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열전]커피와 욕망

오피니언 / 여선구 / 2009-08-24 14:18:35

오늘날 커피는 세계 물동량 가운데 석유를 제외하면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중요한 무역품 가운데 하나입니다. 그래서인지 사람들은 커피를 이용해 경제적 이득을 얻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습니다. 어떤 이들은 공급이 부족한 시기를 틈타 커피를 사재기한 뒤에 다시 비싸게 되팔아서 막대한 이득을 얻기도 하고 어떤 이들은 그럴듯한 광고 모델을 내세우고 터무니없는수익을 보장한다는 감언이설을 덧붙여 순진한 투자자들의 호주머니를 노리기도 하죠. 커피의 아름답기만 할 것 같은 이미지의 그 이면에는 이처럼 그다지 아름답지 않은 인간의 욕망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역사적으로 보면 커피가 경제적 부를 안겨줄 수단으로 인식된 것은 불과 200년이 채 되지 않습니다.


17세기의 커피는 의약품 또는 이에 준하는 건강 보조제나 알코올에 대항할 안티 바쿠스-그리스 로마 신화에 나오는 술의 신-적 치료제 정도로 여겨졌습니다. 몇몇 의사들 사이에서 간간히 그 효능에 대해 언급될 정도였습니다. 18세기에는 커피를 지적인 자극제로 간주했습니다. 몽테스키외의 말처럼 커피는 때때로 아주 어리석은 사람들이 영리한 행동을 하게 만든다고 생각했습니다.


커피가 좀 더 광범위한 의미를 지닌 생활용품으로 인식된 것은 19세기에 이르러서였습니다. 그 시기는 산업의 시대였고 커피는 고단한 노동 속에서도 잠깐의 달콤한 휴식을 제공할 매력적인 음료였으므로 공장과 작업장에서는 없어서는 안될 필수품이 되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전쟁처럼 식량이 부족한 시기에는 공복감을 해소시켜줄 아주 중요한 식품이었습니다.


이런 인식이 일반화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대륙 봉쇄령이 내려집니다. 대륙 봉쇄령이란 나폴레옹이 영국에 경제적 타격을 주기 위해 유럽대륙과 영국의 무역을 금지한 사건입니다. 이후 영국에서는 생필품의 품귀현상이 벌어지고 투기꾼들 사이에서 커피는 재산을 모을 수 있는 매력적인 수단으로 자리잡게 됩니다. 비로소 커피가 욕망을 채워줄 도구로 인식되기 시작한 것입니다.


남미의 식민지를 장악한 유럽 열강들은 향신료나 차, 커피처럼 돈이 될만한 무역품들을 공급하기 위해 혈안이 되었습니다. 유럽의 카페에서 근사하게 차려 입은 신사 숙녀들이 문학과 정치를 이야기 하는 동안 원주민들은 생존을 위한 가혹한 노동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그로부터 많은 세월이 지났지만 구조적인 형태는 크게 변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여전히 커피는 절대빈곤에 처해있는 최빈국에서 재배되고 있고 그들의 노동이 아무리 고단해도 가난으로부터 벗어나게 할 수는 없습니다. 그런 면에서 생산자들에게 최소한의 이익을 되돌려주고자 하는 의도로 시작된 공정무역운동의 역할이 크다고 하겠습니다. 행복은 나누면 커진다는 말의 의미를 다시 한 번 되새겼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 토요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뉴스댓글 >

    많이 본 기사

    S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