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인들은 미래의 안정을 위하여 보험을 든다. 아직 알 수 없는 미래의 위험에 대비하는 보험 뿐 아니라 예측 가능한 미래의 필요에 충당하기 위한 저축도 죄다 보험이랄 수 있다. 상해보험이며 건강보험, 연금보험, 재해보험과 같은 보험에 가입함으로써 불확실한 미래에도 최소한의 경제적 안정을 보장받을 수 있으니 금융상품으로서의 보험은 분명 현대인들이 갖고 있는 훌륭한 제도 가운데 하나다.
그런데 이런 商品으로서의 보험에는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 현재까지는, 그것이 아무리 잘 설계된 보험이라 할지라도, 그 보상의 목표가 물질적 보상을 뛰어넘지 못한다는 점이다.
과연 인간관계의 상실이나 정신적 만족감의 훼손 같은 ‘사고’가 일어났을 때 어떤 보험이 그것까지 보상하여 잃어버린 행복을 회복시켜줄 수 있을까. 이를테면 어떤 질병이나 사고로 인하여 가족을 잃었을 때, 보험은 그 잃어버린 가족이 남은 사람들을 위하여 장차 해주었을지도 모르는 경제적 기여를 추산하여 그 돈을 한꺼번에 보상해줄 수는 있다. 하지만 그 잃어버린 사람이 남은 가족들을 위하여 더 해주었을지도 모르는 배려나 보호, 농담이나 포옹, 하다못해 다하지 못한 잔소리 같은 것들은 그 어떤 보험 상품으로도 보상해줄 도리가 없다.
늙어 수입이 없게 되었을 때 연금보험은 죽을 때까지의 생활비를 보장해줄 수 있을 것이고, 불의의 사고로 살던 집을 잃었을 때 재해보험은 새 집을 마련해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흘러간 젊음을 되찾아주거나 정든 옛집의 추억까지 되찾아주는 보험은 없다. 어떤 보험이 장성하여 곁을 떠나버린 자식들 대신 웃음을 선사해줄 것이며, 어떤 보험이 변심한 연인을 대신하여 달콤한 밀어를 속삭여줄 것인가. 어떤 보험이 잃어버린 아버지를 대신해 어린 자식을 보호해줄 것이며, 어떤 보험이 잃어버린 친구를 대신해 충실한 조언자가 될 수 있을 것인가.
과연 보험의 理想이 지금의 행복을 먼 미래에까지 전적으로 보장하는 데 있다면, 금융상품으로서의 보험은 불완전할 뿐 아니라 일면 무력하기조차 하다. 그렇다고 아예 무용하다고 말할 수 있는 건 아니다.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은 꽤 많은 능력을 지니고 있으므로, 경제적 보상만으로도 사람들은 제한적이나마 상실한 행복의 꽤 많은 부분을 복원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돈도 없는 노년’보다는 ‘돈은 있는 노년’이 아무래도 덜 외로울 것 같기는 하다.
그러나 사람들은 미래의 행복을 저축하는 수단으로 보험 상품에 가입하는 것 외에도 다양한 투자를 해두는 것이 지혜로운 일이 아닐까 싶다.
그 첫째가 사람에 대한 투자다. ‘인간보험’이라고나 할까. 예를 들면 자식을 잘 교육시키는 것이 일종의 인간보험이다. 인간보험 중에서도 자식보험이라고나 할까. 지금이야 ‘노후대책으로서의 자식’이란 옛말이 되어가고 있지만, 아무리 그래도 든든한 자식만큼 훌륭한 보상은 찾기 어렵다. 그런데 자식을 잘 기르는 데 대해서는 오해도 많은 것 같다. 자식을 출세시키고 성공시키겠다는 목표는, 그것이 부당하다는 말은 아니지만, 최우선 목표로서는 적절치 않은 것 같다. 출세와 성공 이전에 행복하게 사는 자식, 이웃을 사랑하고 부모를 사랑하는 자식으로 기르려고 한다면 부모들은 반드시 자식을 사랑으로 키워야 할 터이다. 보험료로 돈을 받은 보험회사는 나중에 보험금이란 돈을 지급한다. 자식보험에도 사랑을 납입하면 사랑이 돌아올 것이고, 부모의 욕심을 투자하면 자식도 욕심으로 갚아주게 되지 않을까.
인간보험에는 ‘이웃보험’도 있을 것이며 ‘친구보험’도 있다. 늙어 하는 일이 없게 되었을 때, 평소 보험료를 받아둔 보험회사는 연금을 지급해줄 것이다. 그러나 종종 그를 찾아와 말벗이 되어주고 지난날을 회고하며 함께 즐거움을 나누는 일은 보험회사가 하는 일이 아니다. 마지막으로 그가 죽었을 때 찾아와 눈물을 뿌려주고 유족들에게 위로와 우애를 나눠주는 일도 역시 보험회사의 몫은 아니다. 평소 함께 울고 함께 웃는 친구와 이웃은 그래서 중요하다. 굳이 ‘보험’이라 불러 민망한 느낌도 없지 않지만, 심지어 친인척 사이조차 관심과 우애보다는 돈과 이해득실 계산이 우선하는 시대가 되다보니 ‘인간보험’의 아름다움이 새삼스럽다.
다른 한편, 보험회사들의 입장에서도 이러한 총체적인 ‘행복 보상’의 상품은 연구해볼만 하지 않을까. 돈만 달랑 지급하는 보험이 아니라 우정과 사랑까지 담보하는 상품. 완벽하진 않더라도 어느 정도까지 시도는 가능할 것도 같다. 은퇴한 가입자들을 위해 연금 지급 외에도 매주 한 차례 파티에 초대를 해준다든가, 자식을 대신하여 어깨를 주물러준다든가, 주에 하루쯤은 방문하여 책을 읽어주거나 말동무나 바둑친구가 되어준다든가, 밭일을 같이 해주고 청소와 요리를 같이 해준다든가. 모든 과학 발명품의 목표는 인간을 닮아가는 것이라고 한다. 보험 상품 역시 휴머나이즈(Humanize)라는 방향은 훌륭한 진화의 목표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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