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아주고, 밀어내고…‘IT 공룡’의 횡포

산업 / 유상석 / 2012-08-10 10:00:35
공정위, '한국IBM' 불공정거래 조사 착수

‘IT 공룡’ IBM이 최근 연달아 터진 불공정 거래 논란으로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서울도시철도공사 그룹웨어 업그레이드 사업에서 한국IBM이 특정 협력업체에게 ‘몰아주기’를 하기 위해 관련 업체들에 가격 담합 요청을 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의 중심에 선 것이다.


이에 앞서 지난 7월에는 ‘밀어내기(목표수량 구입 강제)’ 방식으로 협력사에 떠안긴 소프트웨어(SW) 재고 물량 판매를 금지해 논란을 빚었다.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IBM이라는 거대 글로벌 기업의 위상에 걸맞지 않고, 대ㆍ중소기업 상생이라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거스르는 일”이라는 비난의 목소리가 높다.


◇ 특정 협력사 밀어주기… ‘담합’ 주도 의혹
관련업계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가 최근 한국IBM의 협력업체 담합 주도 사건에 대한 현장 조사를 실시했고, 사건에 연루된 협력업체들과 한국IBM 간 담합 관련 협의 이메일 등의 물증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서울도시철도공사는 지난 3월 IBM의 그룹웨어인 ‘로터스 노츠’를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한국IBM 협력사들을 대상으로 관련 사업을 발주한 바 있다. 입찰에 참여한 업체는 IBM 로터스 제품 기반으로 그룹웨어 사업에 주력하고 있는 K사와 M사였다.


이들 중 사업자로 선정된 업체는 K사다. K사는 서울도시철도공사와 IBM 로터스 노츠 업그레이드 비용으로 1억9000만원에 계약을 체결했다.


한국IBM은 이 과정에서 M사가 K사보다 높은 가격에 제안을 하도록 한 혐의를 받고 있다. 한국IBM 측 요청으로 담합에 참여한 협력사는 향후 다른 프로젝트 계약에서 이익을 낼 수 있게끔 지원을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익명의 여러 관계자들은 “공정위 한국IBM을 대상으로 현장 조사를 실시한 결과, 담합 관련 내용이 기재된 이메일 등 물증을 모두 확보했으며, 추가적인 프로젝트 내용에서 담합 사실이 없는지를 확인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공정위가 조사에 착수하자 한국IBM도 자체 감사에 돌입했다. 그 결과 해당 협력사 모두에 한국IBM과 솔루션 거래를 일시 중단하는 등의 조치가 취해졌다. 한국IBM 측은 해당 건에 대해 “내부 조사가 진행 중인 사건이라 답변이 곤란하다”는 입장을 전했다.


한편 K사는 지난 2001년 4월 한국IBM 내 로터스 사업부 직원들이 나와 만든 업체로 알려져 있다. 로터스 제품을 기반으로 국내 그룹웨어 및 포털 시장 영업에 주력하고 있는 이 업체는 한국IBM의 우수 솔루션 파트너 업체로 선정된 바 있다.



◇ 국내 판매사에 ‘밀어내기’ 후 ‘판매 금지’
KSTEC(대표 이승도)는 글로벌 SW회사인 아일로그(ILOG)의 밀어내기(목표수량 구입 강제) 요청으로 30억원 어치의 재고를 보유했다. 지난 2009년 IBM이 아일로그를 인수한 후 재고 물량은 47억원으로 늘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IBM이 판매 권한을 전면 금지시켰다. 아일로그가 IBM에 인수되기 전까지는 KSTEC이 재고 물품을 판매할 권한이 있었다. IBM에 인수된 이후에도 6개월 동안은 기존처럼 재고 물량을 판매할 수 있었다. 이후 한국IBM이 갑자기 기존 재고 물품 라이선스키 발급을 전면 중단했다.


재고 물품을 고스란히 떠안게 된 KSTEC는 지난 4월 한국공정거래조정원에 공정거래분쟁조정신청을 냈다. 한국공정거래조정원은 밀어내기 행위에 해당된다며 한국IBM이 KSTEC에 10억원을 배상하고 서로 합의조정할 것을 권고했다. 하지만 두 업체 모두 조정 수락을 거부했다.


이 사안은 ‘한국IBM의 거래상지위 남용 행위에 대한 건’으로 공정거래위원회에 넘어갔다. KSTEC는 최소한 재고구입 금액인 47억원을 배상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한국IBM은 “일방적으로 거래를 강제하지 않았다”며 “재고 물품에 손해배상 책임이 없다”고 주장했다. KSTEC는 이에 “밀어내기에 응해 주지 않으면 독점 판매 권한을 없애겠다는 협박이 있었기 때문에 응할 수밖에 없었다”고 반박했다.


