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공기업들, 기존직원 임금은 '손 못 대'
내년 임금도 잘해야 동결
공기업들은 신입 직원과는 달리, 기존 직원 임금 삭감에 대해서는 정부로부터 별도의 지침을 받지 않았는데다 노조의 반발도 심하다는 점을 들어 기존 직원의 임금 깎기를 사실상 포기한 듯한 분위기다.
대다수 공기업 노조들도 물가 상승과 예산 삭감, 연차 반납 등으로 사실상 임금이 깎인 상황에서 임금 삭감을 추진하는 것은 가혹하다고 토로하고 있다. 게다가 공기업노조들은 경기가 다소 살아나고 있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기존직원의 임금은 놔주고 신입사원의 임금만 깎으면 동일한 노동에 다른 임금을 적용하는 파행적인 구조가 만들어진다. 이런 불형평성은 내부 직원간의 갈등을 초래하는 등 여러가지 부작용을 일으킬 것으로 우려된다.
이에 따라 당국은 대책마련을 위해 고민하고 있다. 그러나 기존직원 임금삭감은 노사협상을 거쳐야 하는 사안이어서 해결책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산별노조인 금융산업노조와 사측간 임금 협상이 지연되면서 금융노조에 소속된 산업은행 등의 금융공기업들은 기존 직원의 임금 삭감 문제에 대해 아직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금융노조와 사측간 임금 협상이 결렬될 위기에 처해 기존 직원의 임금 삭감 방안이 현실화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사측은 올초 정부의 일자리 나누기 방침 등에 동참하기 위해 신입 직원 임금 삭감에 이어 기존 직원 임금 5% 반납과 연차 50% 사용 의무화 등을 노조에 제시했다. 반면, 노조는 경제상황이 올해 초보다 개선되고 있는 상황에서 기존 직원의 임금까지 삭감하자는 사측 요구는 수용하기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금융노조와 금융권 사용자 대표인 은행연합회는 오는 20일 제6차 중앙노사위원회를 개최해 임금 등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그러나 사측은 중앙노사위원회에서도 이견이 좁혀지지 않으면 산별 차원의 협상을 중단하고 각 금융기관별로 개별협상하는 것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노조 측은 신입 직원의 임금 삭감 방안에도 합의해줄 수 없다며 대치하고 있다.
금융감독원과 예금보험공사 등의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공기업들도 기존 직원의 임금 삭감을 놓고 노조와 대립하고 있다.
금감원은 기존 직원의 임금 삭감과 연봉제 확대 등을 추진하고 있으나 노조의 반대에 부딪혀 고전하고 있다. 금감원 노조 관계자는 "최근 몇 년간 임금이 동결된 데다 물가가 상승한 점 등을 감안할 때 기존 직원의 임금 삭감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못박았다.
예금보험공사는 올초 기존 직원의 임금 삭감 문제를 실무적으로 검토했다가 최근에 아예 백지화했다. 한국증권거래소와 한국예탁결제원은 기존 직원의 임금 삭감 방안에 대해서는 논의하지 않았다.
기존 직원의 임금 삭감 문제에 대해서는 일반 공기업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신입 직원 임금만 삭감하는 방안을 마련했을 뿐, 기존 직원의 임금 삭감 방안에 대해서는 노조와 논의조차 하지 못한 일반 공기업들이 대다수이다.
한국석유공사는 3급 이상 간부 직원에 대해서만 개별 동의서를 받아 2~5%의 임금 반납을 추진하고 있으나 4급 이하 기존 직원에 대해서는 1% 이내의 임금 반납을 추진하려다 노조의 반대로 중단했다.
코레일(한국철도공사)과 수자원공사, 한국가스공사 등의 공기업들도 기존 직원에 대해서는 정부로부터 임금 삭감 지침이 별도로 내려오지 않은 터라, 노조와 이 문제에 대해 논의를 진행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정부 관계자는 "기존 직원의 임금 삭감 문제는 노조와 협상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쉽지 않다"며 "기존 직원의 임금 삭감을 유도하는 방안을 다각적으로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기업들의 임금은 당분간 동결될 가능성이 크다.
일반 공기업들은 이르면 이달 말부터 정부의 가이드라인에 따라 호봉승급분을 포함한 1.7% 이내의 임금 인상안과 호봉제의 연봉제 전환 등을 놓고 노조와 협상에 나설 계획이다. 공기업들의 임금은 호봉승급에 따라 자동적으로 올라가는 인상분(최대 1.7%)을 제외하면 사실상 동결이나 마찬가지다.
코레일은 이달 말이나 내달 초 노조와 기존 직원에 대해 호봉제를 연봉제로 전환하고 올해 임금 인상률을 1.7% 내에서 정하는 방안을 놓고 협상키로 했다. 수자원공사 역시 임금 1.7% 인상안과 호봉제의 연봉제 전환을 추진할 예정이다.
가스공사 측은 노조의 인상 요구에도 올해 임금은 정부지침에 따라 동결될 것으로 내다봤다.
금융권의 올해 임금도 동결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노조는 기존 직원에 대해 작년에 이어 올해도 임금 동결까지는 양보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단체협약 개정 문제로 노조와 대립 중인 예보도 아직 임금 협상은 개시하지 못했으나 동결될 것으로 관측했다.
금융계 관계자는 "금융기관이나 금융공기업들의 기존 직원의 임금 삭감 방안은 노사간 입장차이로 타결될 가능성이 희박하다"며 "노사 협상이 합의점에 이르지 못하면 이들의 임금은 동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관계자는 "공기업들의 내년 임금도 잘해야 동결되는 수준이 될 가능성이 크고 일부는 마이너스가 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한국전력은 올해 임금을 동결한 데 이어 내년에도 임금 인상은 어려울 것으로 관측했다.
그러나 공기업들의 이 같은 움직임에 노조의 반대도 만만치 않다. 한 공기업 노조 관계자는 "연차반납과 성과급 축소 등으로 임금은 실질적으로 마이너스인데 추가로 임금을 삭감하는 것은 심하다"며 "호봉제를 연봉제로 전환하는 문제도 공기업은 성과 지표를 만들기도 어렵고 임금구조를 왜곡시킬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우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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