하는 법과 제도를 실천하기 위해 앞장서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반값 등록금에서 한 발 더 나아간 ‘무상 등록금’을 겨냥한 목소리도 이어졌다.
정동영 최고위원은 “등록금 문제는 등록금 문제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우리 사회가 어디로 갈 것인가 하는 본질적인 문제를 건드리고 있다”며 “민주당이 진보적인 길을 노선으로 선택하고 보편적 복지국가를 선언한 이상, 반값을 넘어 무상 등록금 시대를 겨냥하는 것이 민주당의 정체성에 합당하다”고 강조하며 한나라당 주장에 전면대립을 이루었다.
◇ 민주-대학총장 간담회 “교육질이 우선”
이런 상황에서 민주당은 지난 9일 대학 총장들을 초청해 간담회를 열고 최근 사회적 화두로 떠오른 ‘반값 등록금’ 정책에 대해 논의했다.
민주당 손학규 대표, 김진표 원내대표, 당 등록금 및 고등교육개혁특별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이날 오전 국회 귀빈식당에서 국·공립대 및 사립대 총장 10여명과 함께 등록금 인하 현실화 방안 등에 대해 논의했다.
손 대표는 “등록금 문제는 이제 대학의 문제만이 아니고 전 국민의 문제”라며 “현재 민생이 가장 중요한 정권의 화두지만 등록금 문제는 민생 중의 민생”이라고 밝혔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대학 총장들은 등록금 인하를 위해서는 정부의 재정 지원이 필요하다는 데 동의했다. 또 일각에서 사립대 등록금 중 일부가 대학 적립금으로 전환되고 있다고 지적하는 데 대해 한 목소리로 “적립금과 관련해 오해가 많다”고 말했다.
한 대학 총장은 비공개로 진행된 간담회에서 “적립금 재원은 등록금에서 나온 게 아니다. 옳은 정보 필요하다”며 “지금 학생들이나 학부모들이 문제 삼는 것은 등록금이 높아서가 아니라 교육의 질이 떨어졌다는 점이다. 교육의 질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고 민주당 이용섭 의원이 전했다.
또 다른 총장은 “마치 많은 대학들이 적립금과 관련해 문제 있다는 식의 얘기가 나오는데 우리 대학 역시 적립금이 많다”면서 “이는 나쁜 것이 아니라 학교 발전을 위해 잘 쓰일 것이기 때문에 오히려 신입생들에게 홍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등록금 인하의 묘책은 정부 지원 강화”라면서 “재정 지원이나 기업 기부금을 늘려 전체적인 파이를 키우되 그 파이 속에서 효율적인 분배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이 국·공립대의 반값 등록금 정책을 우선 추진키로 한 데 대해 사립대와의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 총장은 “민주당의 주장대로 현재 사립대의 2분의1 수준인 국·공립대학 등록금을 먼저 절반으로 내리면 국·공립대와 사립대 간 형평성의 문제가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손 대표는 “(등록금 문제와 관련해) 정부 및 정치권도 답을 내놔야하지만 대학에서도 이 문제를 같이 고민해주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라며 “함께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모아 해결책을 내놓는 것이 공동의 책임”이라고 강조하며 등록금 정책에 대한 대학의 책임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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