이승도 KSTEC 사장은 “거래상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부당한 거래 압력을 요구한 사실이 명백하고 관련 증거 자료도 충분히 있는데 한국IBM은 계속 발뺌한다”며 “더 이상 국내 중소 SW기업이 글로벌 대기업의 편법 유통 피해를 당하는 일이 없도록 끝까지 싸우겠다”고 말했다.


업계 한 전문가는 “글로벌 기업이 국내 판매사를 제품을 밀어내기 위한 수단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아직 많다”며 “진정한 비즈니스 파트너로 제대로 인식하고 동반 성장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 토요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뉴스댓글 >

    많이 본 기사

    1
    KB국민·NH농협·하나증권, 성장펀드 2차 판매 참여…은행 40%·증권 60% ‘채널 설계’

    KB국민·NH농협·하나증권, 성장펀드 2차 판매 참여…은행 40%·증권 60% ‘채널 설계’

    KB국민은행과 NH농협은행, 하나증권이 제2차 국민참여성장펀드 판매에 나선다. 1차 조기 완판에 이어 이번에는 은행 영업점과 증권사 온라인 채널의 역할 차이가 핵심 관전 포인트다.26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제2차 국민참여성장펀드는 9월 30일부터 다음 달 15일까지 10영업일 동안 판매된다. 모집액은 6000억원으로 물량이 모두 소진되면 조기에 판매를 끝낼

    2
    삼성전자·SK하이닉스·현대차, 미·중 ‘두 달 휴전’…추가 관세 미뤘지만 희토류·AI칩 남아

    삼성전자·SK하이닉스·현대차, 미·중 ‘두 달 휴전’…추가 관세 미뤘지만 희토류·AI칩 남아

    미국과 중국이 추가 관세 충돌을 두 달 더 미뤘다. 그러나 한국 기업에 더 직접적인 희토류 공급과 첨단 반도체·인공지능(AI) 기술통제는 이번 정상회담에서도 근본적으로 풀리지 않았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부터 현대차·기아,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까지 당장의 통상 충격은 낮아졌지만 공급망 경쟁은 계속된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

    3
    오리온·해태·롯데웰푸드·크라운, 과자값 '가격저항의 덫'

    오리온·해태·롯데웰푸드·크라운, 과자값 '가격저항의 덫'

    제과업계가 ‘가격저항의 덫’에 갇혔다. 원재료와 물류비가 뛰어도 가격을 올리면 생활물가 부담이라는 비판을 받고, 가격을 그대로 두고 중량을 줄이면 ‘슈링크플레이션(Shrinkflation, 꼼수인상)’ 논란에 휩싸인다. 가격과 중량을 모두 유지하면 결국 회사가 비용을 떠안아 수익성이 악화한다. 해태제과·크라운제과·오리온 국내사업의 상반기 수익성은 이 딜레마

    4
    솔리다임 ‘1500억달러’의 조건…SK하이닉스그룹 eSSD 매출 86% 늘어도 점유율 2%p↓

    솔리다임 ‘1500억달러’의 조건…SK하이닉스그룹 eSSD 매출 86% 늘어도 점유율 2%p↓

    솔리다임의 미국 상장 논의가 주관사 경쟁 단계로 구체화됐다. AI 데이터센터용 eSSD 시장의 성장 기대가 몸값을 끌어올리고 있지만, 실제 기업가치는 솔리다임 단독 실적과 수익성이 얼마나 확인되느냐에 달려 있다.27일 로이터와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 등에 따르면 솔리다임은 최근 미국 투자은행들과 기업공개(IPO) 주관사 선정을 위한 경쟁 프레젠테이션을 진행

    5
    이재명, 멕시코 무역협정 재시동…560개 한국기업 북미 공급망 재편 변수

    이재명, 멕시코 무역협정 재시동…560개 한국기업 북미 공급망 재편 변수

    이재명 대통령이 멕시코 국빈방문에서 한·멕시코 무역협정 논의 재개를 공식 제안했다. 7년을 끌어온 투자보장협정 개정 협상을 마무리하고 1억달러 규모 정책금융과 원유·핵심자원 협의 채널도 새로 마련했다. 멕시코에 진출한 560여 한국 기업에는 북미 공급망 재편에 대응할 제도적 기반이 넓어진 셈이다. 다만 미국·멕시코·캐나다협정(USMCA) 재검토 결과가 향후

    S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