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 의장은 중수부 폐지논란이 국회와 청와대 간 의견대립으로 비쳐지고 있는 것과 관련 “청와대에서도 의견은 낼 수 있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하며, “꼭 청와대의 의견에 따라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청와대도 의견을 별도로 내놓을 수 있다는 말”이라고 덧붙였다.
박 의장은 G20국회의장회의와 관련 “지금 우리나라는 세계무대로 진출을 하는 새로운 역사를 맞이하고 있다. 이럴 때 정치권이 앞장서 그 진출의 길을 넓혀야 한다“며 “세계의 열강들이 발전한 것을 보면 이런 모멘트가 있을 때 전력을 기울여 세계 속으로 진출해왔다. 이런 좋은 호기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18대 국회에 대해 “여야가 볼썽사나운 충돌을 한 적은 있지만 전체를 놓고 볼 때 상당히 순조롭게 진행됐다“며 “계속 노력은 해야겠지만 100점 만점에 80점은 되지 않겠는가”라고 답했다.
다음은 박 의장과 나눈 일문일답.
-8일로 취임 1주년이 됐다. 국회의장으로서 시대와 국민이 요구하는 ‘선진 국회상’을 구현하기 위해 노력해 왔는데, 가장 큰 역점을 둔 부분은 무엇이고 내로라 할 수 있는 성과를 든다면 무엇인가.
“취임 초에 나는 국회다운 국회를 만들겠다고 말했었다. 그렇게 되기 위해 국회는 ‘법대로의 국회’가 돼야 한다. 의회 내에서 폭력 대신 법이 지배하는 분위기를 만들도록 노력했다. 그래서 내 생각에 완전하지는 못하지만 상당히 화합된 분위기 속에서 국회가 운영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성과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서울 G20국회의장회의’를 성공적으로 개최해 대한민국 국회의 글로벌 리더십을 강화한 점, 알제리 순방시 13개월째 진척되지 않던 젠젠항 공사 착공을 이끌어내는 등 현지 진출기업의 애로사항을 해결한 점, 크로아티아 순방시 한국 상주 대사관 개설 합의한 점 등 의원외교에서 실질적 성과를 거둔 점이다. 총력외교의 시대에서 의원외교도 계획을 세워 맞춤형으로 치밀하게 추진한다면 국익 증진에 상당한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지난 1년간 국회의장으로서 국회운영에 있어 가장 어려웠던 일은 무엇인가.
“지난해 12월 예산안 처리가 원만히 이뤄지지 않았던 때였다. 여야간의 합의를 위해 여러 번 중재를 해봤지만 입장차가 줄어들지 않아 고민 끝에 직권상정으로 처리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 가장 어려웠던 일이다”
-최근 G20 국회의장회의를 성공적으로 치렀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 G20국회의장회의의 의미와 성과를 설명한다면.
“지금 우리나라는 세계무대로 진출하는 새로운 역사를 맞이하고 있다. 정치권이 앞장서 그 진출의 길을 넓혀야 한다. 국회의장회의는 이런 상황에서 세계진출의 대로를 만드는 일이었다. 한류가 지금 전 세계를 휩쓸고 있지 않은가. 이럴 때 우리가 더 정치적으로 뒷받침을 해야한다. 정치의 집합체인 국회가 나서는 것이 당연하다. 이런 호기가 없다. 이번 G20국회의장회의를 통해 대한민국의 글로벌 리더십이 강화됐고, 한류 확산을 통한 대한민국 국격이 향상됐다. 특히 이번 서울 회의를 통해 G20국회의장회의가 정례화가 됨으로써 이 회의가 국제사회의 공동 과제를 해결하는 글로벌 회의체로 발전할 수 있는 기반을 다질 수 있게 됐다. 자연재해 대응, 원자력 안전강화, 반테러 대응 등 글로벌 현안에 대한 국제공조 및 협력 강화의 내용을 담은 ‘서울 공동선언문’을 채택한 것도 큰 성과다”
“18대 국회? 80점은 줘야하지 안나”
-18대 국회 회기가 얼마 남지 않았다. 국민으로 부터 신뢰받는 국회, 상생과 타협의 생산적 국회라는 숙제를 안고 달려왔지만, 이전투구식 폭력 국회라는 오명을 받고 있다. 18대 국회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어쩌다 한 번 여야가 볼썽사나운 충돌을 한 적이 있지만 전체를 놓고 볼 때 상당히 순조롭게 운영됐다. 단지, 국민들은 ‘왜 좀 더 잘하지 못하는가’라고 지적을 하는데 그 부분은 우리가 계속 노력해야 한다. 그래도 100점 만점에 80점은 받지 않았나 생각한다”
-국회의장 임기의 반인 1년이 됐다. 지난 1년간 열심히 달려 왔으나, 앞으로 달려가야 할 길도 멀다. 남은 1년 동안 국회 운영의 중점을 어떤 부분에 집중할 계획인가.
