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칼럼]교육시장엔 자정기능 없나

오피니언 / 정해용 / 2009-08-03 15:02:35

사교육 시장은 걸핏하면 도마 위에 오른다. 일반 국민들은 그것이 바람직한 교육제도를 위한 정부의 고심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믿고 있다. 다만 무엇이 바람직한가에 대한 의견이나 견해가 달라 정책이 바뀌고 혼선도 생기는 것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런데 잘 들여다보면 교육정책, 특히 사교육 시장을 둘러싼 정책의 변화에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이유들도 있는 것 같다.


정치인이나 정부의 정책 방향은 대개 사교육의 활용도를 높인다는 것보다는 어떻게든 억압하여 위축시키겠다는 쪽이다. 우선 정치권이 교육문제를 언급하고 특히 사교육을 억압하겠다는 쪽으로 입장을 천명하는 것은 정치권이 기대하는 몇 가지 유익이 있기 때문이다.


첫째, 정부가 나라의 미래에 대해 지대한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비쳐질 수 있다. 백년대계인 교육과 관련하여 진지한 고민과 연구를 하고 있는 것 같은 인상을 주기 때문이다. 다른 것도 아닌 교육과 학문의 문제는 언급하는 것만으로도 지적인 인상을 줄 수도 있을 것이다.


둘째, 서민의 생활에 밀접한 관심을 가진 것으로 보일 수 있다. 국민 대다수가 공통으로 갖고 있는 삶의 목표 하나가 자식을 잘 기르는 것인데, 자식을 기르는 일에서 교육은 먹이고 입히는 것 이상으로 중요한 숙제다. 요즘 같으면 아이들을 학원에 보내지 않고 입시경쟁을 헤쳐 나가기가 지극히 어려운 게 사실이고, 학원에 보내는 일은 필경 경제문제와 맞닿아있다. 그러므로 정치인들은 사교육을 위축시키거나 심지어 학원을 없애는 방향으로 추진하겠다고 말함으로써 학부모들의 환심을 얻기를 기대하는 것이다.


넷째, 부모들이 학원비 경쟁으로부터 해방될 수 있다면 교육기회가 평등해질 것이란 환상이 있다. 정치인들은 그런 환상에 편승하여 공정경쟁을 중시하는 민주주의자로 비쳐질 것을 기대하는 지도 모른다.


셋째, 사교육을 억압하는 정책은 상대적으로 공교육 강화와 연결되는 것이므로 정부가 제 기능을 더 잘하도록 하겠다는 의지로 보일 수 있다. 공공기관 본연의 기능을 강화해 국민의 사적인 비용을 줄일 수 있게 한다는 것은 나라살림을 더 잘하겠다는 뜻이므로 국민이 싫어할 리 없다.


그런데,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교육정책의 책임자가 바뀔 때마다 새로운 정책이 나오고 새로운 방향이 언급되는 것은, 명분이 그럴듯함에도 여전히 그 명분만으로 해결될 수 없는 이면이 있다는 뜻일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이러한 명분의 이면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첫째, 사교육시장은 어마어마한 현금 시장이다. 서울의 고등학생들이 사교육에 쓰는 비용은 통계청 조사에서 1인당 37만원을 넘는 것으로 집계되었는데, 실제 샘플조사에서는 65만원까지로 나타나기도 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08년 전국평균은 학생 1인당 23만3천원, 전국 총계는 20조8천억원인데, 위 샘플조사와 같이 직접 조사를 한다면 그것은 훨씬 더 올라갈 것이다. 일각에서 40조까지 추정치를 내놓는 것도 전혀 황당한 짐작만은 아니다. 경기 침체로 도서시장이 아무리 위축되어도 학생들의 교과서나 학습교재 등은 거의 위축되지 않고, 기업마다 업종마다 아무리 구조조정과 퇴출이 이루어져도 학원은 늘기만 한다. 이 시장은 규모가 클 뿐 아니라 단단하기까지 하다. 전문가들이 아무리 머리를 짜내고 외국의 좋은 정책들을 본받아 타당한 아이디어를 내놓아도 이론에 이론이 거듭되는 데에는 이처럼 거대한 돈의 마술이 작용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정치인들이 사교육 시장 축소에 얼마나 진심을 갖고 있는 것일까.


둘째, 근본적으로 사교육을 억제하겠다는 발상 자체에 문제가 있을지도 모른다. 우선 공교육이란, 모든 학령기 아동 청소년들에게 국가가 제공할 수 있는 최선의 교육을 공평하게 제공하는 것을 목적으로 해야 한다. 서울 강남에서부터 지방 오지에 이르기까지 공교육기관을 통해 받을 수 있는 교육의 질과 양은 가장 공평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관리 감독하는 것이 교육당국의 기본 의무라는 것이다. 정부가 표방하는 자유시장 원리에 비추어 보면, 그 외에 교육의 소비자인 학생들이 기본적인 공교육 외에 스스로 추가적인 학습기회를 선택하느냐 마느냐 하는 것은 개인의 자유권 범위에 드는 문제다.


사실 평등한 교육기회의 보장이라는 것은 국가의 의무이기도 하다. 그러나 개인이 원하여 평균치 이상의 학습기회를 가지려고 하는 것까지 정부가 해라마라 하는 건 타당한 간섭일까. 다만 정부기관은 교육소비자의 권리와 기회를 보호하기 위해 불공정거래라든가 허위과장 광고나 폭리, 부당이득 등의 측면에서 정책으로 개입할 여지가 있을 뿐이다. 최근 학원을 감시하기 위해 密偵이나 다름없는 ‘학파라치’니 뭐니 하는 정책까지 동원한 것은 유치하며, 시민사회에 상호감시의 풍토마저 조장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위험하기까지 하다. 학원에 대한 감시가 아니라 공교육 자체의 기능을 강화하는 것이 교육당국이 우선할 ‘의무’임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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