“먼저, 국회폭력이 반드시 근절돼야 한다. 국회 폭력사태를 방지하기 위한 여러 제도적 방안을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에 앞서 법과 제도를 지키겠다는 국회의원들의 의지와 국민의 엄한 심판이 있어야 한다. 이어 국회의 생산성을 높여야 합니다. 현재 미처리 의안이 6700건에 이르고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상설소위의 활성화를 통한 상시국회가 돼야 한다. 또 예결위를 상설화해서 예산편성단계부터 국회의 의사를 반영해야 한다. 10월부터 2개월 남짓 예산심의를 하다보니 수박 겉핥기식의 심의가 될 수밖에 없다. 법률안과 예산안에 대한 심도 있고 신속한 처리를 통해 정책의 효과성을 제고하도록 해야 한다.
다음으로 ‘세계화의 레일’을 놓는 국회를 만들어야 한다.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이룬 지금 대한민국이 나아갈 방향은 세계화다. 이를 위해 국회가 한민족의 세계 대진출을 위한 동력을 계속 제공해 주는 데 앞장서 한류바람을 한류태풍으로 만들도록 법과 제도적으로 잘 뒷받침해 줘야 한다”
-국회 운영의 큰 두 축은 여야다. 현재의 여야 관계를 어떻게 보시는지. 또 국회가 어떻게 나아가야 바람직할까요.
“후반기 국회에 들어와서는 여야 관계가 상당히 순조롭게 진행됐다. 특히, 양당 원내대표들이 헌신적인 노력을 했고, 그들의 경륜과 인품이 훌륭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지금도 여야 원내대표들이 모두 다 법을 전공한 사람들이다. 그래서 내가 생각하는 ‘법대로’라는 국회운영은 잘 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기대를 많이 하고 있다.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 생각한다. 서로 다른 정책을 표방하는 여야관계에 있어 갈등과 대립이 어느 정도 있을 수밖에 없지만 이런 갈등과 대립이 순기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타협이 전제가 돼야 한다. 정치의 본질은 ‘타협’이다. 전부 아니면 전무(全無)라는 ‘올 오어 나씽(all or nothing)’의 태도는 정치가 아니다. 이제는 외나무다리에서 서로 지나갈 수 있도록 엎드릴 줄 아는 ‘염소의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여야간에 타협의 묘를 발휘해 상생의 정치를 펼친다면 자연스럽게 국민의 신뢰와 사랑을 받는 국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18대 국회에서 개헌문제가 계속 제기돼 왔었다. 18대 국회 임기내 개헌은 이제 물 건너간 것으로 봐도 될까요.
“개헌에 대해 말들이 많다가 최근에는 수면 속으로 다소 가라앉은 것 같다. 국회의장으로서 개헌에 대해 개인적 의견을 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아 보인다. 다만, 개헌안이 국회에 들어오면 국회의장으로서 논의의 장을 마련하여 열심히 지원토록 하겠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직접 수사 폐지를 놓고 한나라당과 민주당, 청와대 모두 각자의 입장을 내놓고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한나라당은 자중지란의 행태마저 보이는데, 중수부 폐지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법대로 잘하면 된다. 검찰이 수사를 잘하면 된다. 나도 특수부 검사 출신(박 의장은 1976년 대검찰청 특별수사부 부장검사를 역임)이다. 당시에는 중수부가 없었다. (검찰이) 더 잘하라는 뜻으로 (비판)하는 것 아니겠는가. 검찰에게 수사를 하지 말라는 것도 아니고, 수사를 잘 못해야 한다고 하는 것도 아니다.
검찰이 수사를 잘하란 뜻으로 논의되고 있으니 검찰이 그것을 알아 제도나 조직을 잘 운영해 주기 바란다. 청와대에서도 중요한 검찰 조직을 논의하는 마당에 의견은 낼 수 있는 것 아닌가. 그것(청와대 의견)에 꼭 따라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청와대도 별도로 (의견을) 내놓을 수도 있는 것 아닌가”
-끝으로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한 말씀 해 주시죠.
“국민이 바라는 국회상을 정립했으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서는 국회가 국민의 신뢰를 좀 더 받아야 한다. 국민들이 여러가지 요구를 하면, 그것을 만족시킬 수 있는 모습을 보여 줘야 한다. 의회주의가 유명한 영국에서는 나라에 큰 일이 생겼을 때 런던시민들이 국회가 밤 늦게까지 불을 켜놓고 있는 것을 보고 ‘집에 돌아가 안심하고 잠자리에 들어도 좋겠구나’하고 돌아간다고 할 정도로 국회를 신뢰한다.
우리도 그런 시대가 왔으면 좋겠다. 여의도 국회가 불을 밝힌 것을 보고 ‘국회가 그 문제는 잘 알아서 처리해줄 것이다’라고 시민들이 느낄 수 있도록 해야 그것이 바람직한 국회